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또 벌금으로 들어왔다.
돈도 사실 얼마 안된다.
벌금이 얼마 안되기 망정이지 만약 액수가 크다면 한숨부터 나왔으리라.
이 더운 여름에 그녀와 부대낄 것을 생각하면........
내가 보아도 그녀는 마음이 저 먼 산에 가 있는 듯하다.
그런 그녀와 말씨름하는 동료들이 딱하기도 하지만, 마구 쌍욕을 해대며 자기 머리를 쥐어 뜯을 때는 나도 참 난감하다.
그녀의 올바른 정신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어제 있었던 일..........
동료들이 자기를 보고 자꾸 웃는다고 기분이 나쁘다며 한바탕 소란을 부린다.
자기 가슴을 치고 머리카락을 한웅큼이나 뽑아내는데 다들 아연실색을 하고 그 순간에는 달래는 수 밖에 없다.
조용히 알아듣게 타일러 보지만 도통 통하지가 않는다.
결국에는 언성을 높이게 된다.
내가 화를 내자 그녀는 아무 말이 없이 한쪽 벽에 보이지 않을 만큼 물러서서 조용하다.
다른 방까지도 일순간에 조용해진다.
그렇게 언성을 높이고 인상을 써야만 사태가 가라앉으니....
화를 내고 되돌아서오는데 혈압이 자꾸만 올라간다.
날씨도 덥고 짜증나는데 그녀까지 내 열을 올린다.
시간이 지나도 그 방이 조용한 걸 보면 사태는 진정이 된 듯....
내가 인상쓰는 모습이 그들도 보기 싫을게다.
방안 분위기가 어떤가 보려고 가 볼까 하다가 다시 내 얼굴을 보면 그녀가 또 뭐라고 정신없는 말을 쏟아낼 것 같아 그냥 다른 근무지로 간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방 안의 쓰레기를 내면서 그 방 분위기를 본다.
역시나 조용하다.
하지만 어제 내가 화를 낼 때 얼어있던 표정들이 오늘 아침에는 확 풀려있다.
아아.... 그들 모두의 미소가 반갑다.
나 또한 씩 웃어준다.
먼 산에 정신을 두고 온 그녀는 무표정한 채 말이 없다.
가는 날까지 조용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방 안 사람들의 인내심이 얼마만큼 그녀를 받아줄런지는 모르겠으나, 밥상에 앉아서도 침을 아무데나 뱉고 아무에게나 쌍소리로 욕을 해대니 그녀를 견뎌내는 그들의 인내심에 상이라도 줘야 하리라.
옆 방에 있는 수용자들이 나에게 한 마디 한다.
큰 소리치는 내 모습을 처음 본다고.........
나는 또 씩 웃어준다.
언제나 온화한 표정에 부드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교도관이고 싶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내 근무일이다.
집으로 가는 날은 그녀의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려나..........
집에 가는 날은 적어도 쌍욕은 안하겠지....
그녀도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뿜은 느낄 테니까...........
근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녀가 소란을 부리고 쌍욕을 해도, 처음이 아니고 두번 째 보니까 그 안면이 낯설지 않음에 반갑다.
수용자를 다시 그것도 담안에서 만나는 것이 무에 그리 반갑냐고 말하겠지만 참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낯익음에서 오는 정이란 무엇인지.......
오늘은 비번.................
이제 한 숨 자야겠다.
오늘 새벽에 보니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녀는 아기처럼 쌕쌕 잘도 잔다.
꿈 속에서는 온전한 정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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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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