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人···만나기 하루 전
녹색의 투명한 베일을 휘감아
뛰어난 나의 후각으로도 알아 낼 수 없었던
그대의 향기가
가슴에 꼭 안고 다니는 나의 책들처럼
다양하고 깊이 있고 흥미 진지한 예기들로 엉켜서
진솔함과 맘속의 여운을 주며 다가올 듯 하다
초록의 푸름을 좋아 한다고 했던가?
他人···만나기 하루 전
두메산골의 산소 香을 가득 담아 그대를 숨시게 하리라.
글 2003.11.14 산소..
도심 속에서 찾은 휴식처-북한산 형제봉 심곡암
가을의 끝자락에 낙엽을 밟으며
연기처럼 뿌옇게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글을 통해 공감을 나누던 어떤 따뜻한 이와
북한산 형제봉에 위치한 심곡암(深谷巖)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올랐다.
마치 심곡암 형제봉에 오르면..."텅빈마음" 되겠지 라는 맘으로
처음 만난 정다운 이는 오래도록 알고 있던 것처럼 편안했고
오르는 길 또한 익숙한듯 했다.
약 20여 분 오르니 가파른 언덕 길이 나와 잠시 뒤를 돌아 숨을 쉬게 해주었다.
휴유...
서서히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고 가까이 들린다 입구에 들어섰을때 돌계단을 오르니
누렇고 털이긴 누렁이 한 마리가 나의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사를 나눠준다.
한쪽 귀가 덮여있는 누렁이... 수행중이구나 속세와의 연을 끊고 말이지 누렁아...
길을 안내하기라도 하는듯 나의 뒤를 따라오며 냄새를 맡는다.
하하하
오랜만에 오르는 산길이라도 제법 이 날씨에도 땀이 났다.
시원한 약수 한잔 마시고 법당에 오르려 할 때
돌 계단 옆 물웅덩이에 누렁이가 혀로 날름날름 물을 마시고 있다.
어쩜.....
계단끝에 오르니 어릴 적 무섭게만 느끼던 절의 내부가 보인다.
처음으로 처마까지 올라 스님의 염불과 신도들의 절하는 모습을 보았다...
정다운이는 나에게 책 한 권을 건너더니 방석을 깔고 계속해서 절을 한다.
원경스님의 소리는 똑같은 톤으로 아하마바...
난 그 사람들의 번민을 뒤로 한 채
주변의 풍경에 눈을 돌렸다...
떨어져 있는 낙엽과 옷을 늦게 갈아입어 매달려 있는 잎사귀들
지저귀는 새, 푸른 소나무, 졸졸졸 흐르는 산골짝 물...
겨울이 코 앞인데 피어나는 개나리와 목련 나무...졸고있는 백구 한마리...
내리는 비에 날개 젖은 땡비 한 마리 나의 발 앞에 툭 떨어지더니
손을 비벼가며 절을 하는 듯 하고
이렇게 이렇게 모두 하나가 되어 부처님께 기도하는 하는구나!
너희도 스님처럼 가꾸고 가꾸어서 그렇게 더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쳐 보이는거구나!
30분 정도 지났을까… 몇몇나와 눈물을 훔친다.
종교란 다 똑같은 거구나...
기독교인 나에게 염불소리는 찬송소리요.
그들이 하는 절은 두 손 모아 드리는 기도요.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기의 지난 죄를 사하고 회계함이요.
종교란 굳이 필요한가? 라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 통제가 되기에 또는 찾아오지 않아서
미리 경계를 그어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이렇듯 자기 자신을 바로잡고자 종교는 필요한 것일 깨다.
끝이 나고 절에서 점심을 먹었다.
구수한 가락국수 모두가 처음이어서 조신하게 가만가만
먹으면서 절밥은 맛있다고 하던 말들이 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부르게 먹고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창이 있는 원경스님이 계신 곳에서의 차 한 잔...
경직되어 있어 온몸이 절였지만
여리고 곱디고운 여자와도 같은, 맑고 검은 예쁜 아이의 눈으로 반갑게 맞아 주셔서
따라 주는 차 한 잔에 절인 몸 녹아내리고...
스님도 우리와 똑같이 말을 하고 농담도 하고 웃으시더라.
"순탄하기만 하면 어찌 인생이 빛나리요.
어리석은 자는 바닷물을 다 건너야 맛을 알고 지혜로운 자는 바닷물만 찍어봐도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 겪느냐 차이일 뿐,모두 고통의 연속에서 겪으며 극복하고
그러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그게 인생인게지"...
깊고도 높다는, 고요하고도 밝다는 소박하고 작은 절...
따뜻함이 맴돌아 언제고 찾아 와도 반갑게 맞아 줄 것 같은 편안한 곳...
내려오는 내내 아쉬움이 들었지만
건강한 마음 얻어 정다운 임 알게 되어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네...
한번 가셔서 茶香을 느껴보실래요?
님이여! 다음을 기약해도 되겠소... 2003.11.15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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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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