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외로움
(2006년 4월 05일 수요일 비 그러다 맑음)
나무가 잘 자랄 정도의 적절한 비가 오는 식목일입니다.
이제 쉬는 날이 아니라서 그런지 식목일의 의미도
퇴색되어 가는 것 같은데 제게는 잊지 못하는 날이지요
25년 전 식목일 날 산사태를 만나 1년을 휴학했던
그 날...
그 해 제주의 봄도 일찍 찾아왔던 것 같다. 3월에 벌써
봄꽃들이 많이 피고 봄바람과 봄볕으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방문을 열어뒀는데 작은 제비 한 마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린 마음과 호기심에 제비를 잡아 보려고 유리창문을
닫고 제비를 잡던 중 몸놀림이 빠른 제비가 손에 들고있던
소쿠리에 맞아 죽어버렸다. 미안하기도 하고 놀부처럼
벌을 받을까 싶어 아무도 모르게 밀감 밭 측백나무 밑에
묻어 주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하고 십자가도 만들어 줬지만 미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제비와 마주치기 싫었는데 그 주 식목일 오늘처럼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다. 식목일 행사를 하러 교회에 가서
나무도 심고 주변과 동네 정리도 하고 오후에 교화마당에 물이
고이는 곳이 있어 그곳에 깔아줄 송이(물이 잘 빠지는 자갈)를
캐러 여러 사람들과 산으로 갔다. 물론, 그곳에는 아버지도 형도
사촌 형도 있었다. 왠지 가기 싫었지만 혼자 가지 않을 수 없어
간 그곳에서 송이를 경운기에 싣다가 산사태를 만나 집채만한
흙더미에 깔리게되었다. 이상한 것이 그 많은 사람 중에 혼자만
다쳤다. 그 일로 일년을 휴학하며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리곤, 알았다.
모든 행위에는 크던 작던 그 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Tomorrow
일기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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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외로움
이승민
외로워 본 적이 있나요
정말, 정말로 외로워 본 적이 있나요
그 무서움 느껴본 적이 있나요
산의 분노에 내 몸 내주고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 죽음이라는 길목에서
잃어버린 감각에 정신은 온전한데
아픈 곳은 하나 없는데
털털거리는 경운기 위에서
파리하게 식어버린 내 얼굴 바라보는
더 하얗게 변해버린 얼굴로 괜찮으냐는 물음에
정신은 멀쩡한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목소리는 왜 안나오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하얗게 미소만 띠던
그 추위
그 막막한 외로움
정신은 멀쩡한데 하얗게 흐려지는 세상
친구도 가족도 내 존재마저도
하얗게 부서지던 그 외로움
눈떴을 때
온통 하얀 세상에 홀로서 있던
아버지 그 모습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소리 없이 흘리시던 눈물의 의미
그 하얀 외로움 가득한 곳에 있을
아버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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