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8日
맑았다.
사십 중반이면 나이 많이 먹은 것인가! 나이 먹은 것도 아니건만, 일은 점점 복잡하고 거추장스럽고 번거롭기까지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카페 ‘가비’의 주문은 여러 차례 문자가 와서 전표만 몇 번을 끊었는지 모를 일이며 위생교육에다가 소득세신고에 관한 세무통지서와 부산에 보냈던 택배 물건과 화원에 커피 주문 전화와 밀양 카페 주문 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천, 삼사관까지 내일 주말이라 오늘 배송 되느냐는 등 여러 일로 신경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 부장과 점심 한 끼 했다. 오전 급한 거는 먼저 일 처리하고 함께 ‘백자산식육식당’에 갔다. 곰탕 한 그릇 했다. 곰탕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지라 나는 서 부장에게 물었다. ‘용준아 곰탕 먹을 수 있니?’ 했더니 ‘그냥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대답을 듣고 보니 그렇다. 그냥 먹으면 되는 일을 괜히 물었나 싶었다. 백자산 식육식당은 전에는 삼풍에서 삼대곰탕집을 운영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그때도 가끔 한 번씩 가게 되었는데 맛이 꽤 괜찮아 기억하는 집이었다. 오늘은 대구한의대에 커피 배송 일 나왔다가 삼성현 도로 달리다가 밥 때가 되었고 해서 곧장 차 들이 됐다. 곰탕 먹을 줄 안다고 했으니 다른 메뉴를 볼 필요가 없었다. ‘아저씨 곰탕 두 그릇 주세요.’, 주인장은 ‘잡고기로 담아 드릴까요. 살코기로 담을까요.’, ‘잡고기로 넣어 주소.’ 이 집은 생각보다 음식 값이 죄다 비싸다. 그나마 싼 것이 곰탕이다. 메뉴를 본, 서 부장도 한마디 한다. ‘여기는 왜 그리 비싸요.’, ‘하하, 소고기니까 비싸지.’ 그리고 곰탕이 나왔다. 아! 정말 오래간만에 먹는 곰탕이다. 맛은 뜨겁고 구수하다. 고기는 쫄깃한 것도 담았지만 물컹한 것도 있다. 가히 씹는 맛은 부드럽다고나 할까! 한 입 몽긋하게 입안 두르고 나면 거저 포근한 강아지 시츄 한 마리 가슴으로 폭 안은 듯하다. 두꺼운 가죽 같은 것인데 역시 곰탕에만 볼 수 있는 거겠다. 회색빛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상앗빛도 아닌 것이 아주 두꺼운 비곗덩어리 같은 것도 아닌데 적당한 한 입 거리였다. 입 안 넣고 몽싯몽싯 씹는다. 참으로 먹는 낙 아니겠는가! 하루 고통이 온전한 것이라면 이리 앉아 먹는 즐거움은 단 몇 분이다. 그러니 앤서니 라빈스는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는 건 고통과 즐거움이라고 했나! 이 속에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즐거움과 고통이라는 두 신의 기둥 아래에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이 밥 한 그릇 먹기 위해 하루 고통을 감내하는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에궁 하루치 지옥을 가져다준다손 치더라도 차라리 굶는 게 나을 것도 같지만, 한번 왔다 가는 인생, 지옥도 맛보며 간다는, 느낌은 살아서 오는 것이니까!
식품 위생 교육 다녀왔다. 대구 미래대에서 교육을 받았다. 매년 경산 시민회관에서 하다가 올해는 대학 강당을 빌렸던가 보다. 경산과 청도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몇천 군데 되니 오신 사업주가 강당에 다 미어질 정도였다. 약 두 시간 가까이 교육을 들었다. 위생법에 관한 법률과 특별히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강사께서는 조목조목 말씀을 이었다. 올해는 금연에 관한 법이 새로 제정되었으니 이에 관한 것도 지킬 것을 당부한다. 그러니까 업소에 ‘금연’이라는 포스트를 붙여도 금연하는 사람이 적발되면 업소 사장은 일단 책임은 면한다. 담배 핀 사람은 과태료 최소 10만 원 정도 부과하니 조심해야겠다. 주방에 관한 기본 예의, 물론 아는 얘기지만 또 들어서 나쁠 일은 없다. 일하는 직원도 보건증 갖춰야 하며 머리를 빗는 일은 없어야 하며 손은 늘 깨끗이 해야겠다.
오후 코나 사장님 다녀갔다. 주문한 커피를 본부에 내려놓고 본점에서 커피 한잔 마셨다. 안 사장님께서 안은 문제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자식 문제와 직원 문제 더 넓게 말하면 사업과 일과 가정이겠다. 맏이 하나 있는 게 공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오로지 세상 보는 시각이 대나무처럼 곧기만 해서 어디든 적응하겠느냐는 것이다. 앉았다 하면 휴대전화기와 오락뿐이니 주위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사회적 성향으로 커가길 바라는 것은 부모 마음이다. 그러니까 두루뭉술하게 커 가면 더 바랄 게 없다. 거기다가 인성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는 교육의 완성이겠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안은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님을 불혹에 와서 크게 느끼는 것이다. 사회를 모르고 나만 아는 인격은 남을 배려하거나 위하거나 또 헌신하는 것은 없게 되며 더욱이 다혈질적 경향으로 잘 못 빠지기라도 하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이다. 그러니 각박한 사회가 따로 없다. 이를 조장하는 것은 역시나 자본주의다. 그것을 바탕으로 둔 황금만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겠다.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정작 돈 한 푼 벌기 어려운 사회라 애초에 포기하는 삶을 살거나 어마어마한 자본 앞에 넋 놓고 바라보는 격일 수도 있다. 그러니 버는 수익보다 쓰는 비용이 더 많은 사회, 저축이 어려운 사회다. 그러니 젊은이는 망연자실하게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를 두고 내가 준비하거나 산업전선에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정작 사회에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요즘 학생은 더욱 자신의 장래에 암담할 뿐이다. 능력껏 일하며 능력껏 챙길 수 있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우리는 분배도 문제가 많다. 국민연금이다 건강보험이다 할 것 없이 각종 세금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버는 수익의 몇 % 떼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실지로 피부로 느끼는 국민은 그렇지가 않다. 버는 것도 어려운데 얼마 벌었다고 세금까지 떼느냐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볼 때면 앞이 걱정이고 마음 맞게 일할 수 있는 사람 못 구하니 사업장이 어려운 것은 지금 불혹에 갖는 가장家長의 공통된 문제일 것이다.
압량, 아래 오셨던 손님이다. 조폐공사에 다니시는 분이었다. 아이스 라떼가 다른 집보다 나은 것은 얼음을 깨뜨려 주니 맛있다는 거였다. 다른 집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각 얼음 통째로 담아 라떼를 만들어 주니 맛이 더욱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에 책 한 권 드렸었는데 다 읽으셨냐고 공손히 물으니 직장에 다른 분도 이 책을 읽는다며 얘기해 주셨다. 고맙다며 인사 주셨다.
단지 3
구두는느슨하다.
새로산구두는닦지않은지꽤되었다.
구두는꽉낀듯아닌듯아닌듯꽉낀듯
세상걷는다.
오로지축축한땀만스미는데
신벗고
한번씩툭툭튼다.
냄새짙고습한세상
딱구두만큼만담자
구두는아직도느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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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