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바나나의 처녀작이라고 하더군요.
바나나가 웨이트리스 생활을 하면서 써내려간 소설
이 소설에는 세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유이치, 에리코, 미카게
유이치와 에리코는 모자(실제는 부자?)관계입니다.
그리고 미카게는 이 글을 서술해 나가는 상처 깊은 여자입니다.
이 소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삶의 모습이였던 것도 같습니다.
극복과 성장, 그것은 상처깁기라는 다소 소설적인 이야기로 표현될 수도 있지만..
그건 마치 모든 것을 부정해 버리고 죽음이라는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결과는
행복한 만남으로 이 두려움으로부터 해받되어 집니다.
두 사람의 죽음이
두 사람의 행복한 만남을 이어주는 끈 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이 두 사람의 죽음..
마지막 가족이였던 유이치의 엄마(실은 아빠)와 미카게의 할머니의 죽음은
이승에 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 멋대로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깊은 상처가 되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동경으로까지 이어 집니다.
그러나 일상으로부터 극복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아주 평범한 상처깁기의 방법으로 보입니다.
오늘 이 소설을 읽고 키친이라는
아니 우리말로 부엌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이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카게는 요리를 하길 좋아하며.. 그것을 직업으로 선택합니다.
행복한 만남,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곳,
그곳에는 일상의 모든 것이 시작되며
가족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겉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
식욕에 비례하는 성욕,
남녀 간의 또 다른 만족감을 대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이건 너무 심한 비약인가?
아무튼 이 소설의 주제는
일상으로부터 상처를 매워 나가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인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달빛그림자 라는
바나나의 단편소설이 있어요.
대학 졸업작품으로 냈다는데..
그 중의 마지막 대목을 읽어 드리고 싶네요..
나는 이제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시시각각 걸음을 서두른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갑니다.
한차레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 어린 시절의 흔적만이,
항상 당신 곁에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손을 흔들어 주어서,
고마워요.
몇번이나 몇번이나..
흔들어 준 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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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