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2日
맑은 날씨였다.
사동 문 열고 잠시 앉아 책 읽었다. 오늘, 점장과 예지가 평상시보다 일찍 출근하는 모습을 보았다. 본점에 놓아두어야 할 청도 가비 물건을 깜빡 잊는 바람에 즉시 본부로 갔다. 녹차파우더 담은 봉지를 들고 본점에 내려놓았다. 본부 용준이가 나가기 전에 차를 정비해야 할 것 같아 기아자동차 서비스에 곧장 다녀왔다. 엔진오일도 갈고 가끔 뜨는 이상 증세도 물어보았다. ‘액티브 후드 시스템 이상’이라는 글귀가 뜨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차체에 큰 충격이 있을 시 뜰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태껏 충격을 가할 정도로 그렇게 무심하게 타고 다니지는 않았다. 기사는 무상수리가 되니 관련 부품이 들어오면 교체하겠다며 안심시켜 주었다.
정오 정각에 영천 해오름께서 다녀갔다. 빙수용 팥 한 상자 가져가셨다. 마침 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바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아주 급한 일이 생기면 몇몇 일은 까먹는 버릇은 여전하다. 처남이 주문한 커피도 정평 강 선생께서 부탁한 일도 모두 잊어버렸다. 부랴부랴 만촌동까지 커피를 오후 늦게 배송했다.
점심은 봉덕동에서 먹었다. ‘썸앤썸’ 카페에서 주문한 제빙기를 설치하며 정수기 허 사장 기다리다 못해 근방 밥 한 끼 했다. 김치찌개를 주문해서 먹었다. 여기는 한옥이다. 한옥을 식당처럼 수리한 듯 보였다. 거실과 방마다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객실이 되었다. 카페 주인장께서 이 집이 맛있으니 여기서 먹으라며 했다. 따라오시기까지 해서 밥값까지 냈다. 정말 미안했다. 카페 이 선생께서는 언제 식사 한 번 대접해야 했다며 말씀하신다. 염치없이 밥 한 끼 얻어먹었다.
밥 먹고 한 오 분 쉬었을까! 곧장 허 사장이 왔다. 물 관련 일은 허 사장께 맡기면 잘 처리한다. 앞으로 용준이가 나가면 이런 기계 쪽 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용준이가 수리하거나 기계를 옮길 힘이 있는 것은 아니나 그나마 옆에서 보조해 왔다. 오늘도 넌지시 물었다. 정말 나갈 거니? ‘네’, 하기야 심부름도 이런 심부름도 없다. 어디를 다녀와라. 어디에 배송은 어떻게 되었니? 거기는 어떠니? 여러 가지로 많이 물어보지만, 답변은 한결같다. ‘아무런 말씀 없어 시던데요.’
오후, 본점에 병원에 일하는 이 씨가 왔다. 언제부터 한 번 오시려고 했지만 여간 시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특별히 시간 내서 온 듯하다. 피자며 훈제며 양념 닭과 간장 닭까지 샀다. 시원한 콜라 곁들여 먹었다. 양손에 기름기 묻혀 가며 닭다리 잡고 뜯었다. 그간 병원에서 일한 경험을 줄어드는 피자 판처럼 삭여나갔다. 아무래도 오신 손님의 취향을 맞추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더욱 손수 정성껏 만들어 내놓으니 말이다. 맛있다며 드시고 가시는 손님 대하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이나 조금 싱겁다는 둥 뭐가 덜 들어간 것 같다며 다시 찾으면 마음은 여간 불편한 일이 된다. 일하는 곳은 테이크아웃용으로 만든 카페라 손님과의 거리감이 거의 없어 일일이 맞춰야 한다. 어떤 손님은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아줌마가 만든 커피는 절대로 안 사 먹을 거예요. 이럴 때면 난감하다. 혼자 있으면 혼자 있는 데로 옆에 일하는 동료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손님과 농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그러니까 여기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아마, 속으로 이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요, 저도 당신을 위해 커피를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 뭐 이렇게........,
압량, 요즘 나는 저녁으로 모닝 빵에다가 딸기잼을 바르고 우유 한 컵 따라놓고 먹는다. 생각보다 맛있고 간편하다. 그러니까 이것이 저녁이다. 가끔 손님이 오시면 모닝 빵 한 줄 가르고 딸기잼 발라 서비스로 하나씩 드리기도 한다. 그러면 손님은 뜻밖에도 무척 좋아하신다. 여 밑에 일하시는 주유소 아주머니다. 기름 넣을 때 가끔 보기도 하는데 볶은 커피는 여기 것이 맛있다며 오셨다. 그럴 때면 아메리카노 한잔 추출해서 드리는데 오늘은 저녁은 드셨는지 하며 물었다. 아직 먹지 않았다고 하시기에 모닝빵 두 개 딸기잼 발라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별것 아닌데 말이다. 고객이 이렇게 좋아하시니 나 또한 얼마나 기분이 좋든지, 역시 일은 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때도 있다.
단지 27
화단이있다. 한평남짓한화단이다섯평도안된작은카페앞에있다. 봄이지나고여름이다가오고가을이오고추운겨울이지나도화단은돌로서로어깨동무한것처럼빙둘러쳐있다. 만든첫해는꽃이며이상한꽃나무까지심었지만,지금은동네고양이들똥터가되었다. 똥맛을톡톡히본담쟁이가해를거듭하며이파리만더푸르렀는데아주강질나게자란다. 담쟁이화단은작지만,고양이는날개와균형만그린다. 오늘도작은화단을파며똥묻어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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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