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1日
흐렸다. 저녁때 비가 왔다.
날씨처럼 머리가 맑지가 못했다. 오전 두 시경, 컴퓨터에 쓰인 글자가 마치 두 겹으로 겹쳐 보였다. 흐릿했다. 머리도 꽤 아팠는데 아마 노안이 오는가 보다 하며 느꼈다. 아침 먹고 사동에 출근하는데 갑자기 현기증 일었다. 머리 한 대 맞은 것처럼 아팠다.
본부를 기점으로 동쪽에 자리한 카페는 직접, 서쪽에 자리한 카페는 서 부장이 배송 다녀왔다. 진량에 커피를 내릴 때였는데 점장께서 의미심장한 말씀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오전에도 카페를 문 닫았으며 지금 세 시 잠깐 물건을 받고 또 어딘가 가신다고 했다. 그러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직접적인 말씀은 없고 ‘가화만사성’이라야 바깥 일이 잘되지 않겠느냐며 한마디 했다. 아들 문제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씀 하지 않는다. 나는 ‘대학’에도 나와 있는 문구를 한마디 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다며 결국 모든 일은 나로부터 이루니 마음을 잘 다스리고 몸을 잘 가꾸어야겠다.
압량에 있을 때 고구려 왕조실록을 읽다가 시간을 다시금 생각게 한다. 광개토왕릉비는 세월에 닳은 모습을 보며 돌에 새긴 글자도 닳고 닳았다. 이 비는 장수왕이 아버지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에 세웠으니 약 천육백 년 전에 세운 것이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다. 거기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몇 대 몇 수십 대에 이르러도 이 비는 건재하게 서 있으며 우리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앞으로 천육백 년이 흐르면 이 비가 어떻게 남아 있을 것이며 우리 민족은 그때까지도 살아 있을 것인가! 바깥은 비가 내린다. 저 비처럼 수많은 사람이 다녀간 이 지구다. 저 비처럼 짧은 삶을 마감한 우리의 인생이다. 제 뜻이 어떻든지 간에 세워 볼일도 미구하며 지켜나가는 것은 아주 미구한 일이다. 저 비처럼 내려서 역사에 파묻히고 만다.
삼국의 언어 차이겠지만 예전에는 한강을 고구려는 아리수라 했다. 이는 ‘크다’라는 말이다. 신라는 한이라고 했는데 대표적인 말로 큰길을 한길로 표기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경상도 방언으로 ‘한거’라면 많이 라는 뜻이 있다. 솔직히 나도 ‘한거’라는 표현은 자주 쓰는 표현인데 사투리인 줄 알면서도 소싯적 자주 썼던 표현이라서 표준어가 어색할 정도로 잘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그녀에게 감나무에서 딴 감을 바구니에 한거 담아주었다. 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그녀에게 감나무에서 딴 감을 바구니에 많이 담아주었다는 뜻이다.
단지 6
공중에붕뜬음악은흐른다.
우주는산탄처럼혼잡하다.
여전히깨끗한도자기에담은커피한잔
웅지같은찻잔과죽죽내리는비같은
받침대
따로둘수없다.
사동에서 나의 책 ‘구두는 장미’를 잠시 열어보았다. 이 책은 나의 시론서다. 어쨌거나 내가 바라본 시의 관점이다. 전문학자도 아니고 시인은 더욱 아니다. 거저 내 마음 한 자락 놓을 수 있는 여유와 치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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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