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11日
흐렸다. 빗기가 조금 있었으나 내리지는 않았다.
오전, 커피 교육할 때다. 詩 ‘단지 36’을 읽고 해석했다. 독해력이 있으면 대충 어떤 느낌이 들겠다고는 싶으나 시는 비유라 그 속뜻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웬만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얼핏 그냥 읽고 만다. 어느 지인께서 어머님 드리시게 하며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하나 선물 받았다. 어제였다. 압량에서 일할 때였다. 그분은 어머님이 ‘당뇨’를 앓고 계시다는 것도 안다. 어머님은 병을 이기고자 가끔 동네 산책 삼아 운동도 하신다. 어디든 짚고 다니시라 선물 주시던 분 있었다. 여기서 양귀비는 지팡이를 환치한 일종의 은유다. 예전이었다. 시인 송찬호 선생께서 지은 시다. 시제가 ‘지팡이’인데 시 문장을 읽으면 지팡이하고는 영 딴판이다. 여기서는 마치 막창쯤으로 해석해도 무관할 정도로 가만 생각하면 웃기고 재밌는 문장이 된다. 그러니까 내가 쓴 ‘단지 36’은 양귀비는 양귀비가 아니라 지팡이다. 양귀비는 중국 당나라 때 현종의 애첩 이름이기도 하며 한해살이 풀 이름이기도 하다. 물론 꽃처럼 미색이 대단했다. 현종은 잠시라도 그녀의 곁에서 떠나 있지를 못했다. 현종은 ‘개원의 치’라 이를 정도로 당나라의 최대 태평성대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치세의 말기는 안녹산의 난으로 목숨까지 잃게 된다. 여하튼 어머님의 양귀비처럼 곁에서 보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오후, 화원에 일하는 후배 이 사장과 통화했다. 로스터기 설치 일자와 다트, 가스 연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사장은 한 마디 웃으며 이야기 했는데 의미가 깊다. 그러니까 ‘아! 선배님 커피 제대로 하려고 하니까요. 돈 많이 들어갑니다.’ 이왕 하는 일, 제대로 해보아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니 힘든 거다. 물론 장비만 제대로 갖췄다고 해서 영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장군이 갖은 병기마저 부실하면 기氣마저 잃게 되니 자부심으로 일관하는 자세는 모든 사업의 기본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자세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기곗값만 천만 원 다트 설치도 몇십만 원은 족히 들어갈 것이며 가스배관 작업도 꽤 들 것이다. 생두시장을 묻기도 했으며 소량주문은 가능한지 기계가 설치되면 시험가동은 지켜볼 수 있는지 자세히 물었다. 모두 친절히 답변했다.
사동 분점에 다녀왔다. 사동은 아마 08년도 처음으로 문 열었다. 지금껏 가맹점으로 본점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초창기 점장은 이곳에 사업하고자 한 뜻은 없었다. 이곳은 어느 지인의 권유로 직접 경영을 부탁받았지만 투자비가 여간 들어가지 않겠나 하는 마음과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 그때 당시 모 분께서 교육받고 계시어 또 마땅할 것 같아 함께 작업하여 만든 카페다. 그러니까 카페로 보면 1호점이다. 그때까지는 모두 테이크아웃점포만 냈다. 초기 점장은 아주 두려웠다. 여기는 촌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로 줄곧 컨설팅해 왔다. 지금은 사동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카페가 되었으며 주민들께도 이곳만 한 편안한 장소는 없을 정도로 인식되었다.
어느 가맹점은 십 년을 거래한 집도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여곡절이 왜 없을까! 사업도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지만, 그 일을 일일이 적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오늘은 이곳에 기계가 고장이 났는데 버튼 이상이 문제였다. 관련 부품을 가져오지 못해 내일 다시 들리겠다며 친절히 인사드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단지 37
한이틀만하먼 이제떠나겠지그래 우물도보았고물길도보았고 오르고내리는바가지도보았네 뜨며이는파장도보았을테지 시간은언제나그대로라하늘만담네 그래날아가라이곳은먼태곳적부터 흐르던구름뿐이라우레며한줄기비며 바람이있어도무지갯빛뜻은 돌계단이라돌계단받치는잔돌이라 구를수도튈수도없는어깨, 뻑적지근한어깨만무거워 시간은유령처럼있다고는하지만 거저먼산바라보는한마리까치여, 굳은동상이여, 하얗게언바다여, 더넓은곳향해꿈을펼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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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