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학교에 안 가는 토요일. 엄마 아빠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가까운 공원에서 건진 ‘토요 가족 자연관찰회’. 잘 고른 체험 프로그램 하나, 열 학교 수업 안 부럽다.
토요일 오후 2시 50분. 월드컵공원 내 관리사무소가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4월부터 실시한 ‘토요가족자연관찰회’를 위해 모인 여덟 가족이 웅성거리며 프로그램의 정보를 미리 나눈다. 프로그램의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화창한 봄날 가족이 함께 외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 흥분 상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서울시 자원봉사자 이원희 씨가 들어서자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 댄다. 인상 좋은 그는 식물원장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퇴직한 후 가진 것이라고는 나무에 대한 지식밖에 없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그가 겸손한 인사를 건넨다.
관리사무소를 나서 본격적인 관찰이 시작된다. 희귀한 식물을 구경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가장 처음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은 바로 관리사무소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잡초.
“일상에서 많이 보는 식물도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답니다”로 시작하는 이원희 씨의 설명이 뒤따르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은 이미 ‘관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예전엔 왜 안보였지?” 하며 갸우뚱대는 아홉 살 수인이의 돋보기 속에 하얀 풀꽃이 담겨 있다.
관찰 코스는 평화의 공원 내에서 이뤄진다. “잔디를 밟지 말라는 표지판 많이 봤죠? 이유가 뭘까요?”라는 자원봉사자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개성 있는 답변이 튀어나온다. “밟으면 누렇게 돼요”, “잔디에 흙이 묻으니까요” 등의 추측이 난무하다.
어지러운 상황은 자원봉사자의 말로 정리가 된다. “잔디가 아파해서예요. 뿌리가 깊이 박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막 밟으면 잔디가 죽어요.
그러니까 저런 표지판이 있는 곳에는 들어가면 안 되겠죠?” 아이들의 우렁찬 대답 소리가 뒤따른다. 산수유와 진달래 등을 설명할 때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이야기에 빠져든 아이들의 눈이 총총하다.
엄마, 아빠도 알려주지 않았던 산수유에 관한 전설이 안내원의 구수한 입담을 타고 흐른다. 산수유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픈 남녀의 사연을 담고 있는 꽃. 알지 못했던 깊은 속내를 알게 된 가족들은 너나없이 카메라를 꺼내 기념 촬영(?)을 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은 평화의 공원 내에 있는 식물을 1시간 30분여 동안 관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일정이나 코스는 틀에 박혀 있지 않다. 아이들과 부모가 궁금해하는 식물을 쫓아가며 설명을 하고 문답 시간을 갖는다.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관찰의 즐거움을 배운 아이들. 프로그램을 정리하며 여섯 살 인희가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엄마, 집에 가서 나도 돋보기 사줘!”
▒ 월드컵공원, 다른 프로그램도 있네!
하늘교실 하늘공원 생태 관찰(매주 월·수·목·금) 조류탐사교실 공원에 서식하는 새 관찰(매주 토·일) 엄마랑아이랑 자연그림으로 달력 만들기(매주 목) 폐신문놀이 폐신문을 이용, 재활용품 만들기(매주 수) 자연과친구하기 공원 내 봄꽃 관찰 (매주 토)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worldcup)에서 접수하면 된다.
네가 원하는 게 머야? 골라 듣는 재미가 있는 체험 프로그램
‘다른 집 애가 하는 건 우리 애도 시킨다’는 생각은 버릴 것. 하나를 하더라도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한다. 엄마의 생각보다는 아이의 의사를 반영해 보람찬 토요일을 준비하자.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우리 아이 구미에 딱 맞는 체험 학습 고르기.
여행지안내 (운영자 : 약초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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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를 나서 본격적인 관찰이 시작된다. 희귀한 식물을 구경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가장 처음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은 바로 관리사무소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잡초. 
그러니까 저런 표지판이 있는 곳에는 들어가면 안 되겠죠?” 아이들의 우렁찬 대답 소리가 뒤따른다. 산수유와 진달래 등을 설명할 때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이야기에 빠져든 아이들의 눈이 총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