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해 돌아다니던 알콜이 몸 밖으로 싹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지금 내가 술을 마셔서 헛것이 들리는 걸까?
아니, 샌드라 목소리 맞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더는 들려오지도 않았다.
나는 룸 키를 받으면서 그냥 돌아설까 망설이다가 리셉션 여성에게 물어보았다
저곳에서 무슨 라이브 합니까?
네. 4인조로 구성된 미국 재즈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지요
네? 정말요? 재즈라고 그랬나요.지금?
네. 재즈 공연이지요
그럼 남자가 몇 명이고 여자가 몇 명이죠?
네. 남자 세 명에, 여자 보컬 한 명입니다
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 가지를 더 물어봤다
혹시? 그 여자 가수 이름이 뭐죠?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는 거라곤 '블루 문' 이라는 재즈 밴드라는 거지요, 하얏트 호텔 전속이고요.
손님이 한번 직접 가셔서 만나보시지요?
아,,, 아! 알았서요. 고맙습니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혹 ? 어쪄면?? 아닐 거야,그럴 리가.?'
그럴리가 있을라고,,, 그녀가 여기까지',,
여기까지 와서 노래할 이유가 없는데,
이곳은 미국이 아니잖아 필리핀인데,
짙은 부정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 발은 그쪽으로 향하였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이래도 먼저 들어 보고 확인하고 싶어서
떨려오는 가슴만큼, 발길 또한 찌릿찌릿 해져옴을 느꼈다
문 앞에 거의 다 달었을 때
노랫소리는 절정을 향해 치달렸고
온 몸의 신경들은 이미 그녀임을 느끼고
산산히 아우성치며 나보다도 먼저 뛰쳐 나가려고 하였다
나의 귀는 어느새 그녀의 입술에 가 닿았고
나의 가슴은 솟구치는 감정으로 팽창해 졌으며
나의 호흡 또한 입을 열고 거칠게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비스듬한 문을 열었다.
그리곤 왼편으로 꺽여져 있는 무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그곳에는,, 내가 꿈에도 그리던
내가 10 여년을 아파해오던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하나의 감성에 파묻히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잊지 못할 샌드라의 모습으로
그와 어우러져
한 아이의 영상 또한 주체 할 수 없이 번져오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저건 샌드라야,,이런 일이,,,있을수가,
아무리 봐도 샌드라 ,,, 바로 샌드라의 모습이야
그래 그 모습 그대로야 ,,,내가 알고 있던 모습
저 금발의 웨이브
큰 키에 꽉 찬 듯 부드러운 선
저 눈빛,,, 저 푸른 눈빛
내 몸 전체로 기억하는 목소리,,,, 꿈에서도 들려오던 그 목소리
얼어붙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잠시 제정신이 돌아왔을땐 도저히 더는 바라 볼 자신이 없었다.
믿어지지 않는 이 순간이 정말인 것인지
나름대로 깨어나려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어갔다
다시 그 쪽을 바라봤을 때도 그녀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쪽은 환하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두우니
그녀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 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 나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나가야 하나,, 아니면 그녀에게 다가가야 하나
가슴이 터질것 같아
벽에 기대 선 나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초조히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런데, 하나의 노래가 끝나고 다른 노래가 이어지는데
그 노래가 그녀가 부르던 노래 중 내가 참 좋아하던
"더 뮤직 플레이" 라는 오래된 노래였었다."이 노래가 여기에서 나오다니",용기를 내었다,
아니,더는 참을 수 없어 지나가는 웨이츄리스를 불렀다
그리곤 쪽지에다 몇 자를 급하게 적어넣었다
저기 노래 부르는 가수한테 가져다 주세요. 지금요,,.지금 당장,,
그 쪽지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아직도 나는 당신은 아름답게 화장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아직도 나는 당신의 노래를 들으며 바닥을 발로 차고 있답니다"
"샌드라 라면 내 말을 알아들을 것이다"
"만약에 그녀가 아니거나 날 잊었다면, 그냥 노래만 부르겠지!"
웨이터리스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그녀가 쪽지를 받아 쥐고 노래를 부르며 그것을 읽는 것 같았다
그걸 바라보는 난
침이 바짝마르고 긴장이 극고조되
벼락이 등 언저리를 수백번 흟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그런데,
샌드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쪽지 쥔 손을 내린채 계속 노래만 부른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일순 허탈한 맘에 모든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잊은거란 말인가,,,, 그럴리가,,, 그럴리가,,,,
그런데 차츰 마이크가 서서히 내려가며, 손에 쥔 쪽지를 다시 읽더니
고갤들어 급하게 누군가를 찿는것이 보였다
그리곤 곧 한쪽 구석에 기대 서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짧은 시간, 우리는 1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만남에
마음이 이미 허공을 날라 서로의 앞에 와 있었고
간신히 벽에 기대있는 내 얼굴엔
눈물이 앞을 가려 그녀의 어른어른 거리는 모습만 보일 뿐이였다
음악은 흐르는데
가수는 노래를 안 부른다
뒤에서 연주하는 밴드들도
무슨 일인가 가수만 쳐다본다
음악이 멈춰버린다
천천히,아주 천천히
샌드라가 마이크를 입에 올린다
스티브! 스티브 맞지요?
넓은 공간에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스티브?,,,,스티브 맞지요?,,
스티,,,브
오!오!,,,,,,,,, 스티,,,,,브,,,,,,흐흐흑!!
벽에 기대여
그저 끄덕이고만 있는 나한테 그녀는 마이크를 떨어트리고
저만치 무대위에서 부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한쪽 손으로 입을 감싼 채,
터져나오는 소리를 삼키면서,
꿈결처럼 달려오는 그녀 모습,
10여 년의 세월을 넘는 몸짓이었다
나도 참다가 더는 어쩔 수 없어
이미 산산이 터져버린 상태였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 모습, 그 이상의 벅찬 희열이 없었다
눈물과 눈물이 부딪치는 순간이었다
13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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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