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은 바다와 뭍이 함께 벌이는 향연이다 . 이 향연은 이즈음 한결 그윽하여 천수만과 가로림만과 지금은 방조제로 가로막힌 삽교호 등지에서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의 파도소리와 더불어 은은한 감흥을 빚어낸다.
지금의 서산 땅은 옛날에 서산군과 태안군과 해미군으로 나뉘어 있었다 . 그러다가 천구백십사년에 하나로 묶여 서산군이 되었으나 천구백팔십구년에 다시 서산읍이 서산시가 되고 태안읍, 안면읍, 고남면, 남면, 근흥면, 소원면, 원북면, 이원면이 태안군으로 묶여 서산시와 서산군, 그리고 태안군으로 나뉘게 되었다. 천구백구십오년에는 서산시가 서산군을 통합하여 도농통합시가 되면서 서산군이라는 지명은 이제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만 그렇게 경계지었지 큰 하천이나 산맥 하나 없이 나뉜 경계는 이 곳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오히려 오래 전부터 덕숭산자락의 한치고개만이 내륙과 이 곳 서산 땅을 나누는 이정표로 의미가 있을 뿐이다.
옛부터 갯벌이 넓고 어족자원이 풍부해 주민들이 왕성한 어업활동을 벌여왔던 간월도는 17년 전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겨우 섬 마을을 면한 서산군 부석면 천수만 내에 위치한 총면적 8.57㎢의 작은 마을이다. 방조제 사업으로 진흙 갯벌은 사라지고 돌 갯벌만 남아있는 곳이다.
갯벌에 진흙은 거의 볼 수가 없고 어른 주먹만한 것에서 머리 만한 돌들이 끝없이 널려있는 것이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이 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석화들을 볼 수 있다 . 이 돌들에 붙어서 자라고 있는 석화들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의 특수한 자연환경 때문에 하루 중 반은 잠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일정한 크기가 되면 바위에 붙어서 살지 못하고 갯벌로 떨어져 그 곳에서 자라 토굴이 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석화에 비해 알갱이가 작고 실하며 맛이 깊다.
간월도리에서 어리굴젓 다음으로 유명한 간월암 앞에 있는 돌밭은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이 곳엔서는 하루 2번 물이 빠질 때마다 간월도 할머니들이 굴 채취용 ‘조새'를 들고 굴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까지 나가면 바지락, 새조개, 까막조개까지 구경할 수 있다. 서산 어리굴젓은 자라나는 환경도 특이하지만 그 맛도 다른 고장의 것에 비해 독특하다. 바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는 것. 이렇게 정성껏 담가진 간월도의 어리굴젓은 식탁의 명찬으로 고려말기부터 조정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진상된 어리굴젓과 같은 맛을 십분 맛보려면 굴을 고르는 단계부터 중요하다 . 먼저 굴의 색이 검고 굴 안에 미세한 털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고른다. 털이 많이 돋아 있을수록 양념이 골고루 묻어 발효가 잘 돼 특유의 맵고 알싸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고른 굴을 깨끗이 씻어 대바구니에 바쳐 물기를 뺀 다음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질그릇에 넣어 섭씨 15도의 서늘한 곳엔 2주간 발효시킨 뒤 다시 대바구니에 바쳐 물기를 없애고 잘 빻은 고춧가루와 육수를 부어 알맞게 잘 버무려서 용기에 담아두면 맛좋은 어리굴젓이 된다. 이 때 굴은 맹물로 씻기보다 제물에서 여러 번 씻어 굴 딱지가 제대로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보통 젓갈보다 훨씬 적은 20％ 정도의 소금을 넣는데 다른 지방의 굴은 조직이 연해 이 정도의 소금을 넣으면 물러버리나 간월도의 굴은 단단해 이 정도의 얼간으로도 원형 그대로의 맛을 낼 수 있다. 짜지 않고 굴 모양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돌오돌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굴젓이 바로 간월도 어리굴젓인 것이다. 특히 굴은 영양이 풍부하고 간 기능과 혈액순환이 왕성하여 현대인들의 각종질병 예방에 효험이 있다.
뭍 속의 섬같이 외따로 존재했던 서산은 지난날 중국과의 교역로로 활발했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 서울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으로 아산만을 가로지르는 서해대교가 올해 말에 완공되면 수도권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들게 된다. 또한 간월도를 가로지르는 대단위 방조제는 평일에도 차량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하지만 나지막한 산자락과 하루에 어김없이 두 차례 되풀이되는 밀물 썰물의 조화를 거스르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이 곳의 순박한 사람들은 몇백 년을 이어 온 마을굿을 아직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바다가 비켜 주면 뻘에 나가 굴과 조개를 캐고 다시금 물이 들 때면 하나하나 바다에 생활의 터전을 비켜 주며 돌아 나온다.
그런 사람들 모습에서 억척스러움도 번잡스러움도 애써 찾으려 해도 찾아볼 수 없는 곳 , 그 곳이 서산이다.
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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