뭍 사람들에게 모든 섬은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이런 그리움을 찾아 통영 여객선터미널까지 찾아온 여행객들은 뱃길 안내판을 보면서 미리 질려버리고는 한다. 다도해, 통영서 출발해 가는 섬이 좀 많은가. 그 많은 섬 중에 이름만으로 먼저 시선을 붙잡는 섬이 있으니 바로 욕지도(慾知島)이다.
여행 출발지인 통영시에서 직선 거리로 30여 킬로미터, 더불어 서쪽의 남해나, 동쪽의 거제도까지 거리 역시 고작해야 30킬로미터 안팎의 뱃길인 욕지도는 섬 곳곳이 비경이요, 그 주변바다는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청정해역이어서 무공해를 좋아하는 도시인들이 삼삼오오 쉬쉬해가며 찾아가는 섬 마을이다. 
이런 욕지도는 ‘관행상’ 여전히 원거리 곧, 먼바다에 든다. 원거리냐 단거리냐 하는 행정상의 용어는 섬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곧, 여객선의 운항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상주의보가 발효되지 않더라도 풍속이 어느 정도 빨라지거나 하면 아무 때고 여객선의 운항중지가 떨어지는 게 바로 욕지도처럼 원거리에 드는 섬 마을의 해상교통 사정인 탓이다.
이는 곧 온갖 생필품의 유입 등 섬사람들의 생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며, 어쩌다가 찾아온 여행객들 역시 ‘먼 섬’으로 여겨 두 번 찾기가 보통 일이 아닐 터이기 때문에 청정 바다를 믿고 관광사업에 눈 떠가는 섬사람들에게는 여간 불리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욕지도는 이런 사정 속에서도 그 품 안에 연화도며 노대도 두미도 갈도(치리섬) 내초도 납도 연도 국도 들 해서 아홉 개의 유인도와 그 세 배쯤 되는 무인도를 거느리고 통영시 최남단 면이라 기록된 욕지면 소재지 노릇을 도맡아 해오고 있다.
구한말인 1862년의 진주민란과 1870년의 고성민란 때 탐관오리들의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야반도주를 하듯 뭍을 떠나 이 섬으로 흘러 들었고, 이 개척민들에 의해 사람 사는 섬다운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온다. 사람에 따라서는 ‘1889년 병선 비장 유 선달 등 네 명의 개척자가 처음 이 섬에 들어와 동항리 서지골 장수나무 아래에 제단을 마련, 개척제를 올렸다’는 주장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개척민들은 천황봉을 뒷산 삼고, 그 앞의 청정 바다를 텃밭으로 여기며 섬사람으로의 새 삶을 꾸려온 것이다. 이들의 섬살이에 큰 바탕이 되어 준 것은 이 섬의 자연 곧, 땅을 일군 끝에 얻어내는 소출이며 넉넉한 바다에서 잡아내는 온갖 수산물일 터이다. 더불어 그 옛날에는 야생 사슴이 많아 통영의 수군통제영에서 해마다 사슴뿔을 거두어들여 나라에 진상을 할 정도였고, 이로 하여 섬 이름도 한때는 양록도(養鹿島), 곧 ‘사슴섬’으로 불릴 정도였다니 그 또한 적지 않은 보탬이 되었으리라.
이 섬을 처음 찾아온 여행객들은 먼저 온 섬을 싸 안듯이 하고 있는 깨끗한 바닷물과 함께 제대로 정돈이 되어있는 듯한 마을 모양새에 반하는 게 예사이다. 뱃길이 한결 편해진 요즘이야 서울은 물론 이 나라 곳곳에서 찾아 들지만, 한 여름에는 통영사람들이 피서지로 여겨 가장 많이 찾아 든다는 게 섬사람들의 자랑이다. ‘땅이고 바다이고 청정이란 말을 즐겨 붙이는 이들이 통영사람들인데, 이들이 즐겨 찾을 정도면 통영에서도 깨끗하기로 으뜸이 아니겠냐는 생각에서란다.
이런 욕지도 사람들 중 온전한 어부에 드는 인구수는 절반이 넘는다는데, 이들은 크고 작은 어선에 다양한 어법을 근간으로 멸치와 삼치를 비롯하여 우럭 돔 등 자연산 횟감을 잡아내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대구며 삼치에 멸치 같은 어종들은 이미 오랜 옛날부터 이 섬 어업인들의 어선어업 기술 발달과 더불어 수산업 득세에 기여해 왔거니와, 경남 어부들 치고 욕지도 근해를 황금어장이라 여기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 앞 바다를 들고나면서 큰 덕을 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욕지도 사람들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이 나라 어느 섬 마을과 견준다 해도 ‘젊은 일손’이 많기로 따지자면 손꼽힐 것이라는 얘기. 섬 자체가 살만한 곳이어서 젊은이들이 찾아드는 것인지 혹은 이 젊은이들로 하여 욕지도가 살만한 섬이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든지 이 팔팔한 기운들 덕에 욕지도는 통영의 섬 중 ‘별나게 싹수가 보이는 섬’이란 말을 듣기도 한다.
어선 일이던 혹은 양식장의 허드렛일이건 바닷일에 처음 나선 욕지도 젊은 어부들이 ‘어장애비’ 선장들로부터 듣는 얘기는 청정해역이니 황금어장이니 해가며 부추기는 데로 흥청거리다가는 나중에는 바닷물이나 퍼먹고 살아야 할 것이라는 충고란다. 그저 예전의 선조들이 해왔던 식으로 어선 어부들은 잡을만한 것만 잡아내면 되고, 기르는 어부들은 물 사정 보아가며 그에 맞추어 길러내다 보면 청정바다 부끄러운 짓은 절대 하지 않게 된다는 게 그 선배 어부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바위투성이다 싶은 욕지도 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둘러보면, 섬 어부들의 심성과 섬의 모양새가 서로 닮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소문난 절경도, 고운 모래가 깔린 해수욕장도 없는 게 이 섬이다. 그러나, 해안을 따라 난 포장길 혹은 비포장길을 따라 가다가 눈을 돌리면 해변가에 사연이 있을 듯한 바위섬이 있으니 소문난 관광지의 이름 붙은 바위섬 절경 못지 않고, 완만해 보이는 해안이 있어 옷을 벗고 들어가면 바로 해수욕장이 되는 섬이 욕지도이다. 아직은 자연스러움이 남아있다는 얘기고, 섬사람들의 인정 또한 그 못지 않다는 얘기다.
발췌 : epostwebzine 2004/8월호 글, 사진 : 김상수(해양다큐멘터리사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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