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을 나오기로 결정하였다
집안에서나 주변 분들은 그 좋은 곳을 왜 나오느냐고 하였고,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인데 너무 가벼이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연예인 얼굴 만지면서 돈 벌 수 있는 곳인데,
편하게 일하면서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인데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하는 그곳을 왜 버리듯이 나올 수 있느냐고,,,,
그러한 와중에도 아버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오랜 침묵 후에 그저 딱 한마디만 하셨을 뿐이다
"하고 싶은 것 하여라"
엄마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셨지만, 내 방에 들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평생을 검은 털이나 만져가면서 연예인 얼굴에 수염이나 붙여주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 난 직장 동료의 끝없는 만류에도 사표를 내고 그곳을 나왔다.
나오면서 난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정말 속이다 시원하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린 다는건
그때 처음 알았을 정도였다
눈 내리는 아침에 들어가서 눈 내리는 아침에 나온 것이다
나오는 그 길로 나는 열흘 가까이 처박혀서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집으로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을 무시한 채
어느 곳으로 떠날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집에서 뭔가를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 힘으로 뭔가를 마련해서 떠나야 했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했다,
목표가 정해진 어느 날 나는 아는 형을 따라서 막 노동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모델하우스 철거 일인데 조금 위험하지만 다른 막노동에 비해
오천 원을 더 얹어 받을 수 있기에 멋모르고 그걸 택한 것이다.그것도 한겨울에,,
그렇게 시작된 막노동은 3개월 가까이해서 끝났다
못에 발이 찔리고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추위와 싸워가며
생전 처음으로 품을 팔아 본 것이었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내 꿈을 펼치기도 전에 접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악착같이 일했던 기억이 난다. 초쨔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좀 더 힘들고 피곤해도 맨 앞에서 한 번 더 나르고 등에 짊어졌던 생각도 난다
참으로 긴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일이 끝나
그렇게 해서 내손에 쥐어진 돈이 170만 원이라는 돈이었다
비행기표를 끊고 비자를 받으니 내 손에 남겨진 돈은 120만 원이 전부였다.
어여 가거라,, 어여,,,,,
도착하걸랑 연락부터하고,
네. 엄마,,,,, 엄마, 저 갈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엄마 말대로 돈 떨어지고 일도 안되면 그냥 돌아올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엄마 제가 꼭 연락 드릴게요.
엄마부터 얼능 들어가세요. 감기걸리시면 어쩔려구요.
엄마는 내 예기를 들으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자식놈이 역마살에 걸리어 세상을 떠돌게 생겼는데
어느 부모인들 말리고 싶고,슬프지 아니하리,
끝끝내 안 들고 가겠다는 자식놈에게
엄마는 대여섯 가지 반찬 만든 걸 손에 쥐여주셨다
어디에 가서든 배는 골치 말아라
당분간은 쌀만 사서 이거랑 같이 먹으라시며,,,,,,,,,,
베트남이랑 한국이랑 수교하던 해 바로 두 달 후
나는 베트남의 남부 사이공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그곳, 아무도 개척하기를 꺼려하는
그 낯선 땅으로 나는 떠났다
120만 원과
엄마의 눈물 담긴 몇 가지의 반찬을 들고서,,,,,,,,
10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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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