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나의 하루가 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었으며
달아나는 나의 청춘에게 달래는 어떤 말로 잡아 놓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포물선을 그리면서
붉은 연기속으로 사라져가는 해를 바라볼 뿐이였답니다.
무슨 변명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랬건만
아무래도 나에겐 신선하지 않은 피가 고였나 봅니다.
그래서 나의 궁둥이에 종기가 나고...
내 나이 서른이 넘도록 여드름이 나를 귀잖게 하는 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누군가와 음악을 듣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어느샌가, 몰래 나의 발자국을 따라 움직히는
나의 여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당신일 수도... 아님 나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붉은 옷의 투사인지도 모릅니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다가온 적은 없습니다.
길을 걷다가 레코드 가게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음악에 끌려
그 가게로 이끌려 사버린 CD 한 장이 있습니다.
영어로 발음을 해야 할지 불어로 발음을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다가.
내가 부르고 싶은데로 불러 버립니다.
"앙드레 개그놈(ANDRE GAGNON)" 이름만으론 참으로 웃긴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속에서 헝얼거린 분위기가 젖어 있는 느낌입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녀의 이름이여...
나 이제 그대 이름 불러
당신을 넓은 나의 마음으로 초대 하리라
그대가 울고 싶다면
나 이제 고운 실로 손수건을 만들어 당신에게 바치고...
그대가 웃고 싶다면
이쁘진 않지만 아주 귀여운 토끼 한 마리 불러다 놓고
나 이제 왈츠를 추며 토끼와 함께 깡충깡충 소리가 나도록
뛰어서 당신의 웃음에 장단이 되어 줄 것이며...
이런 중얼거림이 묻어 나오는 이런 음악을 사랑하는 까닭에
그다지 내가 외롭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그대가 내가 싫어 떠난다면
나 그대 위해 그리운 음악을 끝으로
당신을 보내 드립니다.
아직도 그 큰 포물선이 끝이 나지 않았음을 느끼며....
부디 사랑하는 당신의 사랑에게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포물선:해가 뜨서 질 때까지 그려가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반...?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이전 10개] [1].. 11 [12][13][14][15][16][17][18][19][20]..[129] [다음 1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