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이제 그만 비를 그치게 하소서.
줄기차게 내리는 폭우로 이미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있었습니다만,
지난 7월 14일자 본인의 편지 "하늘이시여! 이제 그만"에서 우려했던 불상사가 터졌나이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기에 소개하나이다.
8월17일 07시36분 연합뉴스는 "비 때문에 일감 끊긴 50대 일용직 자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나이다. 매일 내리는 비로 일감이 끊긴 50대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가 생활고를 비난해
2-3일전 자신이 살던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15일 오전 집주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나이다.
비단 이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과연 이것뿐이겠습니까?
보도만 되지 않았을 뿐,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비때문에 일을 못해 생활고를 격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일용직 건설 노동자에게 비는 죄악이나 다름없나이다.
지난 6월중순부터 시작된 장맛비는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예보가 발표되기 무섭게 더 큰 폭우와 바람이 쉴 새없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나이다. 그러니 비가 오지 않아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지금까지 거의 일을 하지 못해 하루하루 생계 유지가 막막할 뿐인데도 아무런 도움이나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활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나이다. 이런 고통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에게 국민소득 2만불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세계경제대국 진입 등과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이까? 이런 사고의 원인이 그들 자신에게만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에 대한 법적이고 제도적인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이 없나이다. 이는 기상의 이변과는 다른 차원에서 정부가 미리 손을 썼어야 함이 옳은 정치이건만 아무도 손 대지 않았나이다.
그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집안의 가장입니다.
그들은 소박한 근로자입니다.
그들은 건전한 시민입니다.
그들의 손에 아들과 딸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들이 죽어면 아들과 딸들이 죽고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가 혼란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이 사회에서 소외되어 왔나이다.
그나마 지금처럼 장기간 비가 오지 않았던 과거에는 하늘의 도움으로 일을 할 기회가 부여되어 근근히 생존해 왔습니다만 이번과 같은 경우가 계속 된다면 그냥 죽을 수밖에 없나이다.
그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조속하게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늘이시여!
이제 그만 비를 그치게 하소서.
어려운 이들을 위한 하늘이 되어 주소서.
오죽했으면 자신의 생활고를 비관하여 하나 밖에 없는 귀중한 목숨을 버렸겠나이까.
그 분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기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중학생 아들이 있다고 합니다.
너무 외롭고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합니다.
경찰은 "올 여름 유난히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건설현장 일감이 줄어 생활고가 심해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 것이라고" 밝혔나이다.
정말로 안타까운 심정이며 답답할 뿐, 말로 표현할 수 없나이다.
고인의 명복만을 빌뿐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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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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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