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15日
맑았다. 오후는 비교적 끄무레했지만 맑은 편이었다.
오전에 시작한 커피 교육은 정오쯤 지나 마쳤다. 오늘 졸업하는 용준이랑 여기서 가까운 보쌈집에서 점심을 한 끼 했다. 내일부터는 혼자서 해나가야 한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내근 업무도 상당히 많아서 모두가 머리 아픈 일뿐이다.
오후, 노동청에서 요구한 근로자 근무시간을 모두 작성했다. 점심 먹고 난 후, 시작한 일이 오후 10시 30분쯤에야 마칠 수 있었다. 그 사이 화원에 일하는 후배가 찾아오기도 했다. 후배는 커피 일 하기 전에 피자집을 했는데 직원으로 아주머니를 고용한 적 있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성품도 좋고 일도 잘했다고 한다. 일 그만둘 때다. 집의 남편이 노동법에 근거해서 여러 가지로 노동청에다가 고발한 일이 있었다. 이 일로 후배는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후배는 얼굴이나 성품이나 어디를 보아도 호감 가는 상이다. 더구나 붙임성도 좋아 아주 사교적이며 누가 보더라도 매력이 있다. 후배는 나에게 충고 어린 말을 해주고 갔다. 노동계약서에 관한 내용이다. ‘포괄성 계약’이라는 단서를 달면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강조하기까지 했다.
대학에서 노동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법 조항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또 시기가 25년이나 흘렀다. 사업하는 사람은 일하기 바쁘지 복잡한 노동법을 구태여 생각하며 다니는 사람은 없다. 또 생각하면 오히려 머리 아픈 일이라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더욱이 고용문제는 모두 가족적이며 정겨운 분위기로 이끌고자 노력하지 긁어 부스럼 내기 싫은 게 경영자의 마음이다. 이번 일은 이것이 더 큰 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불화를 미리 방지하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노동청에서 온 것은 그간 내 모르는 일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단지 41
허기가바나나껍질벗긴다. 태생은애초여기가아닌 물건너아득한시간에무르익어간다. 까만점송송박은바나나를 오늘도난벗긴다. 딱딱한식탁처럼개지않은이불보며 입으나마나한팬티입고 느슨한고무줄다시조이듯한입먹는다. 나비는날고앨빈케넌은 ‘바나나의죽음’을선포했다. 단지, 네가족이먹을수있는바나나를 오늘도마트에서산아내가있고 그것을식탁모서리에다가놓은둘째가있었다. 맏이는바나나를먹지않을것이다.
가만 생각하면 사람이 사람을 고용한다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앞으로 어떤 사회가 도래할 것인가! 그러니 이끄는 자가 올바른 미래를 제시하지 않으면 현실은 암울한 시궁창이다. 새로운 수요가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은 믿음도 피 끓는 열정도 허황한 꿈이라도 내놓을 수 있으면 이것은 별 탄 희망이며 곧 내일이며 합일이며 욕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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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