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의 지우개
1 재회
그녀를 다시 본지 20년이 지났다.
첫 키스의 추억, 그 느낌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
키스 후에 살며시 미소 지을 때 들어가고 싶던
그녀의 볼 우물
그 볼 우물의 촉촉함이 20년이 지나도
나의 눈빛을 유혹한다.
“ 연락해도 되지?”
나의 평범한 말투가 부담을 덜어주었으면 했다.
“ 친군데 어때 ”
그녀가 애써 친구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그녀의 볼 우물에 담겨졌던 내 목마른 눈빛이
우물에 담긴 촉촉한 물방울들을 그냥 허공에 매달아 놓아야 했다.
“ 연락 할게 ”
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그녀의 남자가 기다리는 그녀의 집으로 서둘러 보내주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탄 택시가 어둠속으로 점점 사라질 때까지
택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날 그때로 나는 다시 홀로 서 있었다.
2 내 머릿속의 지우개
“ 연락 할게 ”
그 다짐 이후로 나는 놀랍게도 그녀를 잊고 지냈다.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이 지저분한 세월들이 그녀를 더욱 더 밀쳐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토록 눈물겹게 했던 사랑도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
스스로 잊어 버렸었다.
정말로 우린 순수하고 아름다웠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사랑을 할 수 없으므로
이 세상이 너무나 우리 둘을 변하게 했으므로
‘ 연락 할게 ’ 라는 다짐도
오염 되고 무뎌진 시계 바늘이 돌고 돌면서 나의 머릿속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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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