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31日
讀
깨끗하게비운과자봉지처럼 꾹꾹눌러담은쓰레기봉투처럼 태양아래걸대걸어놓은행주처럼 밤길환하게비춰주는가로등처럼
맑았다.
오전에 사동에서 잠깐 책을 읽다가 정의와 예지가 출근한 모습을 보고 집에 들어왔다. 집에서 박영규 선생께서 쓴 고려왕조실록 편 후삼국시대와 태조 왕건에 관한 부분을 읽었다. 그러니까 태조 왕건의 일대기였다. 왕건은 궁예의 지도자 밑에서도 물론이거니와 각 전장에서도 생사 위기가 많았다. 이러한 생사위기를 모면했던 일과 지방 호족세력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 국가의 기틀을 잡았다. 신라가 당의 도움으로 한반도를 통일했다면 고려는 자력으로 통일을 일구었다.
태조 왕건의 삶을 읽다가 자꾸 역사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최수종’이 떠오르는 것이다. 왕건의 배역으로 어찌 보면 잘 맞았던 건 아닌지 아니면 배우 최수종께서 주어진 배역을 잘 소화한 건지 아무튼 책을 통해 읽는 것도 어쩌면 드라마에 나오는 분위기와 상이 어렸다. (태조 왕건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얼핏 몇 편은 흘깃 본 느낌도 있다.)
사동 조감도에 다녀온 어느 고객께서 하신 말씀을 어느 지인에게서 듣게 되었다. 옆집(두붓집과 터줏대감)을 이용하신 고객은 주문하신 메뉴 금액에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팻말을 조감도 문 앞에 놓았다. 물론 여기는 한 씨 문중 땅이라 이곳 상가 홍보와 협력 차원에서 한 일이다. 근데 단체손님으로 옆집을 이용하고 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나가실 때 이미 계산이 다 끝난 상황에서 5% 할인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가 보다. 물론 고객은 앞에 끝난 계산에서 다시 번복하여 계산해야 하는 계산대 일의 번거로움을 잘 모른다. 계산대는 번거로움 속에서도 할인해 드렸지만, 이 과정에 뭔가 오해가 있었는지 불만이 잔뜩 있었나 보다. 그러니까 직원의 마음에 차지 않은 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가끔, 사동에서 책 읽으며 있을 때, 이러한 모습을 본 일도 있다. 그러니까 커피를 주문하고 계산할 때 할인권 있으면 미리 하면 되는 일인데 나가실 때 다시 계산을 번복하는 일이 생기니 직원이 일하기에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연인이나 남자 손님은 그나마 괜찮다. 아주머니 여럿 오실 때 이러한 일이 많이 생긴다. 계산대에서는 미리 공지해도 비일비재하게 생기는 일이다) 계산 문제는 어느 곳 어느 부서 할 것 없이 민감한 일이라 다 마찬가지인 듯하다.
압량에서 가야역사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어떤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한반도 고대국가는 고구려, 백제, 신라에 외에 가야도 있었는데 가야는 모두 여섯 국가로 이룬 연합체였다. 아라가야와 금관가야가 그중 가장 강한 나라였다. 아라가야는 함안이 근거지로 토기로 유명했으며 금관가야는 김해가 근거지로 철 산업이 그 어떤 국가보다도 경쟁력을 갖추었다. 토기와 철은 가야의 주요 수출품이었는데 바다 건너 왜와 고구려 심지어 중국까지도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 가야 사람은 스스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 주위 여러 나라의 역사서 그러니까 ‘일본서기’라든가 ‘삼국지 위서 동이전’를 통해 가야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거기다가 곳곳에 발견된 고분을 통해서 가야의 삶을 알아보는 것인데 다큐멘터리가 볼 만 했다.
사동 마감 보며 배 선생과 점장과 영업회의 했다. 첫째 문 앞에 할인팻말을 없애자는 것과 둘째 아메리카노 리필은 돈을 받더라도 하자는 것과 셋째 1층 서재에 본부장께서 본 책은 소중히 다루자는 것이다. 첫째 문제는 어차피 식당을 이용하시고 오신 손님은 식당에서 공지가 나갈 거라 여기서 팻말로 인한 분란을 미리 방지하자는 것이다. 둘째 문제는 리필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압량의 테이크 아웃 가격 정도는 맞추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오 선생의 동의가 필요해서 당장 결정을 못 했다. 셋째는 책 좋아하시는 분은 빼서 보시고는 아무 데나 꽂아 두는 듯해서 그러다가 한두 권씩 없어지기라도 하면 마음 아픈 일이라 미리 손님께 양해를 구하자고 했다.
단지 25
멍하니앉아있었다. 문은꽉닫아들어오는이는없었다. 거저흘깃쳐다보고가는사람뿐이었다. 마치외딴섬에아무런효용가치도없는척경비처럼있었다. 단지,밀물이있으면하늘같았고썰물이면침침하게가라앉았다. 커피를바보온달처럼마시다가카페인의창날에목만여러번날아갔다. 아무것도좋은것하나없는데나는무작정좋다고말했다. 무엇이또두더지처럼팔수없는바위를갉아놓고있는것인가! 아무도오지않는이외딴섬에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