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29日
맑은 날씨였다. 살구가 다 지나가고 은행이 무르익는 계절인가 보다. 은행이 파릇하게 맺힌 압량 조감도에서 일기를 쓴다. 어제는 사동 점장이 배 선생의 지인께서 가져온 살구라며 왕 살구 몇 개 내었다. 드시라며 접시에 내 온 것을 맛본 적 있었다.
오전, 사동에서 진량으로, 진량에서 하양 넘어가는 길, 버섯 집에 다녀왔다. 모두 커피가 급하다며 아침 일찍 문자를 주신 곳이었다. 가맹점도 일반 개인 카페도 다른 부자재가 필요 없는 거저 커피 배송은 아주 편한 일이다. 볶은 커피를 봉지에 담아 차에 싣기에도 편하고 내릴 때도 편하다. 무게가 그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서 전달하면 되는 일이다. 오며 가며 들린 집 사장님 얼굴 보며 인사 주고받으며 커피도 한잔 얻어 마시면 이것만 한 직업도 없지 싶다.
하양에 지난주 설치했던 부동산 집 사장님께서 오전, 본부에 오신 일 있었다. 밀폐 통 추가로 몇 개 더 사러 오셨다. 마침 월말 마감하고 있었어, 필요한 물품을 챙겨드리다가 기계 이상은 없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기존의 하던 일과는 아주 새로운 모험이라 약간은 탐색적인 데다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점심을 최 씨와 함께했다. 몇 군데 마감한 월말 마감서를 최 씨에게 다녀올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본부에서 이번 주 들어가야 할 청도 기계를 점검했다. 오늘도 문제가 있었다. 전기와 물을 공급했지만, 물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뒤쪽 솔 밸브를 뜯어 확인했다. 미세한 어떤 하얀 물질로 바늘 같은 구멍을 막았나 보다. 요지로 살짝 찔러서 긁으며 쑤시다가 다시 빼내는 작업을 몇 번 했다. 뽕뽕거린다. 다시 조립해서 확인하니 정상 운영이 된다.
오후 본부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노동청에서 제시한 여러 조건을 직원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모두 설명했다. 그리고 도장 콱 찍었다. 성택 군은 퇴직금에 대해서 예외조항을 두었다. 그러니까 매월 정산해서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기로 단서를 달았다. 이로써 압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근로계약서를 다 작성했다.
이때 몸이 꽤 아팠다. 눈이 가물가물했으며 신경이 어딘가 끊긴 듯이 간헐적으로 아팠는데 두통도 아니었지만, 머리가 꽤 무거웠다. 몸이 마치 걸레 같았다. 온갖 이물질을 닦아놓은 듯이 어떤 고인돌이 오랫동안 눌러 놓은 듯 머리가 아팠다.
이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지나는 생각, 몇 자 적는다. 바깥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집 몇 집 빼고는 모두 임시고용으로 쓴다.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를 채용한다. 실은 아르바이트라고 하지만 가족처럼 지내며 일하는 집이 많다. 언니 동생과 같이 또 실지로 언니 동생으로 일하는 집도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집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또 느낀 점은 커피집도 여타 가게와 다를 바 없어 하루 매출에 급급히 사는 서민이다. 경기와 경쟁에 예외인 곳은 하나도 없다. 모두 생업에 그만큼 매진하며 치열하다. 사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 아니니 생활에 여유를 두고 사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러니 근로 기준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직원은 실은 없다. 법정 임금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근로자께 어떻게 지급하는지 잘 아는 곳은 몇 집 없을 것이다.(최저임금과 법정임금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주휴수당이라든가 연차수당, 판매 장려수당도 마찬가지다. 근무조건도 중요한데 하루 몇 시간 일하는지 몇 시간마다 쉬는 시간을 두는지 하루 근무시간은 몇 시간으로 하는지도 알아야겠다. 하지만 근로기준에 합당한 카페가 과연 몇이나 되나! 그에 맞게끔 여러 조건을 받아주는 매출은 과연 또 몇이나 되나!
근로자라면 어느 곳에 일하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받도록 노력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일하는 직장도 내 일 같이, 해야 하며 이 어려운 경기에 또 경쟁에 헤쳐나려고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진정 함께하는 가족일 것이다. 경영자는 인품과 인성을 제대로 갖춘 근로자라면 얼마든지 함께하려고 적극적으로 아낌없는 배려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 계약서만 작성해도 평균이상은 한다. 그만큼 노동자를 위한 법이 근로기준법이다. 여기서 폐단도 영 없지는 않다. 그러니까 기업이 없으면 노동자는 없는 것이 된다.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으나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내 삶도 있고 사회가 있고 국가가 있다. 국가보다 사회를, 민족보다 개인을, 강자보다 약자를, 승자보다 패자를, 기업보다 노동자를, 남성보다 여성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역으로 국가가 없다면 사회도 없고 기업이 없다면 노동자 또한 없다. 남성이 있기에 여성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겠다. 그러니까 인성과 인품은 기본이 되어야 하며 그 기본이 밑바탕이 되었을 때 미래를 여는 꿈과 희망은 밝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즉, 오시는 고객께 더 나은 서비스를 할 것이며 친절한 카페가 곧 나를 받들게 되니 어찌 하루가 즐겁지 않을까!
단지 54
생이얼마나무거웠으면붉은눈은가벼운눈꺼풀을당길까! 악착같은실핏줄이봉선화곱게핀마당을본다. 저높고푸른하늘에뜬하얀구름처럼고무풍선을달아매놓았을때모기도피해가는두꺼운손바닥만그렸을까! 빗나간관중의화살처럼허리띠볼끈매고달렸던어린백마였던가! 하얀중원이넓으면얼마나넓은가! 가냘프고머리휘날리듯쉽게넘어가는나비여, 수많은박쥐여밤하늘둥근달보며치솟는날개여!
사동, 오전 화원 사장님께서 보리수나무 심은 것을 확인했다. 가지가 고루고루 핀 것이 꽤 운치가 있다. 옆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다. 작년에 심었지만 벌써 꽤 컸다. 땅도 좋아서 아마 십 년이면 제법 운치 있을 것 생각하면 거저 나무만 보아도 흐뭇하다.
사동은 동원이와 정석군이 나와 있었다. 점장 있었고 오 선생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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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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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