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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예로부터 깨끗한 물, 울창한 소나무, 질 좋은 고령토로 도자기가 태어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남한강 수로를 통해 서울과 바로 이어지는 요지에 위치하고, 뛰어난 경관과 더불어 고려 시대부터 8명의 왕비가 배출되어 왕실과 고관대작의 내방이 잦았던 여주는 이들을 위한 미술품과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데서 출발, 자연스럽게 도예촌이 발달 하였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여주도자기는 청자ㆍ백자ㆍ분청ㆍ생활자기 등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600여개의 도요에서 우리나라 생활도자기의 60%를 생산하고 있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도자기 마을'이다.

여주 도예촌은 여주읍에서 강건너 서북쪽으로 북내면 오금리, 현암리, 오학리와 천송리, 지내리 일대에 약600여개의 도자기 공장이 밀집되어 있다. 기록에는 고려 초부터 도자기가 제조되었고 조선조 초기부터는 도자기 공업이 발달 하였다는데, 이것은 대신면과 북내면 경계의 싸리산 언저리를 중심으로 점토, 백토, 고령토 등 전국에서 제일 좋은 도자기 원료가 산재되었기 때문이다.

1932년 조선총독부 도자기시험 보고서를 보면, 년간 현시가로 약15억원에 달하는 생산성을 갖추고 있어 전국 최대의 도예촌이 형성되었고, 도자기 산업의 전폭적인 후원과 지원, 그리고 도예가들의 전승도예를 깊이 연구하면서 독특한 기법으로 신작을 개발. 청자, 백자, 분청,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과 제기, 화분, 식기, 찻잔과 접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대량생산 하고 있어, 여주에 가면 어디서나 찬란한 창작 작품의 감상은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애호가들의 취향에 꼭 맞는 도자기를 선택 할 수 있다.

여주군은 매년 세종대왕 숭모제전과 함께 "흙과 혼 그리고 불의조화"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관내 모든 도자기업체가 참여하는 [여주 도자기 박람회]를 실시하는데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도예촌 내에는 도자기 종합전시관외 60여개의 개인 전시관이 있고, 어느 생산업체에서나 제작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 도요지가 조성된 시기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1999년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북내면 중암리에 고려백자가마터를 발견하고 세종실록에 여주자기에 대한 기록이 있는 점과 시중 골동품상에 여주자기가 현존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고려조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설로는 여주 싸리산에서 생산되는 도자기원료인 고령토를 광주분원에서 뱃길로 운반해 사용하였는데 광주분원이 쇠퇴해지자 도공 5명이 북내면 오금리로 이주해 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도자기는 원래 '도기'(陶器)와 '자기'(瓷器)라는 별개의 두 유형이 현대에 들어 도자기로 합쳐 부른 데서 기인한다. 도기는 물이 스며드는 반면, 자기는 겉 표면에 유약(釉藥)을 입히고 불에 구워 물이 전혀 스며들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도기는 토기와 구별하기 어려우나 자기는 유약을 발라 불에 구우면 반짝 반짝 빛나는 유리질로 변화되어 흔히 사기그릇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자기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다. 청자는 중국이 종주국이지만 고려는 중국보다 월등한 낳은 고려청자를 개발하여 중국에서조차 당대 '천하제일의 명품'이라는 찬양을 받았다. 고려청자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이유는 역시 비색(翡色)의 청자를 완성한 데 있었다.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제작지는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으로 이 일대에는 고려청자 제작의 흔적인 가마터와 파편들이 아직도 산재해 있다. 이밖에 전남 해남과 전북 고창 등지에서도 고려청자 제작의 가마터 흔적이 남아 있다.

당대의 문장가 이규보는 "아름다운 녹색 청자의 솜씨는 마치 하늘의 조화를 빌린 것 같다"고 노래하며 고려청자를 '신기'(神器)에 비유한 것만 보아도 당시의 청자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문화적 충격을 주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말에는 분청자가 등장한다. 이는 분장회청사기(청자에 분을 발랐다는 뜻)의 준말로 분청자는 이후 약 200년 가량 만들어지다가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역사의 표면에서 사라지는 특이한 부류의 도자기로 분류되고 있다. 분청자가 생산된 곳은 충남 공주일원과 대덕지역인 계룡산 기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어 현존하는 분청자는 흔히 '계룡산 분청'이라고 불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왕조의 교체과정에서 장인들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자 그 틈에 장인들의 미의식이 자유롭게 일탈되어 분청사기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 유교문화의 상징인 백자의 번창에 따라 운명적인 쇠퇴기를 맞이한다. 조선왕실의 비호에 힘입은 백자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분청자도 점점 백자에 흡수되었다.

백자의 등장은 우리 도자기를 풍요롭게 살찌웠다. 초기 백자는 고려말에 제작된 것으로 경기 용인시 이동면 서리가마터에서 생산되었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에 앞서 고려시대에서도 백자가 일부 제작,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출토된 백자는 조잡한 것으로 백자의 진수(眞髓)는 영조때(1752년)세워진 분원(경기 광주시 분원리) 백자다. 분원에서는 왕실용 백자 등 양질의 백자가 생산되었고, 작품의 특성은 검약과 실질을 숭상하는 유교이념에 따라 눈과 같이 청백한 도자기가 생산되었다.

'고려-불교-청자'라는 상관관계가 '조선-유교-백자'라는 연결선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것이다. 이때 눈같이 희고 아름다운 소위 '금사리 백자'가 등장하며, 후반에 들어 조선백자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달항아리'가 완성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약 반세기 동안 우리 도자문화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경기 이천, 광주, 여주를 중심으로 다시 전통도자기를 재현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