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우리에게 더이상 희망은 없는 것일까?
당신은, 내 이상형이었어.
생각해보니 그래..지금도 '거 사람 괜찮네'하는 느낌 드는 사람을 살펴보면,
당신이랑 비슷한 스타일이지...기막힐 노릇이지..
길쭉길쭉한 스타일에, 따듯해 뵈는 사람, 지혜로워 보이는 사람.(물론 겉으로 보여지는게 다는 아니지만)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결혼생활..
아버님,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당신은 얼른 내게 이혼하자고 할까?
나는 이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것이므로..내 인생의 나의 것이므로..
부모님 무서워, 엄마 무서워 못헤어진다는 한때의 내마음..그거 순 사기였던것 같아..
웃기는거지..지 인생 하나 간수 못하는것이 누구의 인생을 걱정해..
내가 어찌하면 좋을까?
이 질문을 보면 당신 코웃음을 치겠지..어찌하면 좋을지를 얘기하면 그대로 할꺼냐고..
내가..이제 회사도 관두고 했으니, 얌전히 집에만 있었으면 좋겠니?
그저 청소나 깨끗이 하고, 빨래나 하고, 애 밥이나 잘 거둬 먹이고, 시간나면 뜨개질도 배우고
십자수도 놓고 그랬으면 좋겠니?
내가 아무 친구도 없고(혹은 안 만나고), 아는 사람도 없고(없었으면 좋겠고),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니?
나는 그렇게는 못해...못하겠어.
회사일하느라 못만난 친구도 만나고 싶고, 하두 오래전에 헤어져 어색하기까지한 동아리
동문도 만나보고 싶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싶고, 교양을 위해 공부도 하고싶어..
사람마다 다 특성이 다르고, 하고 싶은것이 다른 법이지..
나는 집안살림을 깔끔하게, 톡톡하게 해 내는것보다, 무언가 밖에나가서 하는 일을 더 좋아하고
잘 한다는것을 이미 당신 알잖아..
그런데 회사를 관뒀다고 해서 당신이 원하는 여자로 하루아침에 되라는 게 말이 되니?
이미 여러부분 인정하고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집안살림을 내팽개쳐놓는것도 아니고, 아이며, 먹는것이며, 다 챙기면서,
시간 지킬꺼 다 지키면서 하는데..도대체 무엇이 그렇게도 못마땅한 것인지..
방법이 틀렸다고 했지..그래 그건 인정해..
방법이 틀렸어..당신 말한대로, 내가 이것 좀 할려고 하니까 아이를 맡아줘..했어야겠지..
근데 어떻하니? 당신한테 안하고 이미 형님한테 그렇게 했는걸..
혹시 기억해? 내가 오래전에 이미 그런 방법으로 당신한테 여러번 부탁 해 봤었다는것을?
그때마다 당신이 어떻게 했었는지를?
단 한번도, 진정 단 한번도 내 맘편하게 어디 다녀오게 해 준적이 없었지..
나의 문제는 이제 더이상 당신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것에 있지..
사실 이번 토요일엔, 동아리동문신년회(5시)와 아마동 마라톤(4시) 2건이 있었는데,
물론 둘 다 내가 만든 모임도 아니고, 꼭 가야하는 모임도 아니긴 하였어..
처음엔 동문신년회에 더 가고싶은 마음이었는데, 언니랑 통화하면서 기분이 안좋아져서 가서
돈 쓰고 술먹으면 뭐하겠나 싶어서 그냥 가깝고 간단한 마라톤이나 하자고 마음을 돌렸었다.
처음에 신년회에 가고싶다는 생각이었을때는, 당신이 다시 대전으로 가야한다면 아이만
데리고 미리 출발해서 정희언니네 데려다 놓고 가고, 당신이 대전 안가면 당신하고 아이하고
함께 가고 싶었다..동문 총무가 내 동기인데, 마침 걔가 까페에 들어와있길래, 두당 2만원이면
가족함께가면 쪽수대로 돈내야되냐고 물어도 보고, 우리 세식구 다갈지도 모르니 깍아달라고
얘기도 해 놓았지..
헌데 기분이 꿀꿀해져서, 운동이라도 좀 해야겠기에, 어차피 올해 건강 신경쓰기로 한거
신년 첫 토요일이라고 많이 나오라고 한 마라톤에나 참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거지..
당신이 마라톤에 일가견이 있는터라 의견도 구하고, 가능하다면 함께 뛰고도 싶었지..
근데 우리는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헤어졌지..
또 한동안 그 날라오던 리모컨과, 대문밀치기는 내가슴에 시퍼런 멍으로 남겠지..
내 어찌 뛰지 않을 수 있을까..강바람이 너무나 차가웠지만,
1kg쯤 뛰니 몸은 훈훈해 지는데, 손은 얼마나 시렵던지..
당신, 내가 정말 싫어진것 같더라..
당신하고 살면서..여러번 싸워봤지만..이번처럼 지긋지긋해 하는거 처음 보았어..
마음 주는 여자가 생겼니?
내가 그여자보다 훨씬 못하니?
만약 그렇다면 솔직히 말을 해...의논하여 결정하면 되잖아?
어차피 당신과 나..우리 아들 그 놈 하나때문에 연결되어 있는거라면..평생 이렇게 가슴에 멍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우리 둘의 인생이 너무 슬프잖아?
마음 주는 여자도 없다면...당신이 아들을 데리고 가면, 나는 어차피 아들 땜에 어디 못갈 여자고
그러니 내게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거니?
그 또한 그러지 않기로 했다...2년전 당신에게 약속한대로, 또다시 그런 행동이 나왔으니..
이별해야할 운명이라면, 이제 내 몫의 고통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
밤새 아들 사진 보고 울었다만..어쩌겠어..나도, 또 아들도, 다..자기 운명 아니겠어?
단지, 새 여자가 생겼다면, 그 여자가 아이를 싫다 그러면,
혹은, 당신혼자 키우기 힘들어지면, 나야 내아들 내가 키우는거 언제나 환영이지...
기본적으로 원하는것이고..첨부터 그렇게 해주면 더욱 더 좋고..
신중하게 생각하자..
우리의 삼십대에 마지막 위기일런지 모르지..
우리는 둘다 왜 이모양일까..우리는 둘 다 어쩜 그렇게 똑같이 서로의 탓만 할까..
떨어져 살아서.. 대화부족일까?
서로에 대한 몰이해일까?
우습게도 그런생각 든다..
만약 우리가 헤어진다면..엄청 친한 친구같은 사이가 될꺼라는....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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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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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