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글 : 보암
지난 일요일에는 함평 국화축제를 보고 왔다. 국화의 종류도 많지만 형형색색 꾸며 놓은 그 정성
이 너무나 아름답다. 봄에는 나비축제로 군민들이 애를 많이 쓴다. 그런데 가을까지 또 축제를
하니, 보는 우리야 즐겁지만 관계자들은 고생이 많을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유명한 시인들의 시들이 국화그림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 우리가 잘 아
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도 들어 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
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하는 대목에서 나의 눈길이 멈추었다.
봄부터 소쩍새만 우는 게 아니라 군민들이 그렇게 울었을 것이다. 함평군은 나주와 영광에 걸쳐
있어 교통로가 아니다 보니 소외되기 쉬운 곳이다. 그래서 주민수가 해마다 줄어든다. 관광자원
도 거의 없다.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군수를 비롯한 군민들이 아이디어를 짜 냈다. 어찌 나비가 함평에만 있을까 만은 나비를
태마로 축제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전국축제 중 가장 우수한 축제로 꼽히게 되었단다. 이렇게.
' 하면 된다'는 교훈을 준 군민께 박수를 보낸다.
꽃들은 대부분 봄에 피고 여름에 성장하며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국화만이 가을에 청초
함을 자랑한다. 그 향 또한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그런지 4군자에 당당히 끼어 선비들
의 사랑을 받는다. 아니 이제는 모든 대중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다.
우리 동양권에서는 음양의 조화를 매우 중요시했다. 그래서 그런지 숫자에도 음양이 있다. 홀수
를 양이라 하고 짝수를 음이라 했다. 숫자가 겹치는 날들을 기가 충천한 길일로 여기며 그날을
즐긴 풍습이 있다. 이 것이 기수풍습인 것이다.
음력으로 1월1일은 설날, 3월3일은 삼짇날, 5월5일은 단오날, 6월6일은 유두날, 7월7일은 칠석날,
9월9일은 귀일 중구날(重九日)이다. 또한 양이 중첩된다고 해서 중양(重陽)이라고도 한다. 이 날
은 국화주와 국화전을 부쳐 먹고 단풍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기수민속은 중국의 한나라 때부터 성행을 했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때부터 행해졌다고
한다. 안압지의 임해전(臨海殿)이나 월상루(月上樓)에서 군신들이 풍류를 즐겼고 조선시대에도
서울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고 단풍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노란 국화를 따서 찹쌀과 섞어 찌면 향긋한 국화 찹쌀떡이 된다. 국화와 함께 배와 유자와 석류
와 잣 등과 함께 꿀물을 섞으면 화채가 된다. 국화주를 빚고 국화전을 붙이며 국화떡과 국화화채
와 함께 단풍이 깊게 물든 산야로 가서 시 한수 읊는 여유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우리 조상들은 외침에 시달리고 농사일에 힘이 들었어도 이렇게 호연지기를 즐기며 살았던 멋진
민족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미풍양속을 이어받아 우리도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한다. 국화가
만발하고 단풍이 불타는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기며 살아보자.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
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다지 않은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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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