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21日
맑았다.
이른 아침 사동 개장하고 여기서 바로 봉덕동에 갔다. 봉덕동에는 카페 주인장 이 선생과 바깥어른도 함께 계셨다. 도착한 시간이 열한 시 가까웠는데 아침 드시지 않으셨는지 무엇을 드시며 계셨다. 혹여나 방해된 것은 아닌지 몰라 조금 쑥스러웠다. 내가 도착하고 잠시 후 대구 모 업체 기사가 왔다. 기사는 모르는 얼굴이며 어디서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 업체는 아는 업체라 이 선생께 여러 가지 조언을 드렸다. 오늘 여기 온 것은 드립그라인더 분도 조절 방법을 이르기 위해 왔지만, 기계는 이미 조립되어 있었다. 아침, 실험 삼아 드립 두 잔을 내렸다. 어느 커피 회사 건지는 모르나 에스프레소 커피와 예가체프를 드립으로 내렸다. 찐 내가 몹시 나 맛이 영 아니었다. 웬만하면 마시는 커피지만 그냥 한 모금 입 대고는 말았다.
어제 주문받은 주문을 챙겨서 서 부장과 함께 배송 다녀왔다. 밀양에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덤프트럭이었다. 아무래도 졸음운전 했는지 차가 고속도로에 엎어져 있었는데 경찰차 한 대 대형 크레인 한 대 와서 차를 일으키기 위해 작업하고 있었다. 이 일로 고속도로가 상당히 막혔는데 우리가 내려갔을 때는 차가 그리 많이 밀리지는 않았다. 밀양에서 식사하고 볼 일 다 보고 올라올 때였는데 여전히 그 큰 덤프트럭을 견인하지 못했나 보다. 차가 이번에는 청도 지나서까지 죽 밀려있었다.
밀양, 에러모사에 왔다. 이번에는 동편에 자리했다. 서 부장도 나도 스파게티 주문해서 먹었다. 주인장께서는 골동품을 꽤 좋아한다. 한 몇 달 뵈지 못했으나 새로운 골동품 몇 점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 분쇄기인데 아마도 일제 강점기쯤으로 보이는 물품 두 점과 집에서 오랫동안 썼던 서랍장 두 점이 보였다. 주문했던 스파게티 나왔다. 서 부장은 버섯 관련 스파게티 같은 거였고 나는 해물 스파게티였다. 그 전에 수프가 나왔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맛이 꽤 있었다. 이 수프를 한 숟가락씩 떠서 먹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경음악은 클래식인 데다가 카페 분위기는 로코코, 귀족풍 식사는 하나가 나오면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다 끝나갈 때쯤이면 또 다른 메뉴, 그렇게 하나씩 먹으면 마지막은 스파게티다. 바깥은 자연경관에 아름답고 그렇게 응달은 아니지만, 햇볕은 충분히 보이는 이곳 에러모사에서 점심을 3시쯤 했다.
그러니까 이러한 식사를 즐기는 부류는 현대여성이다. 서 부장과 식사 한 끼 하면서도 이 카페 고객은 모두 여성분들뿐이었다.
대구 카페 무봐라로 향했다. 서 부장이 운전하며 나는 옆에 실려 갔다. 운전은 직접 하는 것이 덜 피곤하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백제사를 읽기도 하며 거래처에서 온 문자와 전화를 받기도 했다. 꽤 피곤했다. 중국 사마천이 지은 사기가 있다면 그 영향을 받아 지은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있다. 이 삼국사기가 사대부 주의적 역사관을 갖고 쓴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백제사에 더 뚜렷하다. 주의 여러 나라에서 쓴 당시 역사서 그러니까 중국의 진서, 송서, 양서 거기다가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말이 많은 일본서기까지 비교하여 보면 백제에 일어났던 일을 허술하게 적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을 축소 기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은이 박영규 선생께서 각 사서를 비교하여 우리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대목이 많아 읽을 가치가 있다. 나는 서 부장에게 물었다. 삼국사기 누가 지었는지 아느냐고 했더니? 솔직히 누가 지은 것 때문에 물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역사관에 관해서 얘기 나누려고 했는데 누가 지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더는 할 말을 잃었는데 지금의 삼십 대는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14
너른평야보면누떼가있다.푸른초원을향해대이동한다.악어떼득실거리는저강을우리는건너야한다.어느누는무사히건너갔지만어느누는발목잡혀강물에허우적거린다.결국,발목날아간누가땅밟고초원에절뚝거리며걷는다.어느누는결국강물의포악한식성에희생이된다.발목을잡고놓아주지않는악어가있다.악어의골목대장이왔다.골목대장도모른다.오로지긴강물에얹혀있으니우리는악어가되었다가누가되었다가어쩌면강물인듯아닌듯잠시있었는지도모르는억겁의꿈같은현실에있다.
압량 마감할 때였다. 아까 더치에 관해서 오 씨와 여러 가지 말을 나누었다. 그러니까 커피는 얼마며 얼마를 받았고 또 내린 커피는 얼마니 얼마를 받고 팔면 된다는 둥 그러다가 그만 시재를 다 맞춰 놓은 오 씨와 계산 착오가 있었다. 솔직히 다 맞는 말이며 계산도 맞는데 인수하고 마감 때까지 책 읽다가 또 글 몇 자 적다가 그만 다 잊어버렸다. 그래서 전화해서 다시 확인하니 떠오른다. 그러나 이 일로 오 씨가 꽤 마음이 상했다. ‘본부장님 아까 다 맞췄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러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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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