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표정 / 김출심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 앞 머리에 듬성듬성
보이는 흰 머리에 염색을 했다
누구나 흔히 갖고 있는 여권이지만
나는 외국에 나갈 일이 없었기에 만들지 않았다
그런 내가 오늘은 여권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고 하기때문이다
예전에는 직업상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나에게도 드디어 주어진 것이다
대충 입 맛도 없고 해서 어제 먹다 남겨 둔 피자
두 조각을 전자렌지에 데워 따끈한 커피와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몇년전 운전 면허 갱신에 사용할 증명 사진을
찍었던 그 사진관을 찾았다
여권에 사용할 사진 대금은 2만원 이라고 한다
사진사의 안내를 받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쓰고 있는 안경을 벗으란다
안경을 끼었던 사람들은 안경을 벗게되면
눈 꺼풀이 내려와 술 취한 눈마냥 흐릿한
촉기없는 모양새의 눈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사진을 찍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완성된
사진이 나와 빠른 사진 기술에 놀라왔다
그런데 그런데
사진속의 내 표정은 안경 벗은 내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젊게 보일려고 예쁘게 할려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머리 염색까지 하며 신경을 썼는데 이게 뭐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좀더 예쁘게 사진속의
나를 기대했는데 원래의 내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지만 잘 생긴 얼굴도 아니기에 불평을
말 할 수는 없었다
나이 먹은 주제에 자신을 모른다고 내 등 뒤에서
욕 할까봐 사진을 받아 백속에 넣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그래 못 생기면 어때 여권을 만들면 그 동안
미국땅에서 살고 있는 아들네 집도 쉽게 갈 수 있지않는가
그리고
때로는 꼭 가 보고 싶은 나라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이고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생각이 바뀌니 그 순간부터
사진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는 것이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이전 10개] [1]..[11] 12 [13][14][15][16][17][18][19][20]..[129] [다음 1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