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였고
매 순간이 가진 돈 모두 투자를 해야 하는 올인이였고,또한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난 짐을 싸야 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에 다시 한번이라는 게 나한텐 없다
만약 한번이라도 실패한다면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질 것이다.
나는 남들처럼 많은 돈을 가져오지도 않았다
나는 남들처럼 주재원이나 회사의 직원으로
이곳에 파견 나온 사람이 아니었다.
알량한 시장조사나,관광으로 와서 즐기는 게 아닌
정말로 이곳에서 뭔가를 이뤄보려고,
남들이 들으면 웃을 만큼의 자본금으로 눈에 불을 켜고 맨발로 뛰어다니며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하여 시작된 나의 보따리 장사는 수년 동안을 거치면서 발전해 나갔고
제법 허리 펼 정도의 규모가 되었을 때
나는 보따리가 아닌 컨테이너로 장사하기 시작하였다
매장도 이곳 도착 4개월 만에 길 옆 허름하게 시작했던 게
4년 만에 백화점 매장 7군데, 패션거리 단독 매장 4군데로 넓혀져 있었고
사이공 도매라인을 장악하면서 나름대로 날갯짓을 해나갔다
처음, 아무것도 멋모르게 이곳에 왔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건 뜨거운 햇살아래,정말 너무나 덥고 뜨거운데
사람들이 모자를 안 쓰고 길을 간다는 것이었다
몇몇 차림새가 좋은 사람들만 모자를 쓰고
그 외에 사람들은 모자가 없다는 것이엿다
거기에 착안해서 나는 동대문 시장에서 나의 남은 돈 120만 원
모두 모자를 사서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고 그것이 적중하면서
한 달에 몇 번씩 한국을 왔다 갔다 하는 전문 보따리 장사가 되었던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보따리 장사는 아마 내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일 것이고
그 당시 매장을 오픈 한 사람 또한 내가 처음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걸 느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갔다
공항 스탬프 찍을 자리가 없어서 여권도 6번이나 바꿀 정도로
한국하고 베트남을 가방만 짊어지고서 다니고 또 다녔다
어쩔땐 수백만 원이나 되는 돈 들여 힘들게 이고 지고 온 물건들이
잘못 가지고 와 본전은커녕 모두 창고에 처박히는 일도 많았고
반대로 새로운 아이템이 적중하면 그 기쁨은
손해 본 모두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이익을 남겼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멍해져 있던 습관이
며칠에 한 번 또는 몇 달에 한 번 생각 날 정도로
나의 일상생활은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었다
아마 일부러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굳이 안 나서도 될 일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억척을 떨었나 보다
그러길 또 몇 년, 새로운 사업에 눈뜨기 시작했고 손에 돈이 조금만 모이면
주머니엔 잔돈 몇 푼만 남겨둔 채 모두다 땅에 투자해 버렸다.
밥값보다 싼 게 땅값이었다 그 당시에는 땅 값이 기껏해야 우리나라 돈
오천 원에서 3만 원 사이였으니까, 또한 늘어가는
수십 개의 아이템에 자잘한 시행착오와 실패,성공을 반복하면서
나름대로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려갈 즈음,
어느 날 나에게도 몇 가지 큰 기회가 다가옴을 느꼈다.그중 하나가 바로
동남아에 몇 가지 수출하는 길이 열린 것이고 그것에 대한 최종 바이어 심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결정되기에 다가오는 날짜에 맞춰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것이고, 경쟁사보다 상품에 자신을 할 수가 있기에
한편으론 많은 위안도 되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큰돈이 걸린 일이라
안될 시에는 나에 대한 타격도 그만큼 클 것이 예상되었다.
모든 걸 하늘에 맡기는 짖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난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되든 안되든 결정을 보는 놈이었다
가서 상담할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노니에 대한 자료들과
셈플들을 수집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던 어느 날
나는 필리핀 마닐라로 운명의 행보를 하였다.
그곳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 줄 모른 채
어떠한 운명적 만남이 기다리는 줄도 모른 채
나는 오로지 사업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11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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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