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19日
맑았다. 덥지도 않았으며 춥지도 않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어디 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늦은 밤, 비 좀 내렸다.
아침 사동 개장하고 한학촌에 갔다. 어제 주문받았던 커피를 가져다 드렸다. 본점은 아래 주문했던 커피를 가져다 놓았다. 어제 오후 본점에서 일하는 최 선생의 말씀에 깜빡 잊었던 주문이었다.
정오, 최 선생의 동생 최 씨와 함께 밀양에 다녀왔다. 며칠 전에 주문받았던 커피였다. 밀양은 커피 주문을 미리 한다. 그것도 한 이틀이나 삼 일 전에 한다. 본부에 일이 많으면 어느 날 정하기도 좋아 밀양에 특별히 시간 내서 가보기도 한다. 점심을 이곳에서 먹었다. 밀양 에레모사 주인장 상현이 어머님께서 직접 나오시어 인사 주셨다. 언제나 들러도 가게에 어느 자리에 앉으시어 건물 앞에 골동품가게 아주머니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다. 두 분 사이는 아주 절친한 사이다. 가게에 골동품이 많은데 이들 물건은 모두 앞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가게가 그런대로 볼거리를 제공해 주니 여기 머물다가 가는 손님은 나름으로는 눈요기라 꽤 즐겁다. 우리 가게에도 이렇게 갖추고 싶지만, 내가 자주 머물러 있지는 않아서 주위 사람에게 폐가 될까, 하지 못한다. 더구나 저 골동품 하나 쥐었다 하면 최소 몇십만 원에서 백은 족히 넘는다. 관상용으로 갖추기에 나로서는 조금 버겁다.
식사 마치고 후식으로 아이스커피 한 잔 가져다주었는데 한 모금 당기니 커피 향이 물씬 나서 한마디 했다. ‘야아~ 커피 맛 좋네’ 하며 했더니 상현이가 한마디 한다. 안 그래도 오시는 손님마다 이 촌 골짜기에 커피 제대로 한 곳 있어 모두 만족한다며 이야기해 주었다. 정말 내 커피라서 붙이는 말은 아니다만, 한 모금 당겨 커피 향이 이렇게 진한 것은 바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평, 교회에 자리 잡은 이 씨네 가게에 들렀다. 기계 망과 고무 가스겟을 갈아 끼웠다. 전화가 왔다. 기계가 물이 곧지 않아서 이상 있는 것은 아니냐며 물었다. 지금쯤은 그럴 만도 하다. 커피 기름기가 아마도 채였을 것이니 말이다. 스테인리스강 망과 고무는 모두 유상처리 한다. 새 차를 샀다고 해서 엔진오일을 그냥 갈아 주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간 가게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카페가 전보다 훨씬 복잡해 보였는데 도자기 전시용으로 받침대가 상당히 많았다. 사람 한 길 정도의 크기로 폭은 약 40전 너비가 2m 정도인 장이 몇 개 놓였으니 가게가 비좁아 보였다. 여전히 도자기 교습을 받는 분이 몇 분 있었다. 주인장은 초췌해 보인데다가 어깨 축 처져 있었다.
정평, 강 선생 가게에 들렀다. 교육받으시는 청도 모 분이 있었다. 오늘은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 본점에 들러 생두를 싣고 조감도에 가져다 놓았으며 최 씨는 이곳에서 실습했다.
조감도 뒤 심은 왕 살구나무는 올 한해 결실은 모두 끝난 셈이다. 몇 개 남지 않은 살구를 마저 땄다. 농사라고도 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심어놓은 것도 아니었다. 과실수 심어놓고 바라보며 지냈다만 살구가 실하게 익는 모습 보는 것도 기분 꽤 좋다. 내가 딴 살구는 오 선생, 배 선생, 그리고 졸업한 서 부장, 점장 석씨, 점장 구씨, 박 군과 박 양은 먹지 못했다. 또 먹지 않으려고 했다. 본점 최 선생, 교육받으시는 이 선생, 실습 받으시는 권 선생은 꽤 좋아했다.
나무는 비교적 작다. 손을 뻗으면 살구를 쉽게 딸 수 있을 정도다. 내년은 나무가 더 많이 크기를 바라며 열매 또한 많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참으로 좋다.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사람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하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운문에서 전화가 왔다. ‘커피를 따로 볶았으면 싶다’며 말씀 주셨다. 전에 황금동에 사업하는 김 씨께 자체상표로 볶아서 납품을 넣은 경험이 있다. 이 집은 야구장에 쓸 커피로 상당히 많이 나갔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렇게 볶아 드린 적 있다.
청도 산동지역이다. 다음 달이면 카페가 하나 더 생기게 되었으니 점장께서는 아무래도 신경을 영 안 쓸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거리상으로 보면 꽤 되지만 또 아무런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음에도 긴장했다. 처음 경산 곳곳 분점 낼 때였다. 같은 커피가 동네마다 팔 게 되었으니 기존의 점장께서는 달갑지 않게 보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 지나 보니, 오히려 상표를 제대로 알리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상표가 같아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며 생각도 해본다.
이곳은 상호가 다르다. 상호가 달라도 커피 맛을 구별하며 마시는 고객은 없다고 본다. 물론 고객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점장의 친절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커피는 친절해야 한다. 그러니 커피는 어려운 일이다. 청도 산동지역도 점점 카페가 늘어나는 것을 본다.
단지 45
손님께커피뽑아드리는커피쟁이죠 몇장의지폐몇푼의동전한닢은몇안되는마음서랍에있죠 거저붉은태양만믿으며자란붉은열매를또오옥따서하얀바구니에다가담는일이어요 바구니는널널합니다 쇠약합니다 더군다나아직은미약합니다 뻣뻣한시곗바늘처럼커피는걸쭉했으면싶어요 그라인더사회가잘융합해서웅덩이같은소망에곱게담았으면싶어요 꽈아악잡으래이 야야-꽉꽉잡으래이 뜨거운열정이작은데미타세잔에다가꿈으로사정하고싶어요 몇장의지폐몇푼의동전한닢은몇안되는마음서랍에있죠 단지, 손님께커피뽑아드리는커피쟁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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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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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