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20日
아침은 흐리기만 했지 비가 오지는 않았다. 토요 커피 문화 강좌를 치를 수 있었다. 정오쯤 화원에 갈 때도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화원에 후배 이 씨와 함께 있을 때부터 비 오기 시작했다. 경산 들어올 때는 비가 간간이 내렸으나 오후 서너 시쯤에는 억수같이 오다가 저녁나절에는 또 오지 않았다.
순시하듯이 이른 아침에 모두 개장했다. 본점에 토요 커피 문화 강좌를 열었다. 새로 오신 선생이 몇 분 되었다. 그중에 모 분은 새댁인데 백천에 곧 건물을 짓는다고 했다. 건축허가서가 떨어졌나 보다. 정 교육에 관해서 자세히 묻기도 했다. 또 한 분은 창업비에 관해서 물었는데 가맹점으로 내는 것과 개인으로 내는 것과 차이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아무래도 사업 시작하기에는 가맹점이 훨씬 쉽다.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는 것 같아 보여도 나중에 각종 경비 생각하면 개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개인 카페를 권장했다. 왜냐하면, 내 가게 나만의 카페 나를 위하면서도 손님께 더욱 서비스를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카페 춘추전국 시대에 우리는 있다.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지만 누구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사회다. 그러니까 개인을 특화할 수 있는 뚜렷한 기능이나 기술 아니면 재주 같은 것은 반드시 있어야겠다. 순전히 카페는 아주 위험하다.
한 달간 본부에서 실습 받게 된 최 씨와 화원에 다녀왔다. 주문받은 드립 그라인더를 후배에게 가져다 드려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전에 사동 직영점에 잠시 들렀다가 정비공장에 들러 맡겨 놓았던 내 차를 찾았다. 폰네트와 그 밑 부위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렌터카, 산타페를 잠시 타고 다녔지만, 다시 내 차를 타며 승차감을 확인한다. 여기서 범물로 해서 상인으로 뚫은 터널을 이용했다. 교통이 얼마나 편한가! 앞으로 미래는 교통망이 지금보다 더 편할 거로 생각하면 우리의 뒤를 잇는 세대들은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한 인터넷 정보와 무한한 인맥관리다. 보지 않고는 인맥은 없다. 인간관계는 거미줄과 같아서 엮을수록 안전하다는 것만은 이해하자. 외줄에 놓인 거미와 짜임새가 좋고 튼튼한 철근 같은 거미줄이면 미래는 안정된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엮으며 살아야 한다.
후배는 얼마 전에 로스터기를 샀다. 그 전에 샬롱의 대표 이 씨께 의뢰했다. 설치는 이 씨가 했으며 다트는 내가 소개한 모 사장이 했다. 전에 압량에 쓰던 탁자는 내가 그냥 드렸다. 목재로 만든 것이라 보는 것만도 운치 있다. 일이 모두 종료된 상황을 확인한다. 잘 되었다. 이번은 송풍 모터가 외부에 설치한 것이 아니라 내부 천정에다가 달아매었다. 좀 웃긴다. 하지만 보는 맛과 운치가 있어 그런대로 괜찮았다. 후배는 예절이 참 바르다. ‘선배님 아직 점심 안 드셨지요. 제가 맛있는 밥 한 끼 샀게요.’ 했다. (하지만 나중에 직접 밥값을 냈다. 후배 덕택에 맛있는 밥을 먹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라) 여기서 가까운 밥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꽤 괜찮은 밥집이었다. 구수한 된장에 고등어도 한 마리 구워서 나온데다가 쌀밥은 가마솥에서 바로 퍼 올린 듯 윤기 자르르했다. 참으로 맛있는 밥 한 끼였는데 다 먹고 후배 가게에서 커피 한잔 할 때 최 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하루 사는 것 별것 없소! 이렇게 맛있는 밥 한 끼 먹는 것이 소원이오! 했다. 후배는 그간 커피를 만들고 있었으며 ‘선배님 제가 한 아메리카노입니다. 맛이 어떤지 보아주십시오.’ 뭐 구태여 볼 필요까지 없었다. 안 봐도 커피는 까만색이니까! 하여튼, 맛있는 밥과 구수한 커피까지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병원에 다녀왔다. 커피 배송 때문에 갔었지만, 여기 일하는 이 씨, 보게 되었다. 이 씨는 한쪽 눈이 충혈이었는데 핏줄이 터진 것 같다. 눈 보기가 영 애처로웠다. 아무래도 일이 꽤 신경 쓰였음이 분명했다. 커피 일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이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주 노동청에서 내사한 담당 여경이 생각이 났다. 이에 비하면 우리 직원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점장께서 잘 못 한 처사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메르스’ 영향은 고용인보다 고용주가 더 큰 고통이다. 자본의 궁핍함 속에 여러 여건을 맞춰야 하는 고통은 노동과 그에 합당한 보수에 앞선다. 일을 얼마나 배우고 또 미래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는 나에게 달렸다. ‘나’를 어떤 방식으로 사랑할 것인가! ‘나’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이 속에 진정 ‘나’라는 것은 있는 것인가! 있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내세우며 나의 가치를 바르게 하여 나의 자존을 높였는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씨께 그 어떤 위로의 말은 하지 못했다. 이 씨로부터 많은 말을 듣기만 했다. 나오며 흥 손 치기(하이파이브) 했다. 그래도 이 씨는 많이 배우는 거로 생각한다. 잘할 것이다.
오후는 본부에서 책 읽었다. ‘광해군 일기’를 읽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시점에 조선의 정치 상황과 광해군의 치세를 보았다. 우리는 광해군이 연산군 다음가는 폭군으로 기억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조선은 처음으로 방계 출신인 선조가 왕위를 잇고 다음부터는 신권중심의 정치시대가 되었다. 더욱이 사림세력의 붕당정치가 도래하게 되는데 광해군은 이에 피해자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인조반정은 역모였다. 이 역모가 성공했으니 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인조의 정치성향에 비하면 광해는 아주 실리적일 뿐만 아니라 외교도 능통해 대내외적으로 조선을 반듯한 기강을 세울 수 있었으리라 나는 본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은 하나만 보아서는 안 된다. 주위 모든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광해의 큰 실수였다. 그러니까 대북파 외에 여러 붕당의 움직임 말이다. 하여튼 그렇다.
압량, 매출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늘 그랬으니까! 사동은 꽤 많은 손님께서 찾아주셨으며 본점은 늘 그 위상을 지켰다. 커피전문점이 많으면 많은 만큼 그에 맞게끔 일을 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더욱 가까이 커피를 좋아해야 하며 더 사색해야 함을 나는 느낀다.
단지 46
고양이발걸음으로계단밟는다. 끝에이르러서는숨죽이며아주살살번호누른다. 철커덕,하나는죽은듯엎드렸고하나는아무일도없었던것처럼배회한다. 베란다놓아둔죽도가져와! 엉덩이에찰떡처럼세방씩붙인다. 이제는아무렇지도않다. 살덩이는탱글탱글웃는다. 하지만강도다. 이것보다더세게수까지늘리면다르다. 앞으로한시간이다. 무엇을생각하든지그어떤것이라도적어라! 딱,한시간이다. 삼국지와알프스소녀였다. 지렁이가빼곡했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