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5日
오전에 비가 왔다. 오후는 내내 추웠다. 이상 저온 현상이 아닌가 할 정도로 추웠다.
상추 씻었다. 달걀부침을 하고 밥을 펐다. 아이들을 깨우고 식탁에 앉혔다. 아내가 늦게 일어났다. 아내는 주먹밥을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밥이었다. 나는 씻은 상추 몇 장에 된장 넣고 몇 쌈을 싸서 먹었다. 달걀부침도 하나 먹었다.
샤워했다. 빗소리가 천정에서 들려왔다. 샤워 실에서 보면 안방 문이 훤히 열려 있어 저 건너편 원룸이 다 보인다. 우리 집 앞에 세워놓은 전봇대도 보이며 가끔씩 전선 위에 앉은 새도 볼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나 해서 저 건너 쪽을 바라보며 샤워했다. 아이들이 이미 닦고 지나간 수건을 들고 온 몸 닦는다. 옷을 입는다. 1층에 내려가 본부를 연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내게 남은 꿈이 있다면 이 집을 새로 짓는 것이다. 이런 패널 집이 아니라 골조로 짓고 싶다. 카페는 모두 골조로 지었다. 처음 경험부족으로 지은 건물이 이 집이었다. 골조로 짓더라도 정말 개성 있는 집으로 물론 1층은 카페, 2층은 내부 계단으로(그러니까 바깥에서 보면 단층이다. 천고가 높은,) 지금보다 더 완만하게 만들 것이며 칸칸 없는 방 하나와 샤워실 그리고 부엌은 한 쪽 코너에다가 더 크게 만들고 싶다. 그러니까 교육을 할 수 있거나 지인 몇이 토론 할 수 있는 공간쯤인 카페, 피곤하면 바로 올라가 잠시 누울 수 있는 잠자리, 뭐 이런 카페 말이다. 꼭 짓고 싶다.
단지 30
현대문명의최고봉마치층층쌓은아파트건설현장을지나며있었다. 한쪽구석은쌓아놓은틀과온전한각목이있는가하면동강난각목도쓰다만철사까지지렁이처럼흩어져있었다. 철둑같은수평기가있는가하면위층을받아주는지지대도있었다. 도굴한고총처럼하늘만보는데앞뒤뻥뚫은노출콘크리트뿐인것을 나는또여실히깨닫는다. 비가내리는매트릭스바닥에떨어지는물방울밟으며모두정지한세계를바로본다. 마네킹처럼칸칸옷을입어도또벗어놓아도추위와더위와부끄럼도없는진열장을그리며 -동영상같은목걸이다. 우물은늘하얗다. 이끼처럼가만보면하늘이보이고가만보면얼굴이보인다.- 유성페인트에담가놓은롤러붓을잡고 한쪽벽면을고흐도아니면서나는매일같이칠하며
시재가 맞지 않는다고 문책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만 원권 지폐가 몇 장 들어오는 날이면 잔돈 거슬러 드리기도 바빠 혹여나 만 원짜리 한 장 곁들여 나가는 날도 있다. 하루 매출도 신경 써야 할 일인데 시재까지 맞지 않으니 종일 머리만 지근거렸다. 아무 죄 없는 오 선생께 짜증 어린 말로 왜 맞지 않느냐고 타이르기만 했다.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많다. 하지만 그렇게 낸 책을 읽는 독자는 많이 없다. 이제는 책을 쓰는 것은 쓰는 자의 취미가 되어버렸다. 카페 홍보 및 마케팅의 한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아주 막연하다. 하지만 홍보와 마케팅이란 덜미로 글을 치장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쓰는 자의 도덕과 결부되는 일이니 이는 곧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루가 내 마음의 벽돌이라면 책은 온전한 나의 집이다. 내 영혼이 숨 쉬는 곳이며 내가 머무는 곳이니 홍보와 마케팅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없어도 나는 그만이다.
책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배움을 갈구하는 몸짓과 같다. 지금 이 시대는 인류역사상 최대의 태평성대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우리는 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우리가 모르는 자본의 굴욕감부터 인간의 외로움, 삶의 희망과 생존, 점점 불확실한 미래를 맞닥뜨리며 살고 있다. 한 권의 책값은 얼마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권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이 한 권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특권층이며 지배계층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는 누구나 책을 낼 수 있으며 그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있다.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한 자만이 책을 선택하리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읽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며 그러한 바탕의 생각은 얕을 수밖에 없으며 얕은 사고로 누구를 선도할 수는 없다. 비록 작은 웅덩이 같은 세계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쓰는 것은 아예 못 박는 일이다. 그 못에 삶의 무게를 걸어놓는 일이다. 보는 세계가 더 가벼워졌다면 오히려 다행한 일이다.
압량에 머물 때였는데 단골손님이신 조폐공사 다니시는 분께서 오셨다. 앞으로 현금이 많이 안 쓰일 텐데 조폐공사에서 하는 일이 줄지 않겠느냐며 말을 했더니 우리나라 돈뿐만 아니라 외국 지폐도 수주받아 생산한다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상품권 종류나 지폐 대용으로 쓰는 그러니까 위조를 방지하는 어떤 화폐대용권은 예전보다 많아졌음을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이었다. 카페 단골손님이었는데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라 지폐를 가져오시어 나에게도 한 장 주시고 가신 분이 있었다. 그때 그 지폐를 받고 느낀 것은 우리나라 지폐보다 질겨 보였고 만드는 비용이 더 들면 들었지 낮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돈보다 더 좋아 보였다. 그 돈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모르는 일이다. 조폐공사도 사업체니 무엇을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엄연히 기업체다.
사동에 머물 때였다. 점장과 정의 군에게 한 가지 부탁했다. 마감의 내용을 분명히 하자는 뜻에서 시재 맞추는 몇 가지 방법을 일렀다. 조감도 찾으시는 손님께 더 친절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그 일로 조감도에 들어오시고 나가시는 손님께 인사만큼은 친절히 하자와 계산대에는 한 사람은 앉아 있자는 내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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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