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게 답장을 받고 보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답장을 바로 보내드렸어야 하는데 뇌성마비이며 중증장애자인 김 도균씨에게 보낼, 한글 공부를 위한 테이프 녹음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그러자 또 추석 연휴가 돌아왔구요.
물론 제 정성이 모자란 탓이 제일 큰 이유겠지요.
정말 죄송합니다.
추석을 보내고는 잘 못 부르는 노래지만 노인정이나 양로원 등에 보낼 트로트 메들리를 남편과 녹음하느라 정신 없이 지냈답니다.
더구나 삐삐요리방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광까지 얻어 10월 6일 10시 40분에 방영되기에 앞서 하루 온종일 걸려 녹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집에서 살림 해가며 조용히 뜻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뿌린 씨앗보다 훨씬 더 많은 수확을 거두는 것 같아 여러모로 감사 할 뿐입니다.
매일 한 이불을 쓰고 자는 남편조차 모르게 정말 조용하게 일하고 싶었거든요.
삐삐요리방 프로를 녹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든 것을 알게 됐지만...
현재 공군으로 군 복무중인 큰애에게 편지를 매일, 하루도 안 빠뜨리고 일기 식으로 쓰고있는데 그 아들만 알고 있었지요.
큰아들도 <좋은생각> 월간지를 대놓고 보면서 길게 투병 생활하는 환자들을 제게 소개해주기도 하고 자신도 헌혈증서나 간단히 쓴 편지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너무 제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아 미안합니다.
편지내용 중에 수업지도 할 교사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요?
자격도 없는데...
물론 마음이야 앞서지만 능력이 있어야지요.
더구나 저녁 7시부터 8시까지라면 저희 집 저녁 식사시간이네요.
우리 큰애가 홍 대 수학교육과 2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했습니다.
제대가 딱1년 남았는데 어차피 교단에 서야할 몸이라 경험 삼아 추천하고싶지만 복학준비도 해야겠구요, 또 교원채용시험준비도 해야할 것 같아 본인에게는 아직 의사를 묻지 못했습니다.
그 애도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 글쎄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저 안타깝고 미안할 뿐입니다.
저 혼자 몸이라면 거리도 저녁식사 시간도 상관없지만 제 뒤에는 이 달 17일에 공군으로 입대할 둘째 아들이 있고 내년이면 고 3 수험생이 될 딸이 있습니다.
또 저에게 심리적으로 많이 기대고 사는 남편이 있고 하니 그 점에서는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
삼 남매가 초등학교 다닐 때 명예교사로 10년 가까이 스승의 날이나 특별활동 시간에 음악, 국어 과목을 가르쳐 준 경험은 있는데...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있겠습니다.
앞으로라도 언제고 제 상황이 허락된다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또 그쪽 방향으로 갈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찾아뵙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보내준 서신 정말 감사했구요, 저 또한 제 일에 더욱 더 충실하겠습니다.
용기와 희망으로 등대 야학을 계속 밝혀주시고 여러모로 발전 있으시길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9. 10. 6. 이 계옥 올림
http://www.happyin.com/column/column_list.asp?reporter_id=shinmother3039&gid=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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