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을님은 검증된 정신과 의사이십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는 일이 심드렁 해지고 평소에 나답지 않게
아! 고만 살아도 별로 아까운 생이 아닐것도 같다는
그런 상스러운 생각들로 일상이 채워 지는 날들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생의 후반기 쪽을 향해 내닫고 있고
등 뒤쪽의 시간이 앞쪽의 시간 보다 훨씬 많다는 계산이 나오고
여자로서의 또 다른 한 생명 같은 월 중 행사가 끝나가고
아이들은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제 삶을 살수 있는 거 같고
남편의 늦은 귀가시간에도 화가 나지 않는
그 화나지 않음에 슬픔이 밀려오는 아주 묘한 내가 되가고 있고
때론 얼굴과 등 짝에 불에 데인 거 같은 후끈한 열이 올라와
한 자락의 얇은 옷가지마저도 다 벗어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적인 짜증들이 밀려들곤 했습니다.
견디기 힘든 일상으로 결국 찾은 곳이 갱년기 우울증 크리닉 ...
병원에서 모든 검사 후 여성홀몬제라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지요
그러기를 한 삼 년이 되고 좀 나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옛날에 내 트레이드였던 명랑함은 찾기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무료한 일상을 달래라고 작은 아들이 가르쳐준 컴을 알게 되고
글쓰기 좋아하는 엄마를 안 아들이 문학사이트를 찾아 놓고 글쓰기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 망설이며 들락날락 구경만 하다가
여학교 때부터 그냥 막연이 끄적거려보던 글들을 꺼내 보기도 하고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옛날로 돌아가
용기를 내어 글 올리기 시작했는데 의외의 문우님들의
아름답고 고운 댓 글이 내게 힘을 주시고 도움도 아끼지 않으시고
부끄럽게 제 졸 시가 우수작으로도 몆 번 뽑히고 해서 지금은
내 생활에서 떼어낼래야 떼어 낼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병원은 가지 않아도 갱년기증세는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추었고 일상의 짜증도 살다가 오는 스트레스도
글을 쓰기 위해 몰두 하다 보면 봄눈 녹듯 다 사라져 버린답니다.
그러니 시 마을님이 검증된 정신과 의사라고 제가 칭합니다.
의사가 별겁니까? 병을 고치면 의사이지요.
이제는 욕심도 생겨 더 좋은 글을 써 보고 싶어 때론 밤잠도 설치고
컴 때문에 눈도 상당히 않좋아지고 했으나 마음은 언제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여 즐거운 생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이 곳에서 진정한 사람들의 사랑이라는걸 알았다는겁니다.
보이지 않는 사이버란 공간에서 진정한 사랑
아직도 내 주위에서는 내게 그런 곳에서 사람 만나면 위험해
라고 바보같은 충고를 제게 주지요. 정말 바보같은,
이제는 남은생 내내 떼어낼 수 없는 비타민 같은 시 마을이 되어 버렸습니다
꼭 언제라도 한번은 이 고백을 시 마을님께 드리고 싶었는데
편지쓰기라는 장을 열어 주셔서 이렇게 부족한 글이지만
편지라는 형식으로 고마움을 전해 드립니다.
사람을 세상에 보내신 분께서 시 마을님께 주신 큰 복을
우리를 위해 더 없이 좋은 장을 열어주셔서 기쁜 삶을 주신데 대한
감사의 편지를 적어보았습니다.
언제나 이 시 마을이 문학의 발전을 위해 가장 낮은 곳의
거름으로 거듭나기를 두 손 모아드립니다.
감사 드린다는 말씀으로 인사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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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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