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
감사할 줄 아는 것도 사랑이리라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날이 언제였던가요? 제 마음속에 들어와 오랫동안 괴롭히던 일곱 마귀를 쫓아주신 날이었던 것도 같고, 제 오라버니 나사로를 무덤에서 되살려내는 기적을 행하신 날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아무튼 그 만남의 날 이후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세상은 저를 창녀 출신이라고도 하고 예수님을 남몰래 사모한 연인이었다고도 하고 예수의 숨겨진 제자였다고도 하는 등 많은 소문을 만들어 왔지요. 글쎄요, 저에게 당신은 정말 어떤 존재였을까요?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악취를 풍기던 오라버니를 되살려내자 바리새파 사람들까지 예수님을 믿게 되었지요. 시몬이 그 일을 축하하며 연회를 베풀었던 날의 일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죽음을 확인했던 근처 사람들이 몰려와 제 오라버니를 만지고 말을 건네며 신기해하고 있었고요, 연회장의 밝은 분위기는 제 마음을 한껏 달뜨게 했던가 봅니다. 저는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올랐지요. 인도산 값비싼 향유인 감송유(甘松油) 한 파운드를 갖고 나와 감사의 표시로 당신 머리에다 먼저 조금 뿌렸지요. 저의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예수님은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가운데 저는 몸을 굽혀 의자에 앉아 계신 예수님의 발에다 향유를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향기는 곧바로 집안 가득히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웅성거렸지만 저는 마냥 행복했습니다. 한껏 미소를 지으면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모두 바르고 나서 저의 긴 머리카락으로 향유를 닦아냈습니다. 윤기가 나게 말입니다. 감송유 값은 그 연회의 비용에 맞먹을 만큼 비쌌지만 값이 문제였겠어요? 그때 유다가 일어나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저런 아까운 일이 있나! 저 향유를 팔면 삼백 데나리오는 받을 수 있을 텐데."
계산이 빠른 유다로서야 당연히 분노할 일이었겠지요.
"왜 이 비싼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습니까?"
저한테 하는 질문인지 예수님께 하는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였습니다.
"이 여인이 하는 대로 그냥 두어라."
예수님은 유다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씀하셨습니다.
"내 장례 준비를 위하여 그것을 장만해 두었다고 생각하여라.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그대들과 함께 있을 것이나 내가 그대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일주일 후에 있을 십자가 처형을 짐작하고 계셨던 당신은 이런 대접을 받는 것 정도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므로 문제삼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게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내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이 행한 것을 전하여 기억토록 하라."
예수님은 이 말로써 저의 그런 행동이 무슨 염문으로 와전될 것을 막으셨고, 그와 함께 저를 남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아는 여인으로 격상시켰던 것이지요. 그래요, 저에게 예수님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자비로운 분이셨어요. 그리고 그런 작은 베풂에도 진정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분이셨고요. 그런 예수님을 제가 흠모했었던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 예수님은 오히려 불쌍한 분이었습니다. 가장 믿었던 제자까지 세 번 부인할 것을 알고서 외로워하셨던 분, 온갖 시험과 멸시와 조소를 줄기차게 받았던 분, 죽음을 앞두고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주여,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며 괴로워하셨던 분,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셨던 분…….
예수님은 제게 몇 가지 역할을 맡기셨지요. 예수님의 십자가 임종과 땅으로의 하강과 묘소에의 안치를 최후까지 지켜본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부활 후 예수님의 발현을 최초로 목격한 부녀자로서 그 이름이 기록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세상이 저와 예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든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시몬이 베풀었던 그 연회석상에서 있었던 일, 예수님의 자상하심이 저를 감동케 한 그날의 기억을 갖고서 저는 오래도록 철없이 행복해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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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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