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박 민
언제나 또 언제나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이사
내 짐이 항상 많아
그 헌책을 팔든지 아니면 버리라고 했던 당신
목말라하는 저녁을 그린 취기에
그대를 기대온 나에게
내 걸으며 지내온 양발을 벗 껴준 당신
거의 이십년이 다가옵니다.
또한, 수많은 그림자 그리워
도시 저녁을 보낸 나에게
아직도 평생을 살고 싶다고 말씀 하십니까,
아니, 전생에서도
다시금 만나고 싶다고 말씀 하십니까,
꺼지지 않던 당신의 고난을 생각하면
아직도 내 외로움은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기다림 취한 당신이기에
단 칸 방에서 지내던 시절
홍수에 젖어, 까만 연탄만 바라보던 그대
작은 눈에 까만 머릿결 그대
지금도 그대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조그마한 내 집이라고 예사롭지 않게
구석구석 걸레 질 할 때면
내 맘은 조그마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당신께
내 구두, 코가 달도록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거듭 이유는
평생 남아 빚만 지고 갈까, 해서
또, 어느새 당신 머릿결도 드문드문
흰 머리가 보일 때
내심, 내 맘은 아파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당신의 황혼이 그렇게도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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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