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랜 세월동안 간직하고 있는 저만의 공책에서 발견한 순수한 소녀때의 감성이
묻어있는 글을 옮겨 보았습니다
모두들 아득한 기억의 줄기라도 찾아가시길 바라면서 부족한 글 남겨놓겠습니다
엄마,
밤은 소녀들의 또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말들 하지요.
그런 밤이 오늘도 아무런 조건없이 내 곁에 와
하루종일 흔들려 온 내 느낌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러 가만히 앉아있네요.
엄마,
밤은 왜 올까요?
꼭 닫혀진 내 마음을 위로하러 오는 걸까요?
아님, 낮의 복잡한 세상을 저도 힘들어 하소연 할려고 찾아 왔을까요?
난 응석도 부리며 투정도 부리지만 한번도 밤은 나에게
힘들게 하지 않은 아주 좋은 친구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밤도 아마 힘든 날이 있을 것 같애요.
엄마,
난 이 세상의 문들 앞에서 우리네들의 고민의 목마름을 건너 가
길을 찾아 나서고 싶어 또박또박 밤을 통해 이야기를 하면
어렴픗이 새벽을 데리고 와 주어요.
오늘은 조용하던 내 주위가 언니의 음치같은 노래 소리로 갑자기
조막조막 나눌 수 없게 되었어요.
엄마,
내가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껴안아 주는 친구가 밤이거든요.
밤도 가끔은 날 꼭 껴안아 주어서 그런지
밤과 나와의 대화는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이 넘쳐
울기도 해요. 그러면 내 작은 우주 공간에서 별님과 달님이 내려 와
함께 우주 여행을 떠나곤 해요. 그때의 심정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 되거든요.
엄마,
밤도 추울까요?
난 어깨가 시려 겉옷을 어깨에다 걸쳤는데
아마 밤도 몹시 추울 것 같애요.
미운 바람은 휭하니 불어 밤의 온몸을 차갑게 만들 것만 같애
마음이 아프기만 해요.
내 겉옷을 입혀주고 싶은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요.
어떡하죠?
엄마,
밤도 잘까요?
난 이제 졸리거든요.
밤은 그럼 뭘하죠?
친구는 꿈나라의 세계로 놀러가야 하는데
어쩌면 밤도 눈 꼭 감고 드러누워 있다가
내 창문앞에 새벽빛을 좌르르 쏟아놓고 갈꺼예요.
엄마,
밤은 내일도 먼저와서 나를 기다려 준다고 하네요.
난 밤을 맞이하며 내 인생과 삶에 대한 꿈을 찾을 수가 있고
밤을 보내며 새로운 느낌으로 오늘을 맞이해야 하니깐요.
아마 밤이 이렇게 하라고 살짝 귀뜸을 해 준 것 같애요.
나도 모르는 얘기를......
엄마,
그럼 밤과 함께 저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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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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