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고 참으려니 이렇게 갈 곳이 아무데도 없더이다
내 이렇게 많은 것을 배려하고 나면 무엇이 남으리까?
깊이 깊이 서로를 위한다면 정작 만날 이유까지 없어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는 계시는 지요?
오늘따라 무엇을 열망하는 건지 나는 이런 원망을 허공에다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리움이나 외로움을 ...말하기도 지겨워라..
지겹다는 말은 최소 얼마에 한번이어야 좋을까요?
사람을 만나고 나면 병이 더 해지는 것 같으니 짐을 싸서 사람이 없는 산 중으로나
들어갈까 봅니다. 또 국화는 이런 비겁함이 매력이라 하겠지요...
기대도 없었는데 서운함이 밀려 듭니다.
그저 서로의 마음대로 자유롭게 교유하고 있다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런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비단 연애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런 깊이의 차이에 따른 엮임 이지요
아..어리석음이여....그것이 날 던지고 깨우는가...
하다 하다 가려다 가려다 더 갈 곳이 없어지면 최후에 ...그 독안의 쥐는 어디를 향한 답니까?
내가 한번 물어봅시다.
여기 더 갈 곳이 없는 절박한 무엇인가를 안에다 잔뜩 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어쩌라고 말하여 즐까요?
잘 드는 (사시미라고 하는 것?) 칼을 들고 슬슬 거죽을 벗겨내어 밖으로 죽든 살든 나가보라고 하는 게지요...그러나 그것은 이 안에서만 있을 수 있는 것. 그걸 모른 다면 천하에 바보 멍충이..
밤이 깊었으나 나는 덜 깊었습니다.
아직 덜 깊었으므로 이렇게 물결이 요동하는 것이지요...
나는 끝내 나를 사랑할 수는 없는 사람인가?
아님 이게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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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