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26日
오전에 보슬비 내렸다. 오후 잠시 흐렸다가 맑았다가 다시 흐리고 흐리고
사동에서 오래간만이었다. 배 선생과 예지와 모닝커피 한 잔 마셨다. 내가 일한 만큼 받을 수 있는 임금에 관한 것과 그 임금의 원천인 매출에 관한 이야기였다. 카페 매출증대에 따라 상여의 기준도 정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시는 고객께 친절함이 배여 있는 영업이겠다. 오전, 화원에 잠시 다녀온 일이 있다. 가게에 나무 한 그루 죽은 거 같아 새로 심어야 해서 다녀왔다. 화원 사장님은 몸이 별로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닌 적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느 병원이다. 의사 선생께서 누워 있는 환자께 다가와 어디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상세히 물으시고 살펴주시는 곳이 좋다며 이야기했다. 어느 곳은 의사 선생이 직접 와서 보지 않는 곳도 많은데 유달리 이리 친절히 대해주시면 꼭 그 병원에 간다며 얘기한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오셨으면 뭐 필요한 건 없는지 또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살피며 보살펴야 한다. 손님께 친절히 행했는데 매출이 올라가지 않는 곳은 없다.
화원에서 일이다. 사동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한 그루가 죽었기에 다른 나무를 심어야 한다. 실은 이 나무도 죽은 건지 산건지는 2년 정도 되어야 알 수 있다고 하신다. 잎이 없고 줄기만 있다. 전에는 옆에 잎이 조금 나기는 했다. 영 보기가 싫었든지 오 선생이 직원더러 한 길 정도의 높이로 몽창 잘라서 버렸다. 그나마 옆에 살아보겠다고 났던 이파리마저 시들며 마르게 되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나무를 2년 정도 지켜보는 것은 여간 거추장스러운 일이라 다른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간, 일이다. 화원 사장님께서 여러 나무를 권했다. 마땅한 나무는 없었지만, 향나무가 살기에는 괜찮다며 권하시기에 그걸로 했다. 언제 날 맑으면 캐서 오겠다고 했다.
오후 노동청에 다녀왔다. 본부에 함께 일하는 최 씨와 다녀왔다. 사동 조감도뿐만 아니라 본점과 압량의 조건도 근로기준에 합당한지 상담받기 위해 갔다. 압량은 근로기준에 맞추려면 문 닫는 게 맞다. 노동청에서는 문 닫으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압량에 일하는 오 씨는 지금 일하는 조건에 불만을 갖는 것도 아니며 일이 어려워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근무조건도 나름으로는 즐거움을 찾은 상태며 영업이 안 되는 건 문제지만 받는 보수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바깥에 돌아가는 사정과 가게 운영상황을 바르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추후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노동청의 목적임을 알 게 되었다.
압량에 머물 때 기세춘 선생의 논의강의 읽는데 이런 구절을 읽었다. ‘관자*/권1/목민’에 있는 말이다. ‘창고가 실해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했다. 전에 논어의 다른 책에서도 읽은 바 있다. 거두절미하고 위의 말은 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창고가 넉넉하기는커녕 부족하지 않았으면 싶고 의식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책을 좋아해서 사는 것은 더 궁핍함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하루 세끼 먹을 수 있으니 만족하며 사는 일이다. 사람을 아끼고 직접 일을 하려니 이제는 몸도 늙어서 매사 힘이 들고 자본주의 시대에 사람을 쓰는 것도 각종 법망에 헤아릴 것은 일절 다 보아야 하니 이것도 꽤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러니 경영이 왜 어렵지 않은가! 그래도 하루 삶을 연명하며 자연을 보았으니 즐거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노동청에 다녀오며 시지를 지나가는데 산이 높고 높은 산 위에 구름이 마치 신선이 탄 듯 영험함을 보았을 때 아!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던가! 살아서 저것을 보았으니 천국과 천당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 또 깨달았다. 잠시 스쳐 가는 시간에 말이다.
단지 52
힘쪽빠진구름이쓰러져누운한숨우에거적을얽어갓처럼하루덮다.
힘쪽빠진구름이쓰러져누운한길우에바늘을새겨창처럼하루덮다.
힘쪽빠진구름이쓰러져누운한성우에바다를걷어껌처럼하루덮다.
힘쪽빠진구름이쓰러져누운한집우에거미를깎아망처럼하루덮다.
*각주
네이버 사전
관자는 춘추시대의 제나라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관중으로 보이는 데 실은 관중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이지 않고 후대에 그를 추대하는 학자들에 의해 정립이 된 것 아니냐며 이야기한다. 네이버 사전 내용을 약술해 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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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