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 봄은 언제나 설렘의 대상이다. 지금처럼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면 더욱 그렇다. 꽃은 피지 않았어도 이미 마음은 꽃밭을 뒹굴고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빨리 봄을 만나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 봄을 기다리는 대신 꽃구경을 나서 보자.
봄은 풍경을 바꿔 놓는다. 을씨년스럽던 섬진강 포구도 봄바람이 간질거리면 껴안고 싶을 만큼 포근하게 변한다. 봄이 온다는 것, 그것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는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축복으로 이어진다.
지금 섬진강은 봄꽃 천지다. 눈만 돌리면 강변을 따라 만개한 봄꽃을 눈에 넣을 수 있는 꽃마을이 펼쳐진다. 산수유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가 지천에 하늘거리고 제법 키가 자란 보리가 남도의 봄을 장식한다.
3월 중순경에 섬진강을 찾는다면 전남 구례의 산동마을로 가보자. 남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밤재를 지나면 곧장 구례 땅이다. 밤재터널을 나서자마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산수유꽃이다. 마치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샛노란 꽃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만 같다.
길가와 마을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돌담과 논길 등 눈길 닿는 곳마다 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 노고단과 만복대의 산머리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지만 산자락에 등을 기댄 상위마을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세상을 이룬다.
사실 산수유꽃의 꽃잎은 2mm 가량으로 아주 작기 때문에 꽃잎 하나하나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그만 꽃송이가 눈꽃처럼
덩어리째 맺힌 모양새다. 이런 꽃송이가 수십, 수백 그루씩 무리를 지은 산수유나무에서 한꺼번에 꽃부리를 활짝 펼치면 벚꽃이 부럽지 않을 만큼
화사하다.
돌담 위로 고개를 내민 산수유꽃에 눈을 맞추면 새색시의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 첫사랑을 고백하기라도 하듯 소박한 미소를 피워내는 것처럼 혼자서는
수줍고 외롭지만 무리 지어 하늘거릴 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상위마을은 3월 중순경이면 산수유꽃으로 뒤덮인다. 몇 백 년씩 묵은 산수유나무에서 꽃이 만개하면 마을은 온통 노랗게 바뀐다. 마을 뒤편에는
눈 덮인 지리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마을 오른편에는 작은 계곡이 흘러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골짜기를 따라 10리 정도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 덕분에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노란 꽃세상이다. 상위마을에서 산수유꽃 구경을 하는 동안에는 번잡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듯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이 더욱 알차다.
노란 꽃세상을 실컷 감상했다면 섬진강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국도와 마주 달리는 섬진강 건너편 861번 지방도로는
화사한 봄꽃 세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긴 겨울 동안 움츠렸다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처럼 화들짝 깨어나는 봄 풍경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경기도 이천 백사면 산수유마을도 구례 산동에 뒤지지 않는다. 산동보다 10일 가량 늦게 피지만 남도로 봄꽃 구경을 나서지 못했다면 수도권에서 가까운 이곳을 찾아가면 된다. 집집마다 피어 흐드러진 산수유꽃으로 온통 노랗다. 마을을 노란 꽃세상으로 수놓는 산수유꽃이 화사한 봄날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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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만복대에는 하얀 잔설이 남아 있지만 봄을 알리는 산수유꽃이 돌담 너머로 환한 꽃세상을 연출한다. 2
상위마을에서 시작하는 계곡을 산수유꽃이 가득 메우고 있다. 3 하위마을부터 계곡이 넓어진다. 물에
반사되는 산수유꽃이 주변을 온통 노랗게 물들였다. 4 하위마을 아래 평촌에는 넓은 반석이 있어 도시락을
준비해 가면 한가롭게 봄날을 즐길 수 있다. |
꽃구경도 하고 체험 여행도 한다
구례 산수유꽃축제
구례는 자연과 하나 되는 체험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예로부터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 이곳에 산수유가 많은 이유는 지리산 자락의 지형 때문.
산수유나무는 해발
200∼500m의 분지나 산비탈이 가파르고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잘 자란다. 산동면 일대는 땅에 물기가 많고 볕이 잘 들며 바람막이가 잘 되는
곳이라 산수유나무가 자라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동면의 계천리, 대평리, 위안리 등지에는 산수유나무 고목이 숲처럼 우거져 있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의 서남쪽 기슭에 있는 위안리 상위마을은
대표할 만한 산수유 마을이다. 신기하게도 상위마을 일대는 새벽에도 안개가 끼지 않는다. 안개가 없어 일조량이 많아 꽃이 다른 곳보다 훨씬 화사하게
피어난다.
산수유나무는 두 얼굴로도 유명하다. 봄엔 온통 노란빛이지만 가을이 오면 루비처럼 새빨간 열매로 다시 태어난다. 한때 산수유나무는 '대학 나무'로
유명했다. 산수유가 중요한 한약 재료여서 산수유 서너 그루만 기르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고수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상위마을에서 시작해 계곡을 따라 노란 꽃물결이 넘실대는 3월 19일부터 28일까지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이때 이곳을 찾으면 꽃구경, 사람
구경,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남도 국악과 산수유가요제, 산수유떡 만들기, 천연 황토 염색 체험, 고로쇠약수 맛보기,
다기와 토우 만들기, 짚신 만들기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북적거리는 복잡함이 싫다면 축제 기간을 피해 여유 있게 꽃구경을 하는 것도 좋다. 이왕 구례까지 내려갔다면 섬진강길 드라이브와 함께하는 꽃구경을
놓칠 수 없는 일. 섬진강을 옆에 끼고 달리는 19번 국도를 따라 매화가 활짝 핀 광양 청매실농원 쪽으로 달리는 것도 좋고 섬진강의 혜택을
많이 받은 평사리 들판도 좋다.
그러나 한 시간 가량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구례읍 맞은편에 있는 사성암을 찾아가자. 섬진강과 지리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이 일품이다.
바위를 쪼아 그 돌로 축대를 쌓고 법당을 만들었는데 암자가 거대한 탑처럼 생겼다.
법당 뒤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이 있는데, 동굴로 이어진다. 도선 스님이 수도했다는 도선굴이다. 특히 원효대사가
좌선했다는 좌선대는 사성암의 전망 포인트. 이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쉽게 득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절경이다. 암자를 둘러보고
또 둘러봐도 새롭게 펼쳐지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절경에 눈이 즐거워진다.
수도권 봄꽃 구경 최적지
이천 백사면 산수유마을
수도권에서 한 시간 정도 달려가면 산수유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경사리와 도립리 일대에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례 상위마을보다 규모는 작지만 산수유꽃만큼은 실컷 감상할 수 있다. 구례보다 10일 정도 늦게 피기 때문에 남도의 꽃구경을 놓친 사람이라면
쉽게 꽃구경을 다녀올 수 있다.
3만 평 대지에 8,000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꽃을 피우면 마을이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해서 멀리서 보아도 쉽게
이곳을 찾을 수 있다. 단, 마을 길이 좁으므로 차량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하는 게 좋다. 3월 28일경에 산수유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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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를 나선 흑염소 가족. 2 산수유꽃이 만개한 현촌마을 풍경. 3 섬진강가에서
만난 매화 꽃송이. 4 돌담 사이로 거대한 군락을 이룬 산수유나무. 5
지리산온천랜드의 노천탕. 6 청매실농원 장독대 너머의 섬진강. 7 평사리
최 참판 댁에서 바라본 악양들판. |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에서 이천 방면 3번 국도로 달리다가 광주요가 나오면 500m직진, 남정
삼거리에서 7km정도 가면 산수유마을.
[Tips]
산수유나무는 ?
산수유나무는 이른봄에 노란색의 예쁜 꽃망울을 터뜨리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얼음이 채 녹기 전인 2월 말에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계속해서 노란 꽃이 핀다. 꽃 모양이 아름다워서 관상수로 많이 재배된다. 11월경이 되면 루비 같은 빨간 열매를 맺는데,
빨간 육질과 씨앗을 분리해 차나 술, 한약 재료로 사용한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경기도 이천 백사면 일대에도 산수유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맛집]
한옥가든 지리산 온천단지에서 1km 정도 직진하면 당동계곡이 나온다. 이 작은 계곡을 따라가면 산수유꽃이
피고 한봉과 고로쇠를 채취하는 마을이 나타난다. 이 마을에 소문난 맛집이 즐비한데 특히 한옥가든이 유명하다. 지리산 일대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봄나물이 한 상 가득 올라오는데 반찬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굴비, 냉이된장찌개, 산채무침, 돼지편육 등이
더해지는 진수성찬이다.
● 061-783-7079 ● 11:00∼22:00 ● 주차 가능 ● 산채정식 1만원, 흑돼지구이 8000원
천수식당
구례구역 섬진강변에 있는 천수식당은 참게탕과 눈치회무침으로 소문난 맛집. 3월 섬진강의 별미인 눈치회무침은 매콤한 양념이 특징인데
부드럽게 씹히는 회맛이 일품이다. 열무김치, 호박나물, 토란무침 등 10여 가지 반찬이 나오고 민물새우와 시래기를 넣고 끓인 참게탕도
입맛을 돋운다.
● 061-782-7738 ● 10:00∼22:00 ● 주차 가능 ● 눈치회무침(3인) 3만원, 참게탕(4인) 3만원
[숙박]
지리산온천관광호텔
상위마을 아래에 대규모 온천단지가 형성되어 있지만 원탕은 지리산온천랜드. 게르마늄이 함유된 유황천으로 목욕을 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촉감 때문에 기분이 상쾌할 정도. 지리산온천랜드는 대규모 온천탕과 노천탕, 수영장, 찜질방 등이 갖추어져 있고 온천관광호텔에는 노래방,
나이트클럽, 슈퍼마켓 등의 부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관광호텔은 전 객실에 온천수가 공급된다.
● 061-783-2900 ● 일반실 8만8000원, 트윈실 9만9000원, 입욕료 6000원(투숙객 50% 할인)
[드라이브 정보]
구례 산수유 마을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 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 88고속도로
남원 IC로 빠져나와 남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잠배터널을 지나면 구례. 지리산온천 이정표를 따라가면산동 산수유마을. |
발췌 : 애니카 라이프 > 자동차로 떠나는 여행 > 주말 가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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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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