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이제 그만 비를 뿌리옵소서.
어제도 비 오늘도 비
하루 종일 비
일주일 넘게 비를 뿌리니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은 어찌 살라고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비는 죄악입니다.
지금이 첨단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건설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일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원시시대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다, IT왕국이다 자랑하지만
건설현장에 오면 그 자랑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비만 오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좋게 보아 자연의 섭리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랄 수 있겠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사치적 언어에 불과합니다.
1년을 통 틀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반도 안될 것입니다.
겨울 3-4개월, 장마철 1개월, 명절휴가 를 포함한 기타 1개월 등
대충 잡아 보아도 6개월은 일하지 못하는 날입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6개월도 일을 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건설경기가 좋지 않으면 6개월 보장이 어렵지요.
6개월을 다 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월 백여만원 수입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소득으로 우리 가족들은 먹고 살아야 하니 정말로 막막합니다.
먹고 자고 입는 최소한의 생활비에도 턱없이 모자람은 물론
아이들 교육비까지 생각은 불가능합니다.
사교육요?
과외수업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값운동에 대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이러저런 좋은 말씀들...
건설현장 근로자에게는 우이독경일 뿐입니다.
이 업종이 3D업종이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십년내지 이십년 후의 현장에는 노년층의 근로자가 있거나
인근 국가에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0대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니까요.
이삼십대 젊은이들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월소득이 이렇고 사회적 대우가 이러니 젊은이들이 찾을 리 만무하지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점은 적지 않습니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고 공언하지만 딴 나라의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이웃 일본이 소득 2만불이었을 때 어떠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는 이 현실을 하늘만 탓할 것인가?
자세히 따져 보지 않았지만, 근본 원인은 건설현장의 일거리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공사발주 감소, 최저가 입찰, 일거리 축소라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최저가 입찰을 시행하고 기업은 최저가 낙찰로 일거리는
받았지만 채산 맞추기가 쉽지 않고 하청업체는 업체대로 손해볼 수가 없으니
결국엔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 영향은 고스란히 근로자 몫으로 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현장은 자연의 현상까지 직접 영향을 받으니
악순환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답니다.
그러하니,
하늘이시여!
제발 비를 좀 멈추어 주십시오.
힘없는 근로자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당신밖에 없나이다.
정부와 기업에 대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서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나요.
일할 수 있을 때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는 것은 하늘뿐이라오.
농작물이나 우리 인간을 위하여 꼭 필요한 강우만 제외하고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비를 뿌리게 하여 빨래도 마르지 않고
일도 못하게 하는 비는 삼가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일 없다 보니 돈도 없고
돈 없으니 방콕하고
방콕하니 마누라와 자식들 눈치 보이고
가족들 눈치 보니 애비 자격 없는 것 같아
늘 죄스런 마음으로 살아 가고 있나이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늘이시여!"
***주: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이곳 저곳에서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없는 살림에 비까지 몰아치니 하늘이 무심하다는 생각에서
건설근로자를 예로 들어 상상의 편지를 써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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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