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 비밀일기장

♨ 태그연습장 ♨ 맞춤법검사 ♨ 표준어규정 ♨ 통합사전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로그인

이름

물풀	(작성일 : 2011-08-11 11:50:24, 조회 : 2553)

제목

여름일기

여름일기 / 안희선

더운 그늘마다 익는 열매들

기다림 없이도 소망이 되어가는 그것들

바람을 타는 나뭇잎새는 누굴 위한 손짓인가

한때 누군가 푸른 그림자 드리우며
황량한 미래로 걸어갔다는데,
슬픈 징조 같은 이 한낮의 무더위

머얼리,
서늘한 그리움이 숲으로 간다

낯선 거리를 걷다 / 안희선

사랑의 빛깔이 언뜻 보이다가
바람에 나부끼고, 이내 사라지는
풍경

거리 가득한 인파의 물결에 휩쓸려,
나 홀로 외로운 섬처럼 걷네

길은 늘, 여러 갈래였지

살다 보면,
한 번쯤은 행복의 길로
접어들만도 하련만...

세월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구두는
오늘도 힘없이 터벅이고,
거리의 모서리마다
쓸쓸하게 묻어나는 너의 체취(體臭)

분명 너와 함께 걸었던 길인데,
왜 이리 모든 게
낯선 것일까

말 없이 멀어지던 너의 뒷모습은
오늘도, 눈 앞에 어른거리고

그리운 이여,
나는 오늘도 네가 보고싶다

이제, 네 안에 어느 곳에도
나는 없겠지만

그대의 푸른 시를 읽으면 / 안희선

문체(文體)가 훌륭합니다
날로, 눈부시게 진화해 가는 어휘도
푸른 빛으로 좋아 보입니다

수시(隨時)로 받는 마음의 상처를 재빨리 다스리며,
고단한 삶을 충전하는 그대의 영민한 슬기는
나도 따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가 걸어가는 창망(蒼茫)한 평원은
아마도 수 많은 선지가(先知家)가
세상의 비에 젖은 넓은 옷자락 휘날리며,
표표히 지나갔던 길이겠지요

나도 그대처럼,
행간(行間)의 의미 사이에 숨어있는
냉혈의 진보를 꿈꾼다면 좋겠습니다

사랑과 눈물에 대해서도,
그대의 시에서 말해지는 것과는 달리
정작 속으로는 별 감흥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별 뜻없이 차갑게
탕진하는 그대의 예리한 영혼만큼은
내가 닮지 않길 바랍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匕首) 같은 세상이던가요

시까지 그래야 한다면, 고개를 가로 흔들고 싶습니다

왜, 시만 저 홀로
그대와 아무 상관없이 고상하고 아름다워야 합니까

그런 시라면,
문고매장(文庫賣場)에 가득 진열된
포장(包裝)만 사랑인 정교한 금속 활자입니다

생각하건데, 그대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진정으로 영혼의 뜨거운 눈물은
흘리지 않은 듯 합니다

시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자신만 우아하게 가꾸는, 그대가
왠지 조금씩 싫어집니다

먼 훗날,
그대의 시가 세상 위에 우뚝 서는 것보다
설령 시를 전혀 모르는 둔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대가 진정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他人처럼 / 안희선

생활의 窓은 나를 담은, 황량한 풍경

야윈 목소리로 내일을 약속하는 희망은
어쩌면, 흥분된 오해일지도 몰라

폭염 영그는 여름의 심장이 눈부시게 벌떡여도
언제나 가슴 여미는 공허의 문, 그것은 단지
오랜 집착의 말없는 出入인 것을

그러나 오늘도 시를 쓰는 體溫은
나와는 상관없이 화려한 언어만 탐하고,
비로소 눈뜨는 내 영혼은 이미 오래전에
외롭다

뜨거운 세상의 무더위에도 땀 흘리지 않는
이 초라한 허영의 군더더기를
劫煞 풀 듯 털어내니,
오직 낯설어 참담한 하늘 아래
아무리 찾아보아도
지금은 他人처럼
내가 없다

못다 부른 노래 / 안희선

닿을 수 없는 소망을
이제 그만 잊음직도 한데,
자꾸만 너를 노래한다
끊임없는 절망이 두려워,
세상에 등 떠밀려가는 내가 싫어,
맨 처음의 순결한 내 얼굴을
간신히 기억해가며
오늘도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나는 언제쯤 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편안한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언제, 내가 영혼에서
뜨거운 피 흘리는 순수를
너에게 말한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그 동안 잘도
버티어 온,
하루살이 같은 내 노래들
이제, 그만 가거라
떠나거라
아무 슬픔도 없이
나는
너에게 못다한 고백 만으로도,
쓸쓸한 추억 속에 희미해진 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으니

초롱꽃
수정 삭제

찌는듯한 푹염..
비는 왜이리도 오는지..
참 오랜만에 나들이하셨네요^^*
오늘도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2011-08-12

레몬민트
수정 삭제

물풀님이 가져오신 고요한 음악 감상하며 소중한 시어들, 영상들을 보며 평안함을 느껴봅니다.
오랜만에 물풀님의 흔적 너무 반가워요.
이렇게 마음가는대로... 물흐르는대로... 살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2011-08-12

물풀
수정 삭제

물길의 소리 / 강은교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에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물길이 흘러가는 소리를 가만히 응시하고픈 밤....
초롱꽃님의 발걸음과 레몬밑트님의 흔적이 마음길을 들어다 봅니다.
유난히 비가 많이온 여름... 내게 일이 없었다면 우울증이 걸렸을 겁니다.
저는 비 안좋아 하거든요.. 가라앉아서....요.
내일 바다 보러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1-08-12

*별아기*
수정 삭제

물풀시인님 오랜만에 뵈옵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올려주신 시와 음악이 늘 잔잔한 감동을 주셨는데
한 동안 뵙지 못했네요^^
한국은 무지 덥다고 하네요. 무더위에 건강 하시고
고운 시 음악으로 늘 행복하세요^^

2011-08-13

apriljoa
수정 삭제

물풀님 기다렸습니다.
왜 안오시나해서..
한번도 쓴적 없는 인사 놓고 갑니다.
이곳에서 마음의 쉼과 편안함을 얻고 갑니다.

2011-08-14

거니랑
수정 삭제

무더위 잘 보내시는지요~
간만에 물풀님 뵙습니다.
고운 시들을 읽어면서 고마움 전하며..
바다 잘 보고 오세요~감사합니다^^

2011-08-15

물풀
수정 삭제

별아기*님, apriljoa님, 거니랑 반갑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분이 계시다니 고맙습니다.
일주일의 휴가가 끝이 났네요.
한적한 섬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그래도 가장 좋았던 시간이였습니다.
포효하는 파도에 밀려갈 뻔 했지만요.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곧 가을이 오겠지요
평화로운 날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201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