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18日
그리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기분도 그렇지만, 일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본점에 들렀을 때 휴대전화기로 사진 몇 장 담았다. 사동에 들렀을 때도 사진 몇 장 담았다. 담은 사진을 출판사 방 팀장께 카톡으로 전송했다. 휴대전화기 카메라 해상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찍은 사진은 맨눈으로 보는 맛은 나쁘지 않다. 시대가 얼마나 좋아진 것인가! 전화기 한 대로 통화며 사진이며 문자와 인터넷까지 통하니 말이다. 책 앞쪽에 넣을 사진을 전처럼 똑같이 하려니 물릴 것 같아 바꾸어야겠다. 어차피 칼라 판으로 내는 것이 아니니 선명도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오전, 옥곡에 들렀다. 에스프레소 관련 부품이다. 포타필터에 끼우는 망을 잃어버렸다고 어제 문자를 받았다. 현장에 들러보니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직원이 청소하려다가 그만 제빙기 뒤쪽에 흘러들어 갔던 모양이다. 바(bar)바닥에 바짝 엎드려 손을 최대한 뻗어 그 망을 끄집어냈다. 아침 교육이 없으니 일찍 나올 수 있었다. 모처럼 점장님 뵙고 커피 한잔 했다. 여기도 ‘메르스’ 영향으로 매출 떨어졌음을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 점포 재계약했다고 했다. 다른 분점에 비하면 여기는 한 달 월세가 꽤 비싸다. 가게 평수는 작지만, 그래도 옥곡에서는 번화가라 만만치 않은 자리다.
옥곡에 자리 잡아 영업한 지도 올해로 8년은 되지 싶다. 그간 점장이 세 번 바뀌었다. 초기 점장께서 내부공간미 꾸민 이후 한 번도 손 쓴 적 없다. 그러니 내부가 낡고 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명 상표는 이삼 년마다 상표관리 차원에서 한다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가맹 조건도 경쟁적인 사업구도 속에서는 내세울 수만은 없는 문제가 여러 있다. 세월이 이 집은 어찌 보면 역사가 된 것 같다. 8년 전 초등학생이 들러 딸기 주스 달라던 아이는 지금쯤은 대학생쯤은 되었을 테니까! 구석구석 손보아야 할 곳이 많지만 때때로 고쳐가며 이끌어야 한다.
정오, 압량에서다. 옆집 공사 차량이 나의 차를 박는 일이 있었다. 폰네트가 쓰다가 구긴 종이처럼 쭈그러졌다. 여기서 가까운 정비공장에 맡겼다. 차량수리가 다 되려면 한 며칠 걸린다고 했다. 압량에 나의 카페를 공사할 때다. 옆집은 성당이라 성당 신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청에서도 감시감찰로 나와 현장답사를 하며 내심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녔다. 물론 공사를 다 끝내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것은 그 민원에 따라 처리한 것도 있다. 정녕 옆집 공사가 들어가니 나는 벙어리다. 옆집 토사물이 우리 가게로 밀려와도 내 차를 찌그러뜨려도 중장비가 오고 내내 시끄러워도 꾹꾹 참아야 했다. 저기는 삼백 여기는 일당이다. 일당 삼백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거저 공사가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내년 초까지는 내내 시끄러울 것 생각하면 답답하다.
단지 44
짜증어린말투는한단이높다. 단은십전이다. 설명한세계는바닥이라한단더높이려했다. 유리잔은노동청이다. 이쪽도보았고저쪽도보아, 상황알게되었다. 단,높은곳에서보는진주는예전습관을읽는다. 삐친손목은자꾸아프다. 그러니까데미타세잔은이온스다. 에스프레소는그중딱반이다. 비워나가는그양만큼어두운그림자만깊다. 거꾸로꽂은영양제가뿌리곳곳닿는다.
렌터카 타고 노동청에 다녀왔다. 직원의 노동시간을 검열받았다. 노동청이 동구에 있나 했는데 수성구 범어동으로 아주 크게 이주해 있음을 오늘 처음 알 게 되었다. 조사관은 여경쯤 되는 듯했다. 약 한 시간 이상 검열을 받았는데 노동법에 대한 여러 가지 규율을 알 게 되었다. 노동고용주가 법을 어기며 근로자에게 악하게 되 하는 일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법을 이용하여 근로자도 노동고용주께 악하게 되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많다. 이번 일로 모든 것을 분명히 해놓아야 함을 깨친다. 누구나 돈 앞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 법을 알고 시행하는 것과 모르고 시행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나는 상 관례상 그리 나쁘게 대우하지는 않았다. 주위 여러 카페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나은 대우를 한 셈인데, 노동법은 그 대우의 명목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주위 카페에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도 그렇지만, 경쟁에 살아가기 급급한 업주는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사회가 무엇인지 새삼 느낀 하루다.
정평에 들렀다. 청도에 가게 낼 업주와 대화 나누었다. 납품 들어갈 기계 때문인데 경쟁업체와 여러 가지로 부닥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경쟁업체도 여러모로 사업제휴를 하며 함께 나가는 업체라 잘 아는 곳이다. 어찌 알 게 되었지만, 기계 공급 상황을 솔직히 얘기했다. 있다가 계약금이 입금된 상황으로 보아서는 이해하신 듯했다. 커피에 관한 많은 얘기를 정평 교육생께 해 드렸다. 이 일로 강 선생은 여러모로 기분이 언짢았다. 교육은 분명 강 선생께서 맡아 하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재량을 이해 못 한 건 분명 나의 잘못이다. 교육생께서 많은 것을 여쭈었는데 본점과 조감도가 시장에 미치는 상황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거래가 성사될 것 같았다. 아무쪼록 미안했다.
자정, 청도에서 문자가 왔다. 내일 방문해 달라는 문자가 왔고 또 잠시 후에는 시장에서 사람 들리니 다음에 와달라는 문자가 왔다. 꼭 지켜야 할 게 있는데 기계에 들어가는 전기용량은 3K~5K 정도는 들어와야 하니 꼭 살피시길 부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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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