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이야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느낌.
길을 잃었어.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 사랑한다면 계속 어떻게 사랑해야할지.
잠이 오지 않아. 하루쯤 예전처럼 밤을 새워도 괜찮겠지.
유독 게으름을 피웠던 지난 한주, 1월의 마지막주였던듯 싶어
혼자 씩씩한척은 다 한 명절을 지내고, 애써 힘들지 않았다고 연기를 한것일까
심지어 나 자신에게 조차?
유독 정신이 나태했던 한주였지. 아니면 정신이 너무 바빠,
온통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으니 그것이 육체의 나태함으로 나타났었는지도..
아팠었다
이유없이 피로했고, 일할때 종종 그랬던것처럼 누군가 내 몸을 옥죄는듯한 스트레스.
양쪽 팔뚝에 잔뜩 올라앉아 나를 짓누르는 스트레스.
뜨끈뜨끈한 방에 지지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풀어지지 않았고
뜨끈뜨끈한 물에 담그고 싶다는 생각 간절했다.
돈이 좀 생기면, 욕조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싶다.
그리웠다.
지나온 세월이, 과거 사랑했던 사람이, 혈육이, 동무가.
돌아갈 수 없는, 모두 흘러가버린 현실에 한탄했다.
세상이 좋아 쉬이 구한 지난날의 디지털 사진을 훑어보며 미소짖고 그리워했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더욱더 불안해졌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책을 읽었다.
마음가는대로해라 1권, 읽고 싶은 Chapter부터 읽었다.
하지만 차례를 찾아 다 읽긴 했다. 그 순간뿐 지나면 잊혀진다해도
밑줄 치고 싶은 구절이 많아, 늘 연필과 같이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진정으로 내가 하고싶은것, 내 마음이 가는곳이
어딘지 찾을 생각이다. 지금까지 나온 직업은, 장사, 책대여점, 영업,
마케팅, 부동산중개인, 소설가, 시인등이다.
목욕탕에 갔다.
매일매일 운동끝내고 샤워를 하는데, 매일매일 지우려고 노력하는데.
때는 알게 모르게 어떻게든 내 몸 곳곳에 묻어있다.
아무리 안그런척 해도, 그렇게나 속속들이 끈적끈적 많이도 쌓여있었다.
그 그리움들을 벗겨내었다. 천천히..
진지하게, 꾸역꾸역, 세심하게..
슬퍼했다.
기다리던 신랑이, 오자마자 방이며, 부엌이며 안그러는척 검사하고,맘에 안들어하며
통장내역 가져와보라고 하는것에...어이없고, 황당하여 슬펐다..
안그래도 이것도 해야는데..저것도 해야는데..하는 강박관념속에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게기고 있었는데,
뭐했는데 피곤하냐고 하면, 집에서 노는 사람은 아플 수도 없단 말인가..
노니까 무척 바쁘다
지난주에 무얼했나 슬쩍 정리해보니, 아버님 약타러 병원도 갔다오고,
언니 만나 점심먹고, 친구 만나 저녁도 먹고, 회사에 가서 잠깐 회의도 하고,
은행가서 적금깨서 빚 정리하고, 매일매일 운동도 하고,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무엇이 와서 채워지는것일까..파마에, 우체국에..
도무지 한가해지지가 않는다.
대화를 했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여고시절부터 마음의 벗인 친구의 닉을 알게되어, 그애의
살아가는 이야길 들었다. 잠깐이었지만 무척 즐거웠던 정이사님과의 대화도 있었고,
내가 수다떨기 편한 상대인지 전직장 동료였던 임책임과도 자주 얘길 했다.
밤새일하는 시누이와, 임신해서 힘든 몸으로 일하느라 힘들어 죽을라고 하는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었고,
혼자 뭔가 시도하기를 두려워하여, 가기로했던 여행을 취소시킨, 하여 내가 바보라고
놀려준 동생과도 얘기했다..술 고프다고, 취하고 싶다고 한다..
지난주 대화의 백미는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각자 속한 직장은 달랐지만)
채팀장과의 대화였다.
닉이 너무 바빠 보여 내내 말을 안걸다가 모처럼 말을 붙였더니
무척 반가워해주어 이것저것 의논하고 기분좋게 정겹게 대화했다..
그리고 오늘 신랑과 Off line에서도 싸움이 아닌, 대화를 했다.
거실에서 자고 있던 신랑이, 내 채팅하는 키보드 소리가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더니,
급기야 노트북을 가져가버린다고까지...
'우린 도저히 안되나보다..'로 시작한 신랑에게
'미안해. 이제 안그럴께..'하였다. 기특한것.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말도 하였다. 원하는거 있으면 말로 해주고,
노는 사람도 아플 수 있다고. 지금 이렇게 맘편히 쉴 수 있는것 너에게 감사하다고
그래도 나는 너무 감사한다.
뚱뚱하고, 조선무같이 못생긴 다리를 가졌지만, 두다리로 씩씩하게 걸을 수 있으니,
위태롭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아직 가정을 잘 지켜내는것.
정리안되고 복잡한 심정 이렇게 쏟아낼 수 있는것.
풍요롭진 않지만 먹고, 살고, 운동할 수 있는것.
자꾸 아기가 생각난다.
단지 직장을 안다니고 논다고 해서 아이 생각이 이렇게 날 수 있는걸까?
신랑한테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는 무엇일까? 둘째를 낳았을때 최악의 경우는?
아이 둘 다 뺏기고 이혼 당하는것?
그렇담 낳을만 한거 아닌가? 하나 뺏기나 둘 뺏기나...후후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다..
차분해지는 느낌.
이제 책 마음가는대로해라 2권을 시작해볼까...
2004. 02. 02 새벽 5시 21분.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