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9日
날씨는 꽤 맑았다. 하지만 온종일 머리만 지근거렸다.
오전, 본점에서 커피 교육했다. 커피 마케팅이란 주제로 약 두 시간 가까이 강의했다. 강의하며 느낀 것은 수업다운 수업이며 강의다운 강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대학 다닐 때 일이다. 한 과에 학생이 약 100여 명 이상 모아 놓고 강의하는 교수님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강의라 할 수 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질의와 응답시간 같은 것은 아예 없다. 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분위기였다. 오늘 커피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이 주겠지만, 궁금한 것이나 모르는 것 있으면 바로 질문하는 학생을 대하면 기분이 좋다. 이것은 커피 하는 나에게도 성찰할 기회를 준다.
오후, 화원에 일하는 후배에게 문자를 주고받았다. 로스터기 설치 일자와 시간을 맞췄다. 정문기획에 다녀왔다. 카페 조감도 홍보용으로 사각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 하나 했다. 전에 그러니까 작년이었다. 시집을 여러 권, 사서 읽은 적 있었다. 그중에서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시집을 여러 권, 사면 사각 주머니를 하나 끼워 받은 적 있다. 생각보다 간편하고 무엇을 담아 다니기에도 좋아 보여 이 주머니를 만드는 공장을 알아보고 전화했다. 한 장당 가격이 1,400원 정도 했는데 500장 주문했다. 판촉으로 쓰기에도 가격부담도 없어 이거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머그잔과 수건 외에 특별히 고객을 위해 선물을 제작한 일이 없어 이번에 새로이 주문했다.
병원 분점에서 전화 온 일 있다. 어제였다. ‘본부장님 교육상담이 있어요. 한 번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오후 4시로 약속했다. 대구 월배 사람이다. 조경 관련으로 관급공사만 주로 해왔으며 꽤 사업을 일구어 오신 분이었다. 이번에 여러 가지 목적으로 카페 하나를 인수하게 되었는데 카페로 인해 크게 돈 벌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카페로 인해 본 사업에 효과를 높이기 위한 어떤 한 방편으로 인수하게 되었다고 했다. 근데, 커피를 제대로 뽑아야 하면 교육이 필요한데 어디서 배울까 해서 고민하다가 전화한 거였다. 중요한 것은 월배까지 파견 오시어 가르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교육비만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였다.’ 월배면 다른 일을 못 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커피를 제대로 하는 아르바이트 구해서 어깨너머 배우는 것이 나을 거라며 말씀드렸다. 커피를 잘 모르시는 분 같았다. 커피가 막연히 좋아서 인수 한 느낌이다. 정말 커피를 알면 이 분은 포기할 분이다. 왜냐하면, 관급으로 일하는 조경 사업이 오히려 더 낫기 때문이다. 조경 사업에 비하면 커피사업은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다.
사동 조감도 일이다. 임금문제로 배 선생과 석 점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실은 여기 일하는 정 직원 그러니까 배 선생이나 석 점장, 박 군과 박 양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문제가 되면 모를까 그렇다고 해서 일한 임금을 주지 않은 적도 없다. 보통 하루 일하는 시간이 8시간이면 우리는 7시간 일한다. 이것도 직원 처지로 보면 큰 이점이다. 다른 업소에 비하면 약 삼사십만 원 더 들이는데도 불구하고 못마땅한 눈치다. 시급 계산을 기본으로 해서 월급이 나가는데, 이것을 노동청에서 요구한 데로 월급제로 바꾸는 것도 여론이 분분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받는 월급으로 만족하니 본부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예의상 말하는 분도 없었다. 매출은 작년 가을 이후로 나아진 것도 별달리 없는 이곳 조감도다. 아직도 지난 달 임대료는 지급하지 못한 처지고 세무서는 일이 잠시 끝났을 뿐이지 다음 달이면 또 부가세 신고다.
나는 분명 ‘카페 조감도’ 경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맞다. 상호고 명예고 저술이고 간에 누가 더 명석하게 조감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내드리고 싶다. 이제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 나는 어느 곳에서나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적자를 보아가며 사업할 이유가 없으며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한 달 매출 2천여만 원 인건비 칠백만 원 임대비 이백이십만 원 들어가는 커피 재료비 약 사백여 만원 코스트에서 사다 쓴 카드 값이 백여만 원, 은행 이자가 백오십만 원이다. 빵 굽는 기사 월급과 매달 부가세 10%와 각종 세금(전기세)은 포함하지 않았다. 제빵사 월급은 얼마며 전기세는 백여만 원에서 백오십여만 원 계절마다 다르다. 그러니까 여름과 겨울이면 백오십만 원이고 봄과 가을이면 백만 원에서 조금 덜 낼 수도 있다. 제빵사 월급을 제외하면 경비만 약 천구백여만 원이 나온다. 그러니 작년 개점하고 가을과 겨울은 매달 오백여만 원 이상 빚을 더 낸 셈이다. 갖은 빚 더는 늘어서는 안 되지만 줄이고자 노력하고픈 의욕마저, 노동청은 다시 꺾어놓는다. 문제는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이다.
오후, 석 점장에게 전화했다. 언제 직원 다 모여서 회의를 해야겠다며 시간을 마련해 보라 했다.
단지 35
젤리바른윗도리는제자리에놓인수많은별을보고걸었다. 둥지별은오로지천장만본다. 천장은구둣발로짓누른뱀머리였다. 사포처럼지방,양둑을지나왔다. 텃새는뭉개진머리를쪼았다. 실핏줄이거미줄처럼돋았다. 지워도아니지워도자를수없는몸뚱어리가자꾸아프다.
늦은 밤 제사가 있었다. 오 선생은 제사 음식을 다 장만하였으며 일절 마감까지 했다. 내일 주문 받은 청도 가비 커피를 본점에서 볶았다. 나는 내내 머리만 아팠는데 몸이 심상치가 않다. 이번 달 들어오고 나서는 하루도 몸이 성한 날 없었다. 본부에서 내일 아침 일찍 우드에 들어갈 커피를 챙겼으며 1시에 마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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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