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고비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역주행하며 나를 향해 돌진해 오던 버스와 정면 충돌을 피해서 한 번,
길 가에 주차되어 있던 차를 들이 받지 않고 밭둑을 비스듬히 타고 넘어서 또 한 번,
그 차를 벗어나자 마자 눈앞에 나타난 전봇대를 들이 받지 않고 50cm 앞에서 멈춰 서면서 다시 한 번,
순간적으로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몇 일 있다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 들의 반응은
"다친데는 없나요, 안다쳐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래도 물리치료 잘 받으세요"
"그러니까 조교수님도 교회다니세요, 천국에 가야지요"
"더 살라는 운명이니 현재를 즐기며 사세요"
건성으로 들으며 "나는 말이예요...." 하고 자기 사고 얘기를 늘어 놓는 사람.
그 사실을 써보냈던 편지를 받아 보고도 일언반구 없는 사람.
타인에게 나의 존재는 무엇일까?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죽었다는 게 그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사고 얘기를 듣자마자 한 밤중에 서울에서 내려 온 아들 녀석들이
내 삶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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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