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이 다 떨어져 영양분을 잃고도
메마른 생명을 꺽지 못하는 베란다의 화초가, 오늘따라 더 추워보인 까닭은,
이중막으로 견고하게 짜여진 아파트 창문 사이로, 찬 바람을 몰고 왔음에
그 모습이 파르르 떨며 고개 숙일때였고,
차디찬 세면 바닥에 홀로 버려져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쓸쓸함이 더욱 추워 보인 까닭이라오.
오늘도 종일 찬 바람은 창마다 덜컹거리며 얼마남지 않는 이 가을을 물러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지만,생명의 본질은 저렇듯 질겨서 마즈막 남은 신호흡을 아직 멎지 못한채,
꺼져가는 자신의 몸을 흐르는 시간속에 묻고 있는줄도 모르오.
그런데 왜 문득 이시간에 그대를 생각나게 했을까요?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대를 향한 목마름으로 사막에 오아시스를 생각나게 하는지...
그것은 마치, 생명이 고귀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그 자체가 희망이어야 하는데도 어쩌면 돌보지 않아,윤기가 없도록 생기를 잃어버린 그 화초에 모습이 나를 닮은 동질감으로 문득 창 밖을
내다 봤다오.
별들은 끝없이 희망의 바다에서 재잘거리고
박덩이 같은 보름달은 중천에 걸렸다가 이미 기울어, 오히려 앞건물에서 비쳐오는 잔잔한
가로등 불빛이 더 깊은 우리네 삶을 말해 주는듯 애틋 하다오.
무얼 하나요? 지금 그대는 ...
멀어지듯 사라지다 다가오고,끊어질듯 하다 다시 이어지는 그대와의 긴 만남은 (영원)이라는
철로가 우리 사이에 이어져서, 오늘밤도 바삐 그리움을 가득싣고 바튼 신호흡을 하면서
달려가야 할것 같음에 지친듯 목전에 이르렀는데 그대는 고요히 쉬고 있군요.
차마 흔들어 깨우지 못하는 마음은 너무 숭고하고 아름다워 숨소리 만으로도 행복하다오.
이렇듯 한번쯤,인간이란 절실하게 고독하고 싶은 본능 때문이기도 하지만,용기가 없어서일
겁니다.
그대와의 첫 만남은 무의미로 시작됐지만,이미 산처럼 커져버린 그대와 나와의 존재.
그대에게 있어 내 존재는 미약하나 어찌보면 돌이킬수 없는 동지이자 친구이며 때로는
형님같이 존경할만한 대상이라오.
이중에서 어느쪽에 더 마음의 무게를 달아야 하는지 몰라도,적어도 오늘 이순간 만큼은
친구로 여기고 싶다오.
너무 나무라지는 마오.
사실 며칠 전부터 그냥 마음이 가는데로,정신이 시키는데로,뚜렷한 목적도 없이,
문장 잡히는데로 뭔가 끄적이다가,잔뜩 종이만 태우고,겨우 주제를 잡아 주인을
찾아간 곳이 바로 그대와의 속삭임이라오.
처음부터의 만남이 결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에 지켜보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쉽사리 잊혀질것 같지도 않는 그대와의 우정이 영원히 식지 않기를 바랄뿐,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닌,오늘 이 평점에서 그대와 시간을 보낸다오.
그대가 내게 머문 시간.
내가 그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순간은 때와 장소가 한정돼 있으나 오늘밤은 그렇지가 않다오.
귀를 귀울여 내게로 고개를 돌려주오.
무슨말이 들리던지 듣고만 있어주.
그것이 나에대한 최대의 관심이며 사랑이니까...
이렇듯 서로의 그리움을 종이 한폭으로 접어 고이 날릴수 있는 이 아름다운 밤이 꿈만 같다오.
지금 이 흐트러짐 없는 견고함.
홀~홀한 속삭임을 그대곁에 날려 보낸후,다시금 새로운 꿈을 위해 눈을 감으려오.
피곤한 그대가 하루의 일상을 묻고 희망의 내일을 맞는 것처럼...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이전 10개] [1]..[121][122][123][124][125][126][127][128] 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