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천년을 짝하여 영원히 내 속에 머문 장소는 저어 깊은 배속부터 심지처럼 치솟아 목으로 이어지는 틈새 마디마디. 생각하노라면 이제 새로울 것도 놀랄 일도 없을 때가 되었건만 산길의 이름모를 무덤들이 화산처럼 열려 터져 나오듯 왜 매번 그 터뜨림은 낯설고 무섭고 놀랍기만 한 것인지 듣고 있나요, 추워져 가는 바람결에 실어오는 울어예는 흐느낌 소리와 떨어지는 낙엽 한점점이에 새겨놓은 헤아릴 수 없는 수억의 초록 흔적과 우주너머로 포물선 그리며 그립다 그립다, 말할 수 없이 그립다 고개 들고 쏘아 놓은 주인찾는 메아리의 한숨을.. 어느 알지 못할 곳에서 알지 못할 사람과 머물며 그림을 보고 책을 읽으며 사색의 눈을 가질지라도 하룻만에도 수십번 기억되는 기인 추억을 거기서도 초겨울 하늘 보며 곱씹을 그대여 세월의 머언 뒤안길에서 그리우면 그리워하세요라는 찰라로 지나가는 새의 날개짓같은 무심한 말만 남기고 어느 세월에도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만나게 되어 있다며 실낱같은 초승달에 겉옷 벗어 걸듯 홀가분히 운명을 걸어놓고 한복자락 흐르듯 천연스레 가버린 이여 가려면 아주 속무덤까지 뒤엎어 놓고 떠올라 가실 것이제 보이나요. 흐리고 어두운 밤이면 그대가 못질한 가슴 속살 깊이 박힌 그리움 향처럼 피어오르는데, 살았으나 가끔은 죽음의 거리를 반복하는 심정이... 애닯다 못해 꾹꾹 눌러 다져 저만치 흐르는 강에 훌쩍 던져 다시는 뒤돌아 보지 않아도 달려온 내마음보다 어느 새 별똥처럼 똑같은 그자리에 먼저 내려 앉는 그대여 온 별을 헤집고 갈길 잊어 돌아다녀도 채워지지 않을 그대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는 비오는 밤이면 더욱 사무치는 심사에 안색만 여위어 가요 아득하여 잊고자 또 하루를 새지 않고 나이없는 세월 흘려 보내나니 구름위에 떠 그대를 부르면 좀더 가까이서 들리려나 어쩌면 낯선땅에서 꿈처럼 그리운 옆모습 눈에 잡히려나 참으로 만나지나요? 간직만 한다면, 그리워만 한다면.. 그대를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못다한 말 끝내 입속으로 삼켜버린 채 그저 서슬어린 눈매로 그대가슴 뚫어 녹이고 돌아서 다시는 기억하지 않아도 될 날 있으려나.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