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사랑하는 백구
나의 유년시절은 시골의 풍요로운 곳이었다.
넓은 마당에는 철따라 꽃들이 항상 웃어주었고,
뒷밭에는 항상 오이며 옥수수며, 감자며 고구마가 풍성했었다.
앞뜰로 내려가면 노랗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까닥이며 나를 반겨 주었고,
봄이면 파란 보리이파리가 하늘거리며 손짓하곤 했으니
어쩌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샘이다.
그런데 나는 개를 무척 사랑했다.
전생에 개였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가려고 문밖을 나서면
동네 어귀까지 따라 오면서 이별을 슬퍼하던 백구,
학교 갔다 돌아올 때쯤엔 동네 저 만치에서 고개를 쳐들고
내가 보이기만을 기다리는 의리의 친구.
보이기만 하면 뛰어와서 내 품에 안기던 백구.
내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
어느 겨울날이었다.
함박눈은 발이 빠지게 내리는 추운 날,
친구 집에서 놀다 보니 12시가 다되어 간다.
통행금지에 안 걸리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서 집에 와보니
아 글쎄, 집안 식구들은 다 잠에 떨어져 인기척도 없는데
이 백구는 내가 오지 않은 줄을 알고 문 앞에서 그 눈을 다 맞고 쭈그리고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백구야 때가 되면 올 텐데 네 집에서 기다리지 이렇게 나와 있으면 어떻게 해”
나는 그렇게 해서 사람보다 개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하루는 집에 있는데 나가 놀던 백구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들어와서는
낑낑대며 나가자는 사인을 보낸다.
우리는 눈빛으로 통한다.
음, 무슨 일이 있으니 얼른 따라오라는 신호!
불이 나게 따라 가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백구와 다른 개가 싸움이 붙었는데
그 집 개 주인이 우리 개가 이길만하면 돌로 우리 백구를 때리곤 했던 모양이다.
그 놈이 돌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내가 가서 기압을 넣었다.
사정없이 물어버려!
그 개가 깨갱깨갱하고 꼬리를 내리고 내따 도망치는 수밖에,
나는 의기양양하게 백구를 대리고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며
그 놈 보란 듯이 집으로 와서 피를 닦아 주었다.
근데 우리 백구가 임신을 하더니 새끼 6마리를 낳았다.
겨울 방학 때 젖 땔 무렵 그 중 한 마리를 안고 외갓집에 대려다 주었다.
다음 여름방학 때 외갓집을 갔다.
시골이라 소재지에서 내려 동네로 들어가려면 한 참을 가야한다.
얼마쯤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큰 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아니 저 개가 왜 그러지?
나에게 오더니 올라타고 좋아서 죽는기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때 내가 안고 온 개인 것이다.
애미가 다 되어 있었다.
아니 그 때가 언제인데..
“네가 나를 잊고 않고 나를 기다렸단 말이냐?”
나는 그 개를 보듬고 한참을 울었다 (자판치는 지금도 눈물이 나냐?ㅠㅠㅠ)
이렇게 사람보다 나은 개를 나는 아파트에서 키우지를 못한다.
우리 중전이 아파트에서는 털 빠진다고 절대 못 키우게 한다.
나는 지금도 남의 개만 보아도 눈길을 준다.
나의 소원은 정년하고 시골로 이사 가서 개를 키우는 것이다.
여러분, 아파트에서 개 키운다고 너무 구박하지 마셔요.
백구야,나도 반백년을 넘게 살았으니 조금만 있으면 갈테니
우리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조금만 가다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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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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