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26日
맑았다. 은행이파리가 더없이 푸른 날이었다.
아침 일어날 때면 몹시 피곤하다. 종일 배송에다가 본부 장부 신경 쓰다 보면 맥이 다 풀린다. 저녁에 읽어야 할 책을 생각하며 목표했던 양만큼 읽으려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만 읽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면 몸까지 시들하다. 몸은 늘 피곤하지만, 나는 복이라 생각한다.
오전에 잠깐 (주)유리안 대표 이 씨께서 다녀갔다. 커피가 필요했으며 잘 못 내려온 더치병을 도로 가져갔다. 압량, 정오에 오 씨가 정시 출근했으며 서 부장과 국밥집에 가 점심을 먹었다. 영대 서편에 자리한 이 국밥집은 늘 붐빈다. 점점 이 집 국밥이 짜게 느껴지는 것은 왤까! 나의 입에 짜지만, 주인장께서 주신 국밥과 밥은 다 비웠다.
독서실과 네슬레 커피 대리점과 모 치과와 대구 모 대리점에도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더군다나 배송 가야 할 집도 여럿이라 서 부장 혼자 하기에는 일이 많은 셈이다. 몇 건은 직접 다녀왔다. 바짝 신경 썼어 다니면 얼마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곳곳 들리면 그냥 나올 수는 없어 안부라도 주고받으면 시간 꽤 걸린다. 오늘은 커피만 전달하며 나왔다.
하양에 커피 매장을 내기 위해 자리 좀 보아달라는 모 선생의 부탁이 있었다. 이 일로 내부공사만 전문으로 하는 장 사장, 본점으로 오시게 했다. 두 시 반에 만나서 하양에 세 시 전에 도착했다. 경일대 앞 상가건물이었다. 지금은 부동산중개매매 사무실로 사용한다. 주인장께서는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를 팔고 싶었다. 매장은 이 십여 평 족히 돼 보였다. 천고가 제법 높았는데 아무리 안 돼 보여도 약 삼 미터 오십 넘어 보였다. 여기는 대학가다. 근방 커피집이 없어 테이크 아웃 전용으로 내기보다는 카페로 전적으로 하며 어느 구석진 자리에 부동산 좌석 한자리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매상 얼마가 오를 것이며 투자비는 어떻게 들어갈 거라는 얘기를 자세히 했다. 하지만 주인장은 그만큼 투자할 자본이 없다. 한 삼십여 분간 대화했지만 천여만 원도 투자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커피집과 예상 수익 그리고 투자비는 테이크 아웃으로 낼 때 드는 비용과 카페만 전적으로 할 때 드는 비용만은 충분히 설명했다.
이야기 끝내고 다시 본점 돌아오는 길, 장 사장은 한마디 한다. 거래하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이듯 여러 군말을 뱉었다. 나 또한 장 사장께서 본 눈빛과 다르지는 않았지만, 사회에 몸담은 이상 맡은 바 일은 해야 한다.
단지 19
한없이깊고넓은바다를누비며다녔을거라는고등어가노릇노릇하게구워져있다.한마디로말해서고등어백반이다.마른나물을무친거며생나물과콩나물김치와각종반찬이널브러진밥상에는구운고등어가그중앙이라단연주인이다.뼛골도노릇하게익어서젓가락으로새새발기면바다의층계를고스란히벗는다.벗은그계단을한점씩오르면하늘은더없이자유롭고둥둥떠있는구름한쪽도부럽지않다.가만,
가만있어라!깊은바다의압력도앞길한길도볼수없는먹먹한길이라생각지말자.
함께 일하는 오 씨는 내린 더치 병을 열 병이나 챙겨서 가져갔다. 어디서 주문을 받았다고 했는데 솔직히 들어도 모르겠다. 거저 가방이 더부룩했는데 미소 지었더니 미소로 화답한다. 그래도 이 좁은 가게에 실성 안 하시고 이리 재미나게 일해주시니 기분은 아주 좋다.
압량, 여름 다가오니 띄엄띄엄 손님 오신다. 한 분이 오면 또 한 분이 오고 잠시 앉아 책을 읽다가도 또 들어오시니 커피 한잔 만들며 안부 전한다. 단골이신 고 씨도 오늘 오셨는데 위로 올라가며 아이스 더치를 마시며 갔다. 근데, 친구 두 분과 내려왔는데 아이스커피 석 잔 달라고 했다. 시럽은 늘 넣는다. 오늘 어데 가시느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또 금시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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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