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스모스꽃입니다
나의 계절은 가을이여서
잠시 길거리에 꽃으로 피어나 사라집니다.
누군가 돌보지 않아도
홀로 가을이 되면 피고.....
누군가 물을 주지 않아도 혼자 자랍니다
가끔
행인들의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아무도 꺾지도 않고 탐내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늘 거리는 나의 가벼움은
바람이 불면 흔들거리고 설레여도
꺾여 화병에 담겨지는 일 없고
다른 꽃이랑 썪여
어느 화려한 무대에 서서 노래하지 못합니다.
하오나
나도 한번쯤은 아낌없이 꺾이여
어느 가난한 시골 소녀의 가슴에라도 안기고 싶습니다
싱그러운 아침
화병이 아닌 물컵에라도.....
어머니 생일상에 올라 작은 선물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벗어나지 못하는
똑 같은 감정,
똑 같은 그리움......그리고 아픔,
아무에게도 나를 드릴 수 없음이 나의 슬픔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사랑이란 이름은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같은 부위가 같은 느낌으로 아픈지....
나는 코스모스로 태어나 장미를 부러워했습니다
예쁜 집 담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장미
화려한 불빛아래
만인의 시선을 받는...화려함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시선을 받지 않아도 좋고
화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의 아름다움이 부러운것이 아닙니다.
장미에겐
내게 없는 어린왕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곁에 가까이 없어도 늘 그리워하며
벌레를 잡아주고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는 어린왕자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나는 네가 좋아"
꽃은 말했습니다...
너는 그걸 도무지 몰랐지. 그건 내 탓이었어
그렇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아무쪼록 행복하길.....,
그 고깔은 내버려 둬. 이젠 쓰기 싫어".
그렇지만 바람이....".
"난 그렇게 감기가 몹시 든 것도 아니야.
찬바람은 내게 이로울 거야 나는 꽃이니까".
"하지만 벌레들이.....".
"나비를 보려면 벌레 두세 마리쯤은 견뎌야 해.
"그렇게 우물쭈물하지 마.
속이 상해. 떠나기로 작정 했으면 뚝 떠나는 것이지".
꽃은 우는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했습니다....어린왕자 중에서.
코스모스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 어린왕자에겐 늘 장미가 있었습니다
어린왕자를 그리워 하는 동안
어린왕자는 장미를 그리워합니다
나의 짧은 가을은 사라집니다
빈 하늘에
나 홀로 제멋대로 수 놓았던 별들이 하나, 둘.......떨어져 내립니다
나의 기다림은
희망없는 가을날의 빈 하늘입니다
어린왕자 ...
꽃 하나가 너희들 모두보다 소중해.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 주고 병풍으로 바람을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이 (나비를 보게 하려고 두세 마리는 남겨 두었지만)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혹 어떤 때는 점잖게 있는 것까지도
들어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말이야".
.
.
.
내 비밀을 일러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당신....
당신은 내게 어린왕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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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