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안내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해안선길이 15킬로미터. 밖엣 사람들이 보기에는 면적 5 평방 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그래도 영광군 낙월면에서는 안마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라는 게 배 안에서 이 섬사람들에게 들은 말. 그것도 낙월면의 가장 중심에 들어 있는 섬이라는 자랑이었다.

섬의 동쪽 바다 건너로는 영광군 홍농면과 백수면이 그리고 남쪽 바다 건너로는 신안군 지도면이며 임자면이 아스라하고, 다시 북쪽 바다를 이어가면 전북 땅 부안군 라도면에 닿을 수 있다지만 실제 그 바닷길을 따라 오가는 경우는 드물단다.
이웃 섬으로는 북쪽의 안마도와 죽도ㆍ오도ㆍ석몽도가 멀리 혹은 가까이 다가서 있고, 동쪽에는 면소재지가 있는 낙월도며 대ㆍ소각이도에 임병도가 곁들어 있는데, 섬에 소나무가 많은데다가 그 겉 모양새가 사람의 귀와 닮았다 하여 송이(松耳)도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더불어 본래는 영광군 속현인 임치현에 들어있었으되, 지난 1895년 지방관제 개편 때 지도군으로 잠시 옮겨 앉았다가는 1914년에야 다시 영광군으로 되돌아 왔으며, 섬 곳곳에서 조개무지와 무문토기 조각이 발견되기도 해서 학자들은 선사시대에 이미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을 것이라 추정하기도 하며, 구전 대로라면 고려시대 행주 은씨, 천안 전씨, 전주 이씨가 찾아 들어와 살면서 오롯한 섬마을로의 모양새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 송이도에는 큰말과 작은말, 새말에 예미며 양골 들 해서 다섯 마을에 주민들이 흩어져 살았단다. 이 시절에는 130가구에 주민수도 근 500여명이나 되었다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25가구가 살던 예미와 여섯 가구가 살던 양골마을은 이미 사람들이 떠나 버렸고, 나머지 세 마을에 100여명 주민이 살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척박한 섬 안의 농토나마 뭍의 흉내를 낸 농업에 몰두하기도 했는데, 주로 땅콩과 보리, 쌀ㆍ감자ㆍ유채 등이 그 소출로 등록되어있고, 바다와 땅에 힘을 쏟는 틈틈이 오리에 소ㆍ돼지ㆍ닭 같은 돈이 되는 가축사육에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섬 살림을 이어 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역시 바다에서 벌어들이는 소출이었단다.

참조기며, ‘백하새우’에 꽃게까지 찾아드는 게 송이도 주변 바다지만, 이를 잡아내느라 바다로 나가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포구에 묶여있는 어선들은 고작해야 2톤 안팎이니.
땅과 바다의 소출이 모자라면 관광자원이라도 넉넉해야 섬살이에 어려움이 덜할 터인데, 그 역시 뭍의 사람들이 이렇다 하게 좋아 할만한 게 드문 듯 했다. 영광군에서야 섬 앞 해안의 조약돌이 깔린 4킬로미터의 해수욕장이며, ‘세계적인 희귀조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와 수달(천연기념물 330) 집단 서식지’에 ‘전국 최대 규모의 왕소사나무군락’을 내세우지만.

한편, 송이도 바닷속에는 이 섬마을 어부들에게는 큰 재산이자, 영광을 오갈 때는 뱃길을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는 모래언덕이 오롯이 들어앉아 있다. ‘모래등’이라고 하고 ‘맛등’이라고도 하는 사구(砂丘). 이 사구는 옆 섬이자 면소재지이기도 한 낙월도 어부들과 더불어 섬살이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는 그런 곳이다.
맛이 많이 난다하여 맛등이라 불리는 이 사구는 들물 때면 낙월도에서 대ㆍ소노인도까지 그 길이만 8킬로미터에 이르는 물길 아래 놓여 있다가 날물 때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무렵의 사구 폭은 줄잡아 4킬로미터쯤. 송이도며 낙월도 어부들이 이 사구를 ‘큰 재산’이라 여길 때는 바로 그 날물 때로 이름까지 맛등이 되는데, 영광은 물론 남도 어물전에서 값나가기로 손꼽아주는 맛이 지천으로 깔려있음이다.

이와 반대로 ‘애물단지’로 여겨질 때는 들물 무렵. 이때는 그저 등이라고 낮추어 부르기도 하는데, 송이도 앞 물 속에 떡 하니 버티고 있음에 낙월도행 객선이 송이도까지 항로를 연결하지 못함이란다. 굳이 이 항로로 가자면 하릴없이 대ㆍ소노인도까지 갔다가 되돌아 와야 하는 것이고, 그런 까닭에 송이도며 안마도로 가는 객선이 계마항에서 출항하는 것일 게다.
암튼 이 모랫등 탓에 객선 입출항 시간은 물때의 통제 아래 있게되는데, 송이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만 애물단지로 여길 뿐, 이를 없애버려야 할 쓸모 없는 자연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앞글에서 밝혔듯이 질 좋은 맛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물때를 맞추어 나가면 쏠쏠한 하루벌이를 할 수 있는데다가, 남도의 새우젓 전에서 첫손에 꼽히는 송이도 ‘백하새우’며 참새우의 산란 터가 되기 때문이란다.

초가을의 송이도는 여러 척의 어선들이 닻자망 그물을 들어올리면서 시작된다. 중하잡이가 제철을 맞는 까닭이다. 가깝게는 송이도 갯벌 바로 앞에서 그물을 올리는가 하면, 멀게는 안마도며 낙월도 부근 바다까지 나가 조업을 하는 게 영광군 중하와 젓새우잡이 어부들의 가을 바닷살이다.
송이도 포구의 새벽 6시. 출어 준비를 막 끝낸 유정호를 따라 바다로 나갔다. 송이도 토박이 어부 김정용 씨의 배로 철 따라 코가 다른 그물을 옮겨싣고 다니며 병어에 중하며 젓새우까지 다양한 어종을 잡아내는 닻자망 어선이다. 동승한 어부들은 김씨를 포함해 모두 여섯 명, 닻자망 조업시 최소한의 인원이라 했다.

유정호 어부들은 오전 물때만 조업을 하고는 곧 철망, 오늘 중 다른 바다로 이동해 가 그물을 깔아볼 예정이다. 서남해안은 물론이려니와 동해안까지 우리 온 바다에서 극성을 부리는 해파리 떼 탓인데, 이는 다른 어선 어업들도 마찬가지. 옹진군과 강화군 등 꽃게잡이 어선들이나 남도 젓새우잡이 어선에 동해안 정치망 어부들까지 해파리 떼의 잦은 출몰로 조업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니.
작업은 물때의 변화에 맞춰 하루 네 번 양망을 하는데, 물이 들고 나는 방향에 따라 그물이 뒤집어지니 양망 시간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이들은 물때가 바뀌기 약 한 시간 전쯤 물을 본다했는데, 몇 번의 양망과 선별이 끝나면 바다 위에서 다시 여섯 시간을 대기했다가 다음 물 때 작업을 한다는 얘기다. 중하며 젓새우잡이를 이르되 ‘토막 일에 토막 잠’이던가.

유정호 어부들이 첫 어장 양망에 투자한 시간은 50분 안팎. 그럼에도 이물 갑판에 쌓인 중하는 ‘조업’이라 하기에는 미안할 정도의 양. 지름이 1미터는 훨씬 넘을 해파리는 올라오는 족족 다시 바다에 빠트린다지만, 온갖 자잘한 쓰레기가 섞인 탓에 선별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애를 써야하는 게 요즘의 중하잡이었다.

발췌 : epostwebzine 2004/9월호 글, 사진 : 김상수(해양다큐멘터리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