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에 전화를 받고 있는 사이 여학생이 쇼핑백을 하나 살며시 놓고 갔다.
책상 밑에 밀어 놓은 채 잊어버리고 있었다.
퇴근하기 전에 시마을에 들러 둘러보다 쇼핑백이 생각났다.
건조한 망고, 건조한 바나나, CEBU라는 글자가 찍혀 있는 작은 과자봉지들이 보인다.
전화를 했다.
받으며 인사도 못해서 미안하고 또 그냥 받아 놔서 미안하다고.
여름 방학에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 온 우리 과 학생이다.
흔히 요즘 아이들이란 말을 자주 쓴다.
기대에 못미치거나 상식적인 예의에 벗어난 행등을 할 때 덧붙이는 수식어가 됐다.
그런데 난 그 여학생에게 이 말을 쓴다.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참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나 밖에 모르는 젊은이들
나에게만 피해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젊은이들
그런 젊은이들이 참 많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꽃은 꼭 들판에 핀 것만이 꽃이 아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 꽃은 그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다.
여기 시마을에 머물며 시를 뽑아내는 분들도 모두 다 꽃이다.
얼마나 가슴이 고우면 그렇게 아름다운 시가 나오랴
얼마나 여린 가슴을가졌으면 숨결같은 미풍에도 설레이랴.
참 아름다운 꽃들 속에 있다가 이제 그만 퇴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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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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