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30日
아침은 흐렸으나 점심은 보슬비가 내리더니 줄곧 내렸다.
흐린 날씨와 더불어 머리도 꽤 혼탁했다. 눈도 꽤 충혈이었는데 머릿속이 뭔가 터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속이 매스꺼웠고 앉아 있으나 서 있으나 어디에 있어도 몸은 꽤 불편했다.
오전, 잔돈이 필요해서 은행에 잠깐 들렀는데 전무님께서 물으신다. “요즘도 글을 쓰시는지요?”, 뭐라고 말씀은 못 드렸지만, 조금 부끄러웠다. 나에게 글은 학습장이자 이 배움을 통해 세상을 얘기한 것이니 무엇을 잘 알아서 적는 교양서 같은 것은 더욱 아니기에 그렇다.
오전, 사동에서 정의가 따라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2층 화장실 냄새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 한성에서 어제 수리해 놓았다. 바깥에 PVC 파이프가 건물 모서리에 툭 튀어 오른 것이 보였다. 아마 오수관으로 연결하는 관으로 가스를 빼는 역할로 작업한 것이다.
어제 심은 보리수나무를 본다. 식목일이 적정한 것 같다. 오늘 비가 오니 말이다.
점심은 최 씨와 함께 국밥집에 가서 먹었다. 속이 별로 좋지 않아 나는 육 국수 시켰다. 육 국수는 면에다가 소고깃국을 한 국자 퍼 담은 것이다. 밥맛이 없을 때 꽤 괜찮아서 한 젓가락씩 집는 것도 몇 젓가락 되지도 않거니와 소고기가 듬뿍 들었음인 데다가 국물이 넉넉해서 마시기에 거칠 것이 없어 적지 않게 포만하다.
오후, 몇 군데 마감서와 배송이 있었으나 최 씨께 다녀오도록 했다. 나는 본부에서 책 읽었다. 논의강의를 읽었다.
오후, 월배에 창업하고자 하는 분으로부터 전화 왔다. 전에 분점인 병원에서 한 번 뵈었던 분이다. 커피 교육을 받고 싶다며 말은 하지만, 정녕 교육장까지 오는 것은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교육받은 이를 소개해 주든지 아니면 이쪽 직원을 파견 근무토록 부탁한다. 비용은 아마, 300까지도 생각해놓은 듯하다. 문제는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금방 배운 사람을 보내는 것도 도리상 아닌 것 같아 일단은 현장에 먼저 방문하겠다고 했다.
저녁, 논어를 읽었다. “군자란 도를 추구할 뿐 봉록을 추구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으면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지만, 학문을 하면 봉록이 그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도를 걱정할 뿐 가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엊저녁이었나! 심야에 공병호 박사님의 어느 강의를 들었다. 전에도 공 박사님의 강의는 줄곧 애청한 적 있다. 나에게 와 닿았던 중요한 말씀 하나가 아직도 머리에 남는다. “나를 사회에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만들라!” 창업은 아주 작게 하며 무엇이든지 처음부터 예를 들면 버스를 타고 다니듯이 마치 호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사람 모양으로 생각을 밑바닥에서부터 다져야 한다는 말이 스쳐 지나간다.
아직도 커피는 모든 사람에게 인기 상품이다. 창업하든 음료를 찾든 말이다. 아주 큰 돈 버는 일은 아니나 열심히 하면 굶어 죽을 일은 없다. 거기다가 딸린 식구가 많고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많으니 작은 사회를 만든 것만은 틀림없다.
9시 지났을 때다. 바깥은 비가 오고 있었는데 촉촉이 젖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바라보았다. 작년에 심을 때보다 키가 부쩍 큰 것을 확인한다. 그 옆, 아내가 좋아하는 보리수나무가 촉촉이 젖고 있다. 비에 촉촉 젖는 나무를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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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